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거 부모님은 아직 모르시나봐 다경씨? 니가 좋아서 물고 빨고 했던 게 저런 놈이라고. (말 조심하라고?) 당신 딸부터 조심시켰어야죠. 남의 남편은 건드리는 게 아니다. 아이까지 있는 유부남에게 껄떡대는거 아니다. 암만 몸이 달아도 남의 가정 파탄내는건 나쁜X들이나 하는 짓이다."

드라마 사건 전개가 이보다 빠를 수 있을까.불과 6회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급박한 사건전개로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완벽하게만 보였던 김희애, 박해준의 가정이 파국을 맞았고 이혼으로 변곡점을 맞았나 싶었는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5회 방송에서 지선우(김희애 분)는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의 불륜녀 여다경(한소희 분)의 집에 당당하게 쳐들어가 부모인 여병규(이경영 분)와 엄효정(김선경 분)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당신의 딸이 자식도 있는 남자를 꼬여 임신까지 했다. 임자 있는 남자를 빼앗는 건 나쁜X이나 하는 짓이다"라고 사이다 발언을 남겼다."넌 진짜 미친X이야"라며 뒤통수를 후려갈긴 여다경으로 인해 흐트러진 머리를 가다듬으면서도 "잘먹었습니다. 사모님"이라며 우아함을 잃지 않았던 지선우. 그는 자신을 쫓아와 "왜 이러느냐"는 이태오에게 "나 제혁(김영민 분)씨랑 잤어. 첨에는 복수할 생각이었어. 그런데 막상 하다보니 짜릿하더라. 너랑 할 땐 그렇게 못느꼈는데 말이야"라고 펀치를 날리기도 했다.

이태오의 "네가 어떻게 딴 남자랑 잘 수가 있냐는 말에는 "왜 열받아? 더러워? 배신감으로 미칠 것 같아? 뭐가 됐던 지금 그 기분 절대 잊어버리지 마. 바로 내가 느꼇던 기분이니까"라고 오열했다.

돌이킬 수 없는 파국 끝에 이혼으로 직행하나 싶었던 이들 관계난 아들 이준영(전진서 분)의 양육권 문제로 다시 한 번 극강의 갈등으로 치달았다.

6회 방송에서 지선우와 이태오는 서로의 밑바닥까지 보여주며 관계의 끝을 맺었다. 모든 진실이 드러났고 지선우와 이태오의 세계는 산산이 조각났다. 스스로 불행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던 지선우의 반격은 처절했고, 끝까지 변명하고 지선우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던 이태오는 아들만은 지키려 그의 트라우마까지 이용했다. 하지만 지선우는 피범벅이 되는 혼신 투혼을 불사하며 이태오가 옭아맨 불행과 배신의 굴레에서 완벽하게 벗어났다.

그리고 이태오는 그의 민낯을 보고도 손을 내밀어준 여다경과 결국 고산을 떠났다. 이런 폭풍 전개에 시청자들은 "오늘 마지막회인 줄 알았다"며 숨막히는 전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6회가 마지막인줄 알았다. 김희애 미친연기 넘 리얼하다", "부부의 세계는 매회가 마지막회 같아. 숨이 멎을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반적인 불륜 드라마가 바람을 피운 배우자에 대한 처절한 응징으로 막을 내리는 것에 반해 '부부의 세계'는 정형화된 틀을 완벽히 벗어났다.예상치 못한 불륜사실이 드러났던 1회는 가장 빠른 전개의 대표격이다. '부부의 세계'는 누구보다 완벽했던 가정을 가진 것으로 알고 지냈던 지선우가 남편의 불륜을 깨닫고 혼란을 겪는 과정을 표정하나하나로 여실히 보여줬다.

이후 불륜 상대에 대한 대처나 바람을 피운 배우자에 대한 대응도 통상적인 룰을 완벽히 탈피했다.



남편의 친구인 제혁과 잠자리를 하는 순간에도 지선우는 이혼에 대한 철저한 계획을 머릿속에 그렸다.

'부부의 세계'는 단순히 불륜을 저지른 상대 배우자를 응징하는 것이었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드라마 양상을 예고하면서 예측하기도 어려운 앞으로의 상황을 예고한다.

특히 2년 후 고산으로 돌아온 이태오와 여다경이 지인들을 파티에 초대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자 이후 전개에 대한 시청들의 궁금증은 극에 달하게 됐다.

첫 회 6.3%(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일일 기준)로 스타트를 끊은 '부부의 세계'는 김희애와 박해준의 섬세한 연기와 파격적인 변신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여기에 지난 13일 방송된 6회 방송분은 18.8%를 기록하며 3배나 상승했다.



오는 7회에서 이태오는 선전포고처럼 이웃을 비롯해 아들 이준영에게까지 초대장을 보낸다.

한순간의 배신으로 늪에 빠진 이태오는 지선우의 치밀한 복수에 휘둘려왔다. 벼랑 끝에 내몰린 지선우는 온몸을 내던져 자신이 맛본 배신감과 상실, 좌절 그 지옥을 그에게 고스란히 돌려줬다. 그런 이태오가 2년 만에 고산으로 돌아온 것이다.

공개된 예고편에서 "제가 고산에 돌아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신세를 진 사람한테는 진만큼 갚아줘야죠"라는 그의 말은 의미심장하게 궁금증을 자극한다.

이태오가 몰고 올 파장은 평온을 되찾은 지선우의 일상을 또다시 집어삼키게 될까. 접근금지명령 2년의 유효기간이 지난 후 아들을 둘러싼 끝나지 않은 싸움은 어떤 갈등을 유발할까.

"부부는 뭐였을까. 함께한 시간들은 뭐였으며 그토록 잔인하게 서로를 몰아붙인 건 뭐였을까. 사랑해서? 미워해서? 결국은 인간이라서?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이제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는 지선우의 독백은 세상의 많은 부부들에게 과제를 남겼다.

이미나 기자 minalee120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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