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거나 쿨하거나. 무대 위 소년들은 그렇게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틈새를 비집고 지난해 4월 미니 앨범 로 데뷔한 B1A4는 달랐다. 그들은 순진한 얼굴과 목소리로 “OK girl 너에게만 yes man 뭐든지 다 해줄게 / OK girl 이제부터 니꺼야 I love you”(‘O.K’), “Oh my beautiful target / You zoom zoom my heart like a rocket / 내 뜨거운 심장이 그대를 기다려요”(‘Beautiful Target’)라 순정을 노래했고, 소녀들은 낯 간지러워하는 대신 그 고백을 기껍게 받아들였다. 요즘 발표한 ‘Baby I`m sorry’에서는 거친 안무와 표정을 덧입긴 했지만, 타고난 해사함은 쉽게 감춰지지 않는다. 여전히 B1A4는 땀 냄새보다 비누냄새가 어울릴 것 같은 소년들이다.

그러나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다. “이틀 동안 3시간 밖에 못 잤어요”라는 소속사 관계자의 말이 무색하게, B1A4는 인터뷰 내내 100%의 힘을 쏟아낸다. 누군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중간 중간 끼어드는 건 다반사, 각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해석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다른 멤버가 개인 컷 촬영을 하는 사이 코믹한 춤을 추거나 포토그래퍼의 흉내를 내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마는 것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각자의 출신 지역에 따라 ‘뒤집어라 엎어라’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한참 동안 시전 하더니, “이런 이야기 나오니까 좀 좋다”며 와하하 웃다가 또 신나게 말을 이어간다. 인터뷰 역시 피곤한 스케줄의 일부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듯, 하나같이 천진한 얼굴들이다. 자신들의 콘셉트에 대해서도 “그 정도로 상큼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바로)지만 “작정했다기 보다 무대를 즐기면서 상큼함이 저절로 나왔던 것 같”(진영)다는 걸 보니, 이들에겐 한 데 뭉쳐 활동하는 것 자체가 재미요 에너지인 모양이다.

아직은 멋있는 척보다 장난치는 게 더 좋은 소년들
“진영이가 만든 ‘Baby I`m sorry’를 처음에 딱 들었을 때, 솔직히 좀 놀랐어요. 진짜 노력을 많이 한 게 느껴졌거든요. B1A4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니까 우리에게 어울리는 노래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선한 눈웃음이 매력적인 신우가 다른 멤버들의 칭찬을 하나씩 털어 놓으며 아무리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해 봐도 소용없다. 가장 먼저 B1A4에 합류한 ‘B1A4 1기’ 바로는 “산들이가 진영이 형이랑 영상통화 하는 걸 보고 너무 절망에 빠졌어요. 그래서 회사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노래 잘하는 애는 많다, 그랬어요”라 장난치고, 산들은 “서울 올라와서 바로를 보고 ‘뭐 이런 사람까지 뽑아?’ 그랬죠”라며 지지 않고 받아친다. 가만히 상황을 관찰하다가 둘 사이에서 “반격 한번 해주세요”라고 불을 지피는 건 올해 성인이 된 눈치 빠른 막내 공찬이다. 반면 약한 체력과 할아버지 같은 행동 때문에 ‘할배’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진영은 이 순간만큼은 리더답게 폭주하는 대화에 브레이크를 건다. 물론 그것도 잠시뿐, B1A4 모두가 즐겨한다는 몰래카메라 이야기가 나오면 “아, 나 그때 메소드 연기했잖아!”라며 금세 수다에 동참하고 말지만.

그렇게 다섯 명의 소년들은 B1A4란 이름으로 함께 할 때 더욱 흥미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처음 팀에 합류해서 다른 멤버들을 봤을 때,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많은 색깔을 만들어내고 싶어요.”(산들) 반드시 그것이 무대 위에서의 다채로움일 필요는 없다. ‘음악 프로그램 1위를 해서 숙소를 옮겨면 어떤 점이 좋을까’라는 질문 하나에도 “화장실이 하나 더 있으면 화장실에서 자도 될 것 같아요”(신우), “욕조는 필요 없어요. 세면대만 하나 더 있으면 돼요. 두 명이 동시에 씻을 수 있잖아요”(바로), “보일러가 두 개 필요하겠죠. 찬 물, 더운 물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싫어서”(산들)라고 각각의 대답을 내놓는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하다. B1A4가 무엇을 보여주든, 소녀들은 반할 준비가 되어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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