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이하 GD)의 팬으로 사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일 수도 있다. 새 앨범 첫 곡 ‘One of a kind’를 발표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그는 TV에는 SBS 로 단 두 번만 출연했다. 라디오는 같은 소속사의 유인나가 진행하는 KBS 한 번, 오락 프로그램은 MBC 만이 예정됐다. GD가 네이버 뮤직을 통해 두 번 진행한 인터넷 방송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가장 유명한 스타 중 한 사람이 가장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최근 특정 미디어나 기업과 콜라보레이션에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 빅뱅과 2NE1은 지상파에서 에만 출연했고, 빅뱅의 스페셜 에디션에는 현대카드가 참여했다. GD의 첫 방송에서 ‘One of a kind’ 무대는 뮤직비디오 세트를 거의 그대로 구현하며 3D에 같은 효과를 냈고, ‘크래용’은 컷이 바뀌는 순간 1층에 있던 GD가 2층으로 올라간다. 한 프로그램에 집중, 무대 하나에 집중하며 가능해진 결과다. 파트너들이 만든 무대 위에만 서되, 가능한 좋은 결과물을 낸다. YG, 그 중에서도 GD는 대륙 한 가운데 있는 섬이다. 모두가 그가 서 있는 곳을 볼 수 있다. 그러나 GD는 사람들과 섞이지 않는다.
홍보, 예능, 프로듀싱까지 모두 혼자서
GD가 스스로 “미쳤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섬에서 벗어나는 대신 섬 자체를 키워 대륙의 사람들을 끌어들이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GD는 첫 방송에서 곰 인형 탈을 쓰고 방청객을 안내했고, 앨범 공개 전 네이버 뮤직에서는 프로듀서로서 곡들을 소개했으며, 음원 발표 직전에는 동료들과 자축 이벤트를 벌였다. 지난 25일에는 인터넷 방송에서 토크쇼 진행자가 되기도 했다. 뮤지션 한 명이 홍보팀이, 프로듀서가, 예능프로그램 MC가 해야 할 일을 모두 혼자 하며 새 앨범을 알렸다.GD가 ‘크래용’의 뮤직비디오에서 1인 다역을 소화한 것은 콘셉트만은 아니다. 새 앨범 는 음악을 넘어 GD의 활동 전체를 더해야 지도가 그려지고, GD는 그 지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완성하며 ‘One of a kind’라 명명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한다. ‘One of a kind’는 GD의 태도와 결과물이 100% 합치한 예다. ‘One of a kind’의 사운드는 ‘올해의 녹음’이라 할 만큼 신선하다. 올해 나온 곡들 중 가장 묵직하고 넓은 저음이 쿵하고 자리를 깔아주면, 수많은 효과음들이 입체적으로 넓게 퍼져 얇은 벽 역할을 하며 넓은 가상의 공간을 만든다. GD는 이 공간 안에서 쉴 새 없이 랩의 플로우를 바꾸고, 래퍼와 코러스의 역할을 동시에 소화하며 공간 곳곳을 날아다닌다. 그리고 곡의 이미지는 넓은 가상의 공간에서 GD가 수많은 모습으로 활약하는 뮤직비디오로 정확하게 시각화 된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치밀하고 계산적이다. 어쿠스틱 기타로만 진행되는 ‘그 XX’ 마저 파트마다 멜로디의 전개를 바꾸고, 때론 랩과 노래 중간쯤에 있는 보컬로 절묘하게 곡의 흐름을 바꾼다. 하지만 겉으로는 ‘크래용’의 가사처럼 ‘Why so serious?’라며 신나게 놀자고 한다. 비난받기 쉬운 태도를 치밀하게 설계된 결과물로 납득시키고, 동시에 여유까지 보이려는 패기. 아슬아슬하고, 호오가 뚜렷하게 나뉘지만 그만큼 주류 대중음악계에서는 찾기 힘든 ‘그 미친 XX’로서 GD의 색깔은 뚜렷해진다. 반면 솔로에서 진하게 보여준 음악은 리더이자 프로듀서인 빅뱅을 통해 대중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빅뱅이 힙합적인 색채가 강한 ‘Bad boy’로 활동했기에 ‘One of a kind’도 보다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리고 시너지는 친구들과 함께
그러나 GD는 이제 전반전을 뛴 것처럼 보인다. 25일의 인터넷 방송에서 그는 노래방처럼 MR만을 깔고 노래했다. 무대 위에서는 화려하지만, 필요하다면 마이크만 들고 노래하는 것은 지금 GD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 무대는 GD가 그의 친구이자 ‘One of a kind’의 댄서였던 리디아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 날 방송의 제목은 였다. 또한 그는 SBS의 프로그램이 아닌 을 솔로 활동 첫 예능프로그램으로 선택했다. 은 GD가 작년에 한 달 이상 출연하면서 크루에 가까운 관계를 맺었다. 새 앨범의 활동이 진행될수록, 그는 점점 더 많은 친구들을 소개하고,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세계와 그 바깥을 명확하게 나눈다.
