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수와의 인터뷰가 끝나고 알퐁스 도데의 소설 한 구절이 떠올랐다. 별들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하나의 별이 길을 잃고 나의 어깨에 잠들어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2010년, 언제 어디서나 반짝였고 높은 만큼 한없이 멀기만 했던 김준수는 뮤지컬 로 유성이 되어 홀연히 눈앞에 나타났다. 말 대신 부른 노래는 눈물이 되었고, 눈물은 거름이 되어 하늘이 아닌 땅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운명 피하고 싶다’고 울부짖는 모차르트에 자신을 120% 던진 김준수를 보고 관객은 결국 그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름을 찾고, 마음을 내보이기까지 걸린 7년의 시간. 이 인터뷰가 의미 있다면 그 세월을 본인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줬기 때문일 것이다. 별은 땅에서 더욱 빛났다.

어느새 세 번째 뮤지컬 의 첫 공연을 앞두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던 때와 비교하면 좀 편해졌나.
김준수: 연습은 다 해놓은 상태지만 아직 무대에 직접 서보지 않아서 사실 잘 모르겠다. 초연 때도 느꼈는데, 뮤지컬은 연습과 실제 무대가 전혀 다른 얘기더라. 관객과의 소통도 그렇고, 조명이나 무대장치들이 주는 힘도 다르고. 다행히 예전보다는 ‘이런 분위기에서는 이런 느낌이 나지 않을까’ 하는 밑그림은 좀 그릴 수 있게 됐다.

“요즘은 뮤지컬 음악만 들어서 큰일 날 정도”

로 뮤지컬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전혀 새로운 영역이었던 만큼 당황스럽기도 신기하기도 했겠다.
김준수: 생애 처음으로 본 뮤지컬이 내가 하던 였을만큼 이 장르 자체가 너무 생소했다. 연예인이 뮤지컬을 할 때 관객이나 관계자들이 갖는 좋지 않은 시선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들어서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그런데 음악이 신세계였다. 가요나 팝에서 느낄 수 없는 분위기와 웅장함, 거기에 모든 음악이 다 라이브라는 것이 가장 좋았다. 그 이후로 틈나는 대로 뮤지컬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이게 약간 바뀌고 있다. 음악도 너무 뮤지컬 음악만 들어서 큰일 날 정도로 영향을 많이 받고 있고. (웃음) 그때 객석에서 처음으로 본 뮤지컬의 느낌은 어떻던가.
김준수: (임)태경이 형이 하는 첫 공연을 봤는데 태경이 형은 베테랑인데도 모차르트가 나올 때마다 내가 다 떨렸다. 같이 연습할 때 형 여기서 틀렸었는데 (웃음) 그 느낌이 있다 보니까 조마조마 하고, 형이 무사히 잘 넘기면 막 안도의 한숨 쉬고. 무대에서 나는 어떻게 할까 그런 생각도 하고. 나나 걱정하면 되는데. 아하하. 그때는 와, 진짜 신경이 곤두서있었던 것 같다.

100% 관객의 입장으로 보진 못했나보다.
김준수: 아무래도 시기 자체가 굉장히 힘든 때였으니까. 6~8개월간의 공백을 가진 이후 처음으로 하는 행보였고. 사실 누구나 어떤 집단을 나와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힘들고 긴장되지 않나. 거기다가 지금까지 해왔던 자신 있는 분야가 아니라 생소한 장르라는 것에서 부담이 많이 됐었다.

본인에게 아무런 정보도, 감정도 없는 장르였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김준수: 2번 정도 거절을 했었다. 처음에 엄홍현 대표님이랑 얘기할 때 얘기 다 끝나고 나가면서 “저 못해요” 이랬다. (좌중 폭소) 이후에 다시 연락이 와서 음악만 들어보라고 하시더라. DVD를 봤는데 ‘내 운명 피하고 싶어’를 듣고는 난리가 났다. 뭐 이런 음악이 있냐! 하면서. (웃음) 그래도 못한다고 말씀드렸었는데, 대본을 다 읽고 나서 갑자기 하고 싶어졌다. 어디에 꽂혔던 건가.
김준수: 많은 사람들이 모차르트는 돈도 잘 벌고 모든 걸 가진 천재작곡가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나도 음악을 하는 입장이라서 그런지 천재였기 때문에 불행했다고 생각하는 그에게서 나를 봤다. 모차르트가 부르는 노래 외에도 모든 가사들이 내가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 내 마음이었다. 당시 그런 얘기를 내가 직접 전달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노래를 부른다면 알아주실 거라는 느낌이었다. 부르고 싶어졌고, 오기가 생겼다.

