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니무니다
1. I`m not a human, but 온도니가 자코 예쁜 나같은 뇨자.
2. 끝없는 네버엔딩 퀘스쳔의 질문과도 같은 혼돈의 카오스 뫼비우스 시지프스 스위스위스
인간은 타인을 무엇으로 판단하는가. 국적, 성별, 환경은 그 자체로 개인을 말해주지 않지만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러한 부분적 정보의 조합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구분 짓는 데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KBS ‘멘붕스쿨’의 일본 출신 유학생 갸루상(박성호)이 낡은 인습을 뛰어넘어 인간의 실존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나타났다. 추성훈을 비롯해 ‘혈통상 한국인’인 재외동포 유명인들이 흔히 받곤 하는 “당신은 한국 사람인가, 일본 사람인가” 같은 우문에 “한국사람 아니무니다. 일본 사람 아니무니다”라고 단언한 데 이어 “사람이 아니무니다. 갸루상입니다”라는 현답을 통해 서류상의 국적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유일한 개체로서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그는 “남잔가, 아니면 여잔가?”라는 성별이분법적 질문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고수한다.

그래서 자신은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며 “일본에서도 태어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갸루상이 “그럼 넌 뭔데?”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해 “아직 태어나지 않았스무니다. 저는 수정란이무니다. 빨리 태아가 되고 싶스무니다”라고 답하는 것은 질문의 전제에 담긴 오류를 간파한 고차원적 논법이기도 하다. 초밥을 보자마자 “간장에 찍어먹는지, 초장에 찍어먹는지”부터 결정하려는 교사(황현희)에게 “먹는 거 아니무니다”라는 일침을 가하고, “집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 모시고 와”라는 명령에 “집이 없스무니다”라며 상대가 간과한 결핍의 지점을 지적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결국 멘탈의 붕괴를 일으킨 교사는 “너 그럼 어디 살아?”라며 질문의 범주를 확장하지만 스스로를 ‘갸루상’으로 객관화해 칭하며 “살지 않스무니다. 살지 않스무니다…”라고 읊조리는 갸루상은 자신의 실존 여부마저 의문의 영역으로 남긴 채 사라진다. 그렇다면 과연 갸루상이 수정란의 꿈을 꾸는가, 수정란이 갸루상의 꿈을 꾸는가. 질문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용례 [用例]
* ‘미친소’와 조서쓰기
Q. 이름!
A. 이름이 없스무니다.
Q. 이 새끼 이거 이거 무슨 개수작일까? 너 지갑에 든 민증 까 볼까?
A. 지갑이 없스무니다.
Q. 아, 나 이 새끼 점점 마음에 드네. 너 낳아주신 부모님이 붙여 주신 세 글자 있잖아!
A. 외자이무니다.

* 그들의 손길에서 벗어나기
Q. 영혼이 참 맑아보이시네요.
A. 영혼이 없스무니다.
Q. 조상님들께 안 좋은 일이 있으신 것 같은데…
A. 알에서 나왔스무니다.
Q. 아니, 장차 크게 되실 분 같아서 드리는 말씀인데…
A. 지금도 너무 크무니다.

* 상대의 눈치 없음에 폭발하기
Q. 주말에 남친이랑 봤어?
A. 안 봤스무니다.
Q. 그럼 남친이랑 봤어?
A. 도 안 봤스무니다.
Q. 그럼 남친이랑 뭐 봤어?
A. 남친이가 없스무니다! 님은 예의가 없스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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