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28일 잠실 올림픽공원 올림픽 홀에서 열린 그룹 2NE1 콘서트 는 MR로 진행됐다. MR로 나오는 사운드는 실제 드럼으로 낼 수 없는 크고 묵직한 리듬을 낼 수 있었고, 강한 전자음이 공연장 전체를 뒤덮었다. 2NE1이 공연의 첫 두곡을 ‘Fire’, ‘Can`t nobody’ 등 강렬한 분위기의 히트곡들로 꾸민 것은 MR 사운드의 특징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Can`t nobody’에서는 일반적인 공연의 후반에나 등장할 법한 종이 폭죽이 하늘 위로 쏘아 올려졌다. 콘서트라는 형식을 유지했지만, 는 상당부분 2NE1이 분위기를 이끄는 클럽 파티 같은 느낌을 내려 했다. 공연 후 기자간담회에서 CL이 “너무 큰 공연장보다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이 정도의 공연이 좋다”고 한 것 역시 공연에서 지향하는 바를 보여줬다.

, 또는 ‘놀자’는 2NE1의 슬로건이자 그들이 다른 걸그룹과 차별화 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를 비롯한 대다수의 걸그룹은 무대 위의 패션을 통해 곡마다 명확한 콘셉트를 전달했고, 하나의 기승전결을 갖춘 안무를 통해 대중이 넋을 잃고 바라볼 수 있는 쇼를 만들어냈다. 반면 2NE1은 ‘Fire’를 발표하던 그 순간부터 멋대로 입은 것 같은 패션과 자유분방한 동작들을 선보였다. 일반 대중들이 머리를 길게 땋아 올린 산다라 박의 머리 모양이나 갑자기 다리를 찢는 민지의 춤을 따라할 수는 없다. 하지만 2NE1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눈치 보지 말고 마음대로 놀아라. 걸그룹의 공연이었지만 에는 유독 10~20대 여성을 많이 볼 수 있었고, 그들은 공연 초반부터 일어서서 각자의 방식으로 몸을 흔들었다. 2NE1은 그렇게 여신이 되는 대신 놀이판을 만들면서 대중성을 확보했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 사이에서

아쉽게도 멤버 한 명씩 공연과 퇴장을 반복하는 구성은 흐름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2NE1의 독특한 정체성은 의 가장 큰 장점이자 딜레마였다. ‘Fire’, ‘Can`t nobody’, ‘I don`t care’ 등 히트곡들을 연이어 쏟아 부은 공연 초반은 가히 2NE1이 자신들의 히트곡 리믹스를 클럽에서 부르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2NE1은 공연장 메인 스테이지와 앞으로 길게 뻗은 무대를 오가며 그들의 에너지로 공연장을 달궜다. 하지만 2NE1은 정말 클럽에 온 것은 아니었고, 그들은 아직 2시간 이상의 공연을 빼곡하게 채울 만큼 많은 레퍼토리를 갖지는 못했다. CL과 민지가 함께한 ‘Please don`t go’, 산다라 박의 ‘Kiss’, 박봄의 ‘You & I’와 ‘Don’t cry‘ 등 솔로 무대는 멤버 개개인의 역량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연으로서는 필요한 무대였다. 이번 공연에서 바운스를 잘 살린 보컬로 자신이 박봄과 다른 역할의 보컬이라는 것을 보여준 산다라 박은 ‘Kiss’로 자신이 무대 하나를 구성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박봄이 언니 박고은과 함께한 무대 역시 박봄에게 의미 있는 무대였을 것이다. 하지만 멤버 한 명씩 공연과 퇴장을 반복하는 구성은 흐름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공연의 분위기가 살아난 건 솔로 무대와 ‘아파’, ‘Lonely’ 등 발라드 곡들까지 지난 뒤였다. 일반적인 공연이라면 무리 없는 구성이지만, 공연 초반 거침없이 달리던 2NE1의 에너지와 솔로 무대를 적절히 섞을 수 있는 전개를 보여줬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공연 중간 한차례 막을 내려 아예 공연을 둘로 나눈 듯한 구성을 보여준 것은 일관된 흐름을 보여주기 어려운 의 구성에 최대한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아이디어처럼 보였다.

공연과 클럽. 또는 그룹만의 정체성과 그룹으로서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 아직 정규 앨범을 한 장 낸 2NE1은 두 가지 모두를 잡아야할 필요가 있었고, 그것들을 절충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융합하는 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Fire’, ‘Can`t nobody’, ‘박수쳐’ 등 2NE1은 방송활동을 한 곡들을 선보일 때는 자유분방하게 뛰어다니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반면 다른 곡들에서는 댄서들과 동작을 맞춘 안무를 많이 선보였고, 그 동작들은 대부분 메인 스테이지에서 진행됐다. 이런 안무들은 메인 스테이지 앞으로 길게 뻗은 통로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고, 그만큼 2NE1 특유의 에너지가 전달되기 어려웠다. 또한 클럽 사운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강하고 단단한 리듬을 부각하는데 집중한 사운드는 그만큼 고음에서 날카롭게 쏘는 소리를 내면서 귀를 피로하게 했다. 2NE1이 지금 가진 것이 지치지 않는 에너지라면, 앞으로는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을 조율할 수 있는 능숙함이 필요할 것이다. ‘놀자’라는 외침 속에서 보여줄 소녀들의 성장

그러나 정규 공연의 마지막 곡을 부르기 전, 민지는 눈가를 만지며 눈물을 닦아냈다. 올해 17살의 민지에게 첫 공연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로 남게 될 것이다. 민지가 눈물을 닦아낸 뒤 부른 곡은 ‘Ugly’였다. 바로 앞에서 ‘내가 제일 잘 나가’를 부르며 무대를 휘젓던 2NE1은 ‘Ugly’를 통해 자신이 예쁘지 않다고,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자신의 내면을 드러낸다. 그건 2NE1이 가진 성장 서사다. 공연 중간에 그들이 데뷔를 위해 기다린 시간을 보여준 영상처럼, 그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연습생에서 ‘내가 제일 잘 나가’라고 노래할 수 있는 걸그룹이 됐고, 그 힘은 ‘놀자’라는 슬로건아래 자신들의 놀이에 대중을 끌어들인 데서 나왔다. 민지의 눈물은 그 성장의 한 순간을 집약했다. 톡톡 튀는 모습으로 ‘놀자’를 외치며 인기를 얻던 걸그룹은 이제 ‘Ugly’를 부르고, 공연 중 눈물을 보이며 자신의 속을 드러낼 수 있는 시기를 맞이했다. 앵콜까지 끝난 뒤, 2NE1은 다시 등장해 돌아가려는 관객들을 붙잡았다. 준비된 곡은 모두 끝났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 준비도 없이 ‘Can`t nobody’를 불렀고, 정해진 동작 대신 무대에서 뒹굴며 노래했다. 2NE1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첫 공연을 치른 그룹의 성장은 그렇게 무대 위에서 하나로 합쳐졌다. 어쩌면 이 걸그룹은 이제부터 ‘놀자’라는 외침 속에서 자신들의 성장과 이야기, 그리고 무대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사진제공. YG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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