“아직도 를 얘기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가수로 데뷔해 오랜 시간 굉장히 많은 노래들을 불러왔는데도 속 가사가 유난히 절실하게 다가왔나 보다.
김준수: 그동안 사랑에 아파하는 노래를 부르고 그랬었는데 열여덟, 열아홉이 무슨 사랑을 알았겠나. (웃음) 그래도 ‘포에버 러브’ 같은 동방신기의 일본 노래들은 가사가 참 좋았다. 가사에 노래를 부르던 당시 내가 느낀 감정들이 표현되면 굉장히 좋아했던 것 같은데, 의 곡들이 그랬다. ‘황금별’ 가사를 보는데 진짜 울컥했다.

어떤 가사였나.
김준수: 왕은 왕자 걱정에 성벽을 높이고 문도 굳게 닫는다. 하지만 왕자는 성벽 밖 세상을 꿈꾸는데, 정말 자신이 원하는 황금별이 있다면 성벽 넘어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사랑은 구속하지 않는 것, 사랑은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 이런 가사. 그것이 모차르트를, 그리고 당신의 등을 밀어준 힘이었나 보다.
김준수: 공연을 하면서 치유 받았다. ‘황금별’은 모차르트의 재능을 알아본 남작부인이 부르는 곡인데, 사실 그 장면에서 모차르트는 그냥 기분만 좋아하면 된다. 천진난만하게 ‘아빠 이 얘기 좀 들어봐요’ 하면 되는데 난 맨날 울었다. 안 울어야지, 안 울어야지 해도 가사를 듣고 있으면 그럴 수가 없었다. 내 모습 그대로 사랑해달라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를 부를 때도 너무 많이 울어서 노래에 방해가 될 정도였는데, 그 얘기를 하면 아직도 눈물이 나올 것 같다.

당시 상황과 뮤지컬의 내용이 맞물렸고, 거기에 진정성이라는 면이 도드라지면서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에 대해 반감을 가졌던 관객들마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김준수: 난 일련의 단계를 거쳐서 주연이 된 게 아니라 아이돌스타로서 모차르트가 된 거다. 안 하려고 했던 이유가 그거였다. 내가 만약 뮤지컬배우였다면 나 역시도 그렇게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되게 망설였는데,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진지하게 진정성을 갖고 접근한다면 미워하진 않을거라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했다. 그리고 배우들이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고 했고, 그 덕에 집중력 있게 공연을 할 수 있었다.

같은 상황에 있던 JYJ 멤버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던가.
김준수: (박)유천이랑 (김)재중이 형도 공연을 보고 울었다. 작품도 작품이었지만, 내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뭔가를 해냈다는 것 자체에 감격을 받아서였던 것 같다. 셋 중에 내가 제일 처음 나왔으니까.

스스로도 “는 뮤지컬 작품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모차르트를 보내기도 쉽지 않았겠다.
김준수: ‘나는 나는 음악’은 자신이 느끼는 것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이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곡인데, 모차르트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그 노래를 부른다. 그게 진짜 슬펐다. 뮤지컬은 였기 때문에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죽을 때까지 그 어떤 배역을 해도 만큼은 No.1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작품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당시 모든 것에 자신감이 없던 나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 작품이니까. 옛날엔 존경하는 위인하면 강감찬 장군, 세종대왕 이랬었는데 죄송하지만 이제는 모차르트라고 한다. (웃음)

글, 인터뷰. 장경진 three@
인터뷰. 최지은 five@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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