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메아리, 보통 아냐. 리틀 박민숙(김정난)이야.” SBS 정록(이종혁)이 메아리를 독한 ‘청담마녀’와 비교하며 말했다. 하지만 메아리가 보통이 아닌 진짜 이유는 사나운 마녀라서가 아니다. 메아리는 열이면 열, 드라마 속 등장하는 장면마다 보란 듯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윤(김민종) 앞에서는 사랑에 빠진 소녀, 이수(김하늘) 앞에서는 애교 넘치는 제자, 윤의 후배 변호사에게는 불을 쏘아대는 파이터, 정록과의 대화에서는 이중 스파이 제안에 설레는 말괄량이 아가씨까지도 변신 가능하다. 거기에 메아리가 자신을 애 취급하는 윤에게 “나 정 싫으면 24살한테 정식으로 거절해요”라고 똑 부러지게 말할 때면 이 캐릭터의 다음 얼굴뿐 아니라 배우로서 막 첫걸음을 뗀 윤진이의 진짜 얼굴이 궁금해진다. 도대체 이 아가씨는 어디에서 온 걸까.
신데렐라 대신 여전사
걸출한 연기 경험도 없고 어릴 적 현대 무용을 해 본 게 전부인 윤진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6개월 준비 후 대학교 연극영화과에 붙고 메아리가 된 건 분명 동화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윤진이의 동화엔 신데렐라가 아닌, 화끈한 여전사가 산다. 메아리보다 낮은 목소리, 메아리보다는 조금 더 털털한 모습으로 윤진이는 말한다. “좀 쿨한 성격인 거 같아요. 뭘 할 때도 ‘그래 이거 하자! 오케이! 끝’ 한 번에 딱딱 하거든요.” 조금씩 긴장이 풀어지자 자연스러워지는 행동처럼 그녀의 말에도 이미지를 관리한다거나 진심을 포장하려는 위악은 없다. “제가 원래 하고 싶은 건 지르는 편이에요. 결과가 어떻든 일단 하는 성격이요.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도 부모님이 반대 많이 하셨는데 또 질렀죠. 나, 이거 무조건 해야겠다. 후회할 때 하더라도 일단 해보고 후회해야겠다고 설득했어요.”
“연기에 대해 말하기는 아직 어려워요”
목표를 정하자, 여전사의 집중력은 몇 배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자신도 모르게 메아리가 됐다. “윤이 오빠 생일 파티 장면을 찍을 땐 상황에 빠지다 보니 정말 서운하더라고요. 키 큰 모델들이 앞에 있고 진짜 뻘쭘했거든요. ‘오빠들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란 생각에 눈물이 터졌는데 그때 현장에 계신 분들도 놀라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과정은 몰랐던 스스로를 발견하는 설렘이 되기도 한다. “생일 파티 끝나고 뒤돌아서 혼자 걸어가는 장면에서는 제가 손을 이렇게 흔드는 거예요. 의도한 게 아닌데 저도 제가 서운할 땐 저렇게 하는지 처음 알았어요.” 인터뷰 전 사진 촬영을 하면서 어색해했던 처음과 달리, 10여 분이 지나자 조금씩 새로운 얼굴이 나오기 시작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전 선배님들과의 호흡을 말하기 힘들 정도로 정말 부족해요. 연기에 대해 말하긴 더더욱 어렵고요.” 그래서 조심스러운 그녀의 말이 한편으로는 기우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열중하는 것, 심지어 그것이 스스로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윤진이는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길을 찾았고, 이후 그녀가 만들어갈 가능성은 무한대이기 때문이다. 아마 윤진이의 다음은 스스로에게도,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도 흥미진진한 세계가 되지 않을까. 그 가능성에 비하면 지금의 메아리는 그녀가 살짝 보여준 준비운동일지 모른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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