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회 MBC 월-금 저녁 8시 15분
“하버드 졸업하고 월 스트리트서 펀드 매니저로 일하던” 재벌 2세 신우(박윤재)가 남편으로부터 이혼당한 직후 사별한 자사 콜센터 직원 영심(신애라)을 좋아하게 된다. 수많은 ‘줌마렐라’ 드라마가 원 없이 우려먹었던 설정이다. 하지만 영심이 취객에게 희롱당할 때 백마 탄 왕자님처럼 구해 주려던 ‘총각’ 신우가 오히려 한 방 맞고 영심의 도움을 받으면서 팔불출 허당 기질을 보인 것처럼, 뻔해 보이는 설정 안에서의 참신한 순간들과 ‘아줌마’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토라지고 삐지는 모습이 은근히 귀여운 남자 주인공 캐릭터는 분명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지점은 가부장제의 유산인 종갓집의, 혈연이 아닌 여성 3대가 만들고 지켜온 공동체의 모습이다. 대부분의 일일 드라마는 고부간, 시누이 동서 간 등 가족 내 여성들의 극단적 갈등을 통해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영심의 시할머니 막녀(강부자)와 시어머니 혜자(김보연)는 며느리들을 차별하거나 억압하지 않는 ‘친정 같은 시월드’를 이루었고, 이는 만월당의 여성들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며 각자에게 닥친 삶을 살아나가는 밑바탕이 된다. 게다가 영심의 손아랫동서 혜원(강경헌)이 사업 부도로 해외 도피한 남편 때문에 고생하고, 큰 시누이 연정(이하늬)은 10년 사귄 애인에게 배신당하며, 막내시누이 순정(김준형)이 임신 소식을 들은 남자 친구로부터 이별을 통보받는 등 다사다난한 패가 단 3주 만에 펼쳐지며 속도감 있는 전개로 이야기를 한층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신우가 영심에게 적극적으로 애정을 드러내기 시작할 이제부터, 는 MBC 일일 드라마의 황금기를 가져올 수 있을까.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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