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우니! 물어! 정 여사가 외칠 때마다 생각한다. 가끔 물려도 좋으니 저런 반려동물 하나만 있으면 좋겠다고. 독거 라이프의 가장 큰 즐거움은 부모님이나 룸메이트의 간섭 없이 적어도 내 방 안에서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장점은 단점의 반대쪽 면일 뿐이다. 밖에서 일을 마치고 들어올 때마다 느껴야 하는 적막과 컴컴함, 쉴 새 없이 떠들지만 정작 내 말은 들어주지 않는 TV 앞에서 견뎌야 하는 외로움은 독거의 가장 큰 어려움이다. 하여 많은 독거인들이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하지만, 여러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원룸에서는 이 역시 허락되지 않는다. 남들이 귀여운 동물을 펑펑 터뜨리는 살벌한 게임을 할 때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햄스터를 키워도, 옵티머스 프라임 변신로봇과 대화를 시도해도, 가슴 한 쪽의 공허함은 도저히 채워지질 않는다. 이럴 때 필요한 건, 그렇다, 브라우니! 우울한 땐 역시 단맛이다.

시중에 나온 브라우니 믹스는 그 자체로 충분히 달지만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단맛은 그보다 진해야 한다. 보통 마트에는 브라우니 믹스가 있는 자리 즈음에 쿠키용 초코칩 역시 진열해놓고 있으니 함께 구입하자. 방법은 부침개만큼 쉽다. 볼 안에 믹스 한 봉을 붓고 초코칩 역시 한 움큼 집어넣는다. 칼로리가 걱정된다고 말하려면 웨일즈의 너른 들판에 엎드려 풀을 뜯어라. 우린 오늘, 앞만 보고 달리는 거다. 레시피 대로 물 60㎖를 넣으면 뭔가 많이 부족해 보이지만 걱정 말고 저어보자. 점도가 높아서 쉽게 저어지진 않지만 그래도 열심히 저으면 반죽이 된다. 특히 자기가 노가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 삽으로 콘크리트를 비벼 저 건물을 세웠네 말았네, 하는 남자들은 여기서 그 근성을 보여주자. 반죽을 만들었으면 전자레인지 용기에 담아 4분 정도 돌려주면 되는데, 각 전력별 돌아가는 시간을 잘 확인하도록 하자. 물의 양과 굽는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다 만들어졌을 때 브라우니보다는 검은 쿠키에 가까운 매우 달고 딱딱한 고체를 우드득 씹을 수 있다. 그래, 나처럼.

오늘의 교훈: 그냥 편의점에서 사먹을 걸.



글, 사진. 위근우 기자 eigh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