불륜 다룬 드라마, 시청률 쑥쑥
월→목요일 불륜 만나는 시청자들
'불륜=성공 공식', 다양성 헤칠까 우려
드라마 '펜트하우스'와 '바람피면 죽는다' 포스터/ 사진=SBS, KBS 제공

평일 드라마 시청자들이 각종 외도 커플을 맞닥뜨리고 있다. 각 방송사가 약속이라도 한 듯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잇달아 불륜물을 선보이면서다.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는 첫 회부터 주인공 주단태(엄기준 분), 천서진(김소연 분)의 외도를 선보여 많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같은 아파트에 거주 중인 두 사람은 부부동반 모임에서도 남몰래 애정행각을 벌이는가 하면, 별도로 마련한 별장을 밀회 장소로 이용하는 등 뻔뻔하면서도 당돌하게 불륜을 일삼고 있다. 특히 엄기준과 김소연은 거의 매회 농도 높은 애정신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들끓게 한다. 일부 시청자들은 "보기 불편하다"며 "불필요한 키스신은 빼달라"고 원성을 보낼 정도다.여기에 최근 방송에서는 펜트하우스 내 또 하나의 불륜 커플이 탄생할 조짐을 보여 충격을 안겼다. 천서진의 남편 하윤철(윤종훈 분)이 첫 사랑이었던 오윤희(유진 분)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면서 파격적인 전개가 이어졌다.

부인 외도를 알게 된 하윤철은 충격을 받은 상태로 오윤희의 집으로 향했고, 하룻밤을 보냈다. 오윤희는 인생 최대 원수인 천서진을 자극하기 위해 하윤철의 마음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천서진도 남편의 외박 후 행적을 알아차리면서 인물들 간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말도 안 되서 욕이 나오지만 끊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하윤철과 오윤희의 러브라인, 이른바 '맞바람'을 응원하는 시청자들도 늘어나고 있다.막장 전개라는 비난 여론에도 '펜트하우스' 시청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두 자릿수 돌파한 데 이어, 나날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면서 월화극 독주를 이어갔다. 지난 11회는 최고 시청률이 21.9%까지 치솟으면서 마의 20% 벽을 무너뜨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TV 화제성 조사 기관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이 발표한 2020년 11월 4주 차 드라마 'TV 화제성' 부문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유진·이지아·엄기준·김소연 등 주요 배우들도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 '펜트하우스'와 '바람피면 죽는다' 장면/ 사진=SBS, KBS 제공

제목부터 대놓고 불륜을 내세운 KBS2 새 수목드라마 '바람피면 죽는다'도 지난 2일 첫 방송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극 중 한우성(고준 분)이 "아내를 죽여달라"고 애원하며 시작한 이날 방송은 아내인 강여주(조여정 분)이 남편을 칼로 찌르는 엔딩을 맞아 충격을 안겼다. 지난 3일 방송된 '바람피면 죽는다' 2회에서는 한우성의 내연녀 백수정(홍수현 분)이 실종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졌다.

'바람피면 죽는다'는 바람둥이 남편과 섬뜩한 아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김형석 감독은 "기존의 불륜물과는 다르다"고 호언장담했으나, 바람을 숨기는 남편과 이를 의심하는 아내의 관계 설정은 별다른 차별점을 선보이지 못했다.

다만 기존의 불륜물과는 달리 코믹과 멜로, 스릴러 장르를 적절히 섞으면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첫 회 수도권 가구 시청률은 6.2%, 최고 7.6%로 수목극 1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2회 방송에서는 6.3%로 근소한 상승을 보였다. 이날 역시 가장 높은 시청률로 수목드라마를 평정했다.

불륜 드라마가 평일 안방극장을 장악해버린 꼴이다. 어느새 강한 자극에 길들어진 시청자들과 흥행 보증 수표가 되어버린 불륜 소재가 드라마의 다양성을 헤칠까 우려된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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