의 수록곡들이 상당수 더 넓고, 더 많은 공간과 사람들의 확인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흥미롭다. 원맨 플레이로 진행되던 ‘One of a kind’의 마지막에는 강렬한 코러스가 등장하고, ‘크래용’은 축구 경기 중인 스타디움을 연상시키는 환호성으로 끝난다. ‘Today’는 마치 펑크록같은 사운드와 함께 합창으로 ‘So today, I don’t care cuz we wild we rolling stones’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앨범의 마지막 곡은 GD가 앨범에서 유일하게 다른 래퍼의 랩을 허락하고, 파트를 동등하게 나눈 ‘Light it up’이다. 는 모든 것이 GD로부터 시작되지만, 그 끝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욕망이 언뜻언뜻 보인다. 스스로를 미쳤다고 하는 사람이 자신이 뛰어놀기 가장 좋은 세계를 만들고, 점점 더 많은 친구들을 끌어들여 자신의 세계를 넓힌다. GD의 세계가 그 바깥을 압도할 만큼 커지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자본과 시스템이 대중음악계를 주도하는 지금, 아이돌산업 안에서 성장한 그가 20년 전 선배들처럼 대중음악의 흐름을 완전히 엎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돌도 오디션 프로그램도, 싸이를 제외한 K-POP의 해외 진출기도 지겨워지기 시작한 지금, 리얼다큐로 데뷔한 아이돌이 자신의 태도와 메시지를 모든 과정에 걸쳐 실현하는 것을 보는 것은 재미있다. 모든 게 시들한 주류 대중음악계에서 뭔가 재미있는 일을 벌일 수 있고, 어쩌면 더 큰 세계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은 미친 XX. 그만하면, ‘One of a kind’가 맞다.
글. 강명석 기자 two@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최근 특정 미디어나 기업과 콜라보레이션에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 빅뱅과 2NE1은 지상파에서 에만 출연했고, 빅뱅의 스페셜 에디션에는 현대카드가 참여했다. GD의 첫 방송에서 ‘One of a kind’ 무대는 뮤직비디오 세트를 거의 그대로 구현하며 3D에 같은 효과를 냈고, ‘크래용’은 컷이 바뀌는 순간 1층에 있던 GD가 2층으로 올라간다. 한 프로그램에 집중, 무대 하나에 집중하며 가능해진 결과다. 파트너들이 만든 무대 위에만 서되, 가능한 좋은 결과물을 낸다. YG, 그 중에서도 GD는 대륙 한 가운데 있는 섬이다. 모두가 그가 서 있는 곳을 볼 수 있다. 그러나 GD는 사람들과 섞이지 않는다.
