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잃은 하늘은 오열했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검선은 불길한 고통을 느꼈다. 지금까지는 누군가 죽어 떠난 자리가 결핍으로 작용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지주의 죽음은 분명하게 인물들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 검선 김광택(전광렬)과 천주(최민수)에게 결단의 순간이 찾아왔다는 것은 백동수(지창욱)와 여운(유승호)이 성장한 뒤에도 계속 드리워져 있던 윗세대의 그늘이 걷힐 순간이 다가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들처럼 절절하게 모든 것을 걸고 검으로, 감정으로 부딪히고 깨어진 일이 없던 동수와 여운도 이제는 완전히 엇갈린 길을 가면서 “넌 내 손에 죽을 테니까” 미리 죽어서는 안 된다며 미래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를 보내며 울고 있는 진주(윤소이)를 지켜주겠다는 동수의 위로에 “혼자서 어떻게 (진주와 지선 모두를) 지켜낼 생각입니까?”라고 물었던 홍도(김다현)의 질문은, 지금까지 동수가 살아온 방식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동수의 방식은 이 작품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이기도 했다. 이야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하는 순간, 다시 누군가 등장하고 본격적인 대결이나 갈등은 반복해서 유예된다. 하지만 동수가 자신 혼자서는 진주와 지선을 모두 지킬 수 없고 여운을 자신의 의지로 돌아오게 할 수 없음을 알게 되는 순간, 선택에 직면하게 되었다. 자신의 정치를 가로막는 이들을 “한 놈도 살려두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홍대주(이원종)는 감옥에서 풀려났고, 여운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간다. 김광택이 천주와 목숨을 걸고 맞서게 될 ‘열흘 후’의 대결은 흑사초롱과 장용위의 대결이기도 하면서 다른 모든 사건의 갈등이 충돌하는 거대한 싸움이 될 것이다. 이제 가 가져야 할 것은 지금까지 끌어온 이야기들을 발판으로 삼아 그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달려갈 힘이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이 새로운 시작은 늦은 감이 있어도 반가운 일이 될 것이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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