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가장 '핫'한 이슈를 짚는 시간
400만 구독자 '워크맨' 일베 자막 사용 논란
박하나 "재앙" 발언은 文 대통령 비하로 해석돼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뭇매 맞는 유명인 발언들
400만 구독자 '워크맨' 일베 자막 사용 논란
박하나 "재앙" 발언은 文 대통령 비하로 해석돼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뭇매 맞는 유명인 발언들
최근 유명 연예인과 특정 방송이 사용하는 단어들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며 논란을 빚고 있다. 스튜디오 룰루랄라가 제작하는 웹 예능 '워크맨'의 자막과 배우 박하나의 발언이 그렇다.
이들이 사용한 단어는 각각 '노무'와 '재앙'이다. 고유의 사전적 의미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정치적 이슈와 결부되면서 큰 파장을 낳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의도가 반영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지나치게 정치적 프레임에 가둬놓고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둘 중 더 큰 파장을 일으킨 쪽은 400만 구독자를 보유했던 '워크맨'이다. 지난 11일 공개된 '워크맨' 부업 편에서는 방송인 장성규와 김민아가 피자 상자 접기 아르바이트를 체험했다. 이날 132개의 상자를 접은 장성규와 김민아는 "잔돈이 부족하다"는 피자집 사장의 말에 18개를 추가해 150개를 접기로 했다.이때 제작진은 '18개 노무(勞務) 시작'이라는 자막을 넣었다. 이를 본 구독자들은 '노무'가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단어로 쓰인다며 제작진의 일베 회원 의혹을 제기했다.
제작진은 해당 영상을 삭제한 뒤 자체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노무(勞務)'라는 자막은 사전적 의미인 '노동과 관련된 사무'의 뜻으로 전달하고자 한 것"이라며 "해당 단어를 특정 커뮤니티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중이라는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워크맨'이 과거에도 '노알람' 'NO2' 등 일베에서 쓰는 단어들을 사용한 정황이 발견되면서 "처음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왔다. 그 사이 구독자는 19만명 가량 감소했다.
사태가 커지자 고동완 담당PD는 지난 17일 직접 공식 입장문을 내놨다. 고 PD는 "특정 극우 사이트를 비롯해 어떠한 커뮤니티 활동도 한 적이 없다"며 "(인지하고 있었다면) 제 삶을 바친 이 프로그램과 제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필요하다면 개인 접속 기록 서버에 대한 일체의 검증도 수용할 의향이 있다"며 억움함을 토로했다.그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최신 유행과 신조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인기를 끌었던 '워크맨'의 제작자로서 이러한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 의아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배우 박하나는 코로나19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를 보냈다가 뜻밖의 비난 여론이 일었다.
박하나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재앙과도 같은 이 힘든 시기를 우리 모두 잘 이겨내 보자"라며 "면역을 위해 프로폴리스, 홍삼, 클로렐라, 프로바이오틱스 비타민을 챙겨 먹고 있다. 내가 강해져야 다른 분들께 피해를 드리지 않을 거라 생각해 잘 챙겨 먹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또 "다음달 방송을 위해 저희 드라마 스태프들과 감독님들, 배우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모두 감사드리고 곧 좋은 연기로 인사드리겠다"며 "많은 분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하고 계실 텐데 모두 건강하시고 힘내시라. 이겨낼 수 있다.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서 문제가 된 점은 '재앙'이라는 단어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단어가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빗대어 비하하는 말이라며 박하나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때아닌 구설수에 오르자 박하나는 별다른 해명 없이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후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다가 최근에서야 활동을 재개했다.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연예인이나 콘텐츠 제작자일수록 단어 선택의 신중함을 가해야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단순히 "몰랐다"는 무책임한 변명으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각종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수많은 신조어도 쏟아지는 만큼 더 조심해야 하고, 더 많이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앞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숨은 의미가 있는 단어를 썼다는 자체만으로 지나치게 비난하는 것 또한 적절치 않다. 자칫하면 개인이나 집단의 창조적 사고를 억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명백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거나, 실수를 바로 잡으려 노력한다면 조금 더 넓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해 보인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