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관객의 소중함 느낀 계기
인물에 대한 믿음과 의심 오가는 재미 느껴
불안감 시달리는 인물 표현 위해 20kg 감량
인물에 대한 믿음과 의심 오가는 재미 느껴
불안감 시달리는 인물 표현 위해 20kg 감량
"손익분기점 150만이 그 어느 때보다 높게 느껴집니다. 또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끼는 계기가 됐어요."
코로나19 사태로 몇 차례 개봉을 연기했던 영화 '침입자'가 4일부터 극장에 걸리는 가운데 배우 김무열은 우려와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다. 김무열은 "극장에서도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영화 '침입자'는 실종됐던 여동생 유진(송지효 분)이 25년 만에 나타난 후로 가족들이 이상하게 변해가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김무열 분)이 유진의 정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이번 영화는 베스트셀러 소설 '아몬드'를 쓴 작가 손원평의 장편영화 감독 데뷔작이다. 손 감독은 낯선 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이 영화를 만들어갔다고 했다. 김무열은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히스테릭했다. 다른 스릴러와는 차별화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영화 초중반에는 유진이 의심스러운 사람임을 명확하게 보여주려 해요. 저도 유진이 의아한 인물이라고 확신했죠.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어갈수록 초반의 그 확고한 생각이 무너져갔어요. 그런 점이 재밌었죠. 그런 믿음을 무너뜨려가는 전개는 구성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해도 히스테릭한 인물이나 분위기는 어떻게 연출될지 미리 알 순 없잖아요. 소설 '아몬드'를 읽고 감독님만의 특이한 면을 느꼈는데 그런 감독님이 영화를 어떻게 표현하실지도 궁금했어요."
촘촘한 긴장감 속에 세밀한 감정 연기로 관객들의 몰입도는 높이는 김무열. 그는 신경 쇠약에 시달리는 서진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도 20kg 감량했다. 영화 '기억의 밤'에서도 서늘하고 섬뜩한 연기를 선보인 김무열에게 '스릴러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김무열은 이 같은 수식어에 대해 쑥스러워했다.
"노하우라니…. 하하. 어려웠어요. 유진을 의심하던 관객을 서진을 의심하게 해야 하는 것처럼 관객들이 재밌게 보기 위해 마련해 놓은 장치를 저도 염두에 두고 연기해야 했으니까요. 캐릭터가 어떤 상황 안에서 부자연스러워지는 것을 경계했어요. 서진이 최면에 걸리거나 최면에서 깨거나, 약에 취하거나 약에서 깨거나, 반복 혹은 중복되는 상황도 연기적으로 어떻게 완화시킬까 고민했어요. 서진이 심정적으로 지친 캐릭터라 제가 평소에도 스트레스를 달고 살까봐 감독님이 많이 걱정해주셨죠. 그래서 촬영장에서 평소보다 더 과장해 저의 밝은 모습을 보여드렸어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저를 '비글'로 알고 계시더라고요. 하하."
영화에서 서진은 위기에 놓인 딸을 부르며 손으로 창문을 계속해서 세게 치는 장면이 있다. 격한 감정을 끌고 가면서 긴 호흡으로 찍어야 한다고 판단한 김무열은 손가락을 다쳤음에도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한 후 다시 촬영에 들어가는 열의를 보였다. 김무열은 "많이 다치지 않았다. 길게 찍는 장면에서 감정을 끊으면 더 힘들 것 같았다"며 "병원 역시 감독과 스태프들이 하도 걱정하길래 간 것"이라며 미소를 보였다. 분장을 한 상태로 밤늦게 찾은 병원에서 오해를 받았던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옷도 헝클어져 있고 땀도 심하게 흘리는 데다 손엔 피를 흘리면서 새벽에 응급실을 찾았더니 제가 다친 취객쯤 된다고 생각하셨나봐요. 진단해준 의사선생님은 저를 알아보시곤 (상처를) 꿰매지 않고 밴드만 붙이면 될 거 같으니 주사만 잘 맞고 가라고 하셨는데, 간호사님이 제 얼굴에도 상처가 있으니 좀 더 보셔야 할 것 같다고 걱정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들은 의사선생님이 '분장하신거잖아!'라고 하셨죠. 하하."
몇 년째 쉬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는 김무열. 그는 현재 다음 작품으로 '대외비: 권력의 탄생'과 '보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김무열은 "업계에서 계속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제가 안주하지만 않으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계속 보여드려야 하는데 더 이상 보여줄 게 없어지는 위기의 순간도 찾아오겠죠. 이미 느끼고 있기도 해요. 그럴 때는 잘해오셨던 선배들은 어떨까 생각도 해보죠. 다 비슷한 것 같아요. 그게 배우로 살아가는 업이라고 생각하니 스트레스가 덜해졌어요. 몸무게도 뺐다가 찌웠다가를 반복하고. 지금 촬영하고 있는 '대외비'에서는 부산 사투리를 써야해요. 부산 사투리 연기는 처음이라 잘 몰라서 애드리브가 떠오르면 촬영 전 미리 상대 배우들에게 물어봐요. 그런 게 스트레스라면 연기는 못 할 거예요.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들이 즐거워요. 앞으로도 계속 즐거워하겠습니다. 하하."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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