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 tvN 수 밤 12시
“잘못 찾아왔네요. 갈 걸.” 참가자 대기실에서 장기자랑을 연습하던 한 학생이 말했다. 이것은 의미심장한 농담이다. 국내 최초 인문교양 서바이벌을 지향하는 이 프로그램은 의 토론 버전을 욕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방송은, 빠르고 감각적인 편집, 고난도 미션을 단계별로 통과하는 서바이벌 전개 방식, 멘토와 심사위원의 활용 방식 등 의 많은 성공요인들을 빌려오고 있다. 예컨대 어제의 시즌3 첫 회에서 윤종신과 외모마저 흡사한 진중권 교수가 참가자들에게 날카로운 심사평을 내리며 당락을 판정하는 모습은 예선전 풍경을 방불케 했다. 같은 방송사 프로그램 의 ‘고소 집착남’ 캐릭터를 가져온 강용석과 대학생들의, 실소를 자아내던 고소 배틀도 의 논란 마케팅을 벤치마킹한 혐의가 짙다.

이것은 결국 의 방점이 ‘인문교양’보다, ‘배틀’이라는 경쟁 형식에서 이끌어내는 재미에 찍혀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바로 이 점 때문에, 토론 문화를 활성화하겠다는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역설에 빠지게 된다. 정과 반의 치열한 논쟁을 통해 ‘합’이라는 대안점을 찾아가는 과정인 토론의 본질이, 승자와 패자를 가리기 위한 경쟁구도 사이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1라운드에서, 준비해온 주제를 유려하게 풀어나가던 참가자들이 ‘그래서 구체적인 대안은 무엇인지’를 묻는 진중권 교수의 질문에 자주 말문이 막힌 근본적 이유다. 합격 그 너머의 성찰이 없는 프로그램에서 토론은 그저 서바이벌 시장의 틈새 마케팅 수단에 머물게 된다. 물론 토론이라는 딱딱한 소재를 재미있는 예능으로 풀어낸 성과는 분명 인상적이다. 하지만 어느덧 시즌 3에 접어든 만큼 이 프로그램 역시 “싸우지 말고 토론하자”는 슬로건에 걸맞게 더 발전된 ‘대안’을 보여줄 때가 됐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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