홍보, 예능, 프로듀싱까지 모두 혼자서
GD가 스스로 “미쳤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섬에서 벗어나는 대신 섬 자체를 키워 대륙의 사람들을 끌어들이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GD는 첫 방송에서 곰 인형 탈을 쓰고 방청객을 안내했고, 앨범 공개 전 네이버 뮤직에서는 프로듀서로서 곡들을 소개했으며, 음원 발표 직전에는 동료들과 자축 이벤트를 벌였다. 지난 25일에는 인터넷 방송에서 토크쇼 진행자가 되기도 했다. 뮤지션 한 명이 홍보팀이, 프로듀서가, 예능프로그램 MC가 해야 할 일을 모두 혼자 하며 새 앨범을 알렸다.GD가 ‘크래용’의 뮤직비디오에서 1인 다역을 소화한 것은 콘셉트만은 아니다. 새 앨범 는 음악을 넘어 GD의 활동 전체를 더해야 지도가 그려지고, GD는 그 지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완성하며 ‘One of a kind’라 명명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한다. ‘One of a kind’는 GD의 태도와 결과물이 100% 합치한 예다. ‘One of a kind’의 사운드는 ‘올해의 녹음’이라 할 만큼 신선하다. 올해 나온 곡들 중 가장 묵직하고 넓은 저음이 쿵하고 자리를 깔아주면, 수많은 효과음들이 입체적으로 넓게 퍼져 얇은 벽 역할을 하며 넓은 가상의 공간을 만든다. GD는 이 공간 안에서 쉴 새 없이 랩의 플로우를 바꾸고, 래퍼와 코러스의 역할을 동시에 소화하며 공간 곳곳을 날아다닌다. 그리고 곡의 이미지는 넓은 가상의 공간에서 GD가 수많은 모습으로 활약하는 뮤직비디오로 정확하게 시각화 된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치밀하고 계산적이다. 어쿠스틱 기타로만 진행되는 ‘그 XX’ 마저 파트마다 멜로디의 전개를 바꾸고, 때론 랩과 노래 중간쯤에 있는 보컬로 절묘하게 곡의 흐름을 바꾼다. 하지만 겉으로는 ‘크래용’의 가사처럼 ‘Why so serious?’라며 신나게 놀자고 한다. 비난받기 쉬운 태도를 치밀하게 설계된 결과물로 납득시키고, 동시에 여유까지 보이려는 패기. 아슬아슬하고, 호오가 뚜렷하게 나뉘지만 그만큼 주류 대중음악계에서는 찾기 힘든 ‘그 미친 XX’로서 GD의 색깔은 뚜렷해진다. 반면 솔로에서 진하게 보여준 음악은 리더이자 프로듀서인 빅뱅을 통해 대중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빅뱅이 힙합적인 색채가 강한 ‘Bad boy’로 활동했기에 ‘One of a kind’도 보다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리고 시너지는 친구들과 함께
그러나 GD는 이제 전반전을 뛴 것처럼 보인다. 25일의 인터넷 방송에서 그는 노래방처럼 MR만을 깔고 노래했다. 무대 위에서는 화려하지만, 필요하다면 마이크만 들고 노래하는 것은 지금 GD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 무대는 GD가 그의 친구이자 ‘One of a kind’의 댄서였던 리디아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 날 방송의 제목은 였다. 또한 그는 SBS의 프로그램이 아닌 을 솔로 활동 첫 예능프로그램으로 선택했다. 은 GD가 작년에 한 달 이상 출연하면서 크루에 가까운 관계를 맺었다. 새 앨범의 활동이 진행될수록, 그는 점점 더 많은 친구들을 소개하고,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세계와 그 바깥을 명확하게 나눈다.
의 수록곡들이 상당수 더 넓고, 더 많은 공간과 사람들의 확인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흥미롭다. 원맨 플레이로 진행되던 ‘One of a kind’의 마지막에는 강렬한 코러스가 등장하고, ‘크래용’은 축구 경기 중인 스타디움을 연상시키는 환호성으로 끝난다. ‘Today’는 마치 펑크록같은 사운드와 함께 합창으로 ‘So today, I don’t care cuz we wild we rolling stones’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앨범의 마지막 곡은 GD가 앨범에서 유일하게 다른 래퍼의 랩을 허락하고, 파트를 동등하게 나눈 ‘Light it up’이다. 는 모든 것이 GD로부터 시작되지만, 그 끝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욕망이 언뜻언뜻 보인다. 스스로를 미쳤다고 하는 사람이 자신이 뛰어놀기 가장 좋은 세계를 만들고, 점점 더 많은 친구들을 끌어들여 자신의 세계를 넓힌다. GD의 세계가 그 바깥을 압도할 만큼 커지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자본과 시스템이 대중음악계를 주도하는 지금, 아이돌산업 안에서 성장한 그가 20년 전 선배들처럼 대중음악의 흐름을 완전히 엎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돌도 오디션 프로그램도, 싸이를 제외한 K-POP의 해외 진출기도 지겨워지기 시작한 지금, 리얼다큐로 데뷔한 아이돌이 자신의 태도와 메시지를 모든 과정에 걸쳐 실현하는 것을 보는 것은 재미있다. 모든 게 시들한 주류 대중음악계에서 뭔가 재미있는 일을 벌일 수 있고, 어쩌면 더 큰 세계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은 미친 XX. 그만하면, ‘One of a kind’가 맞다.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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