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도 늙는다. 너무 늦었단 걸 깨닫기도 전에. SBS 의 기본 뼈대는 신파에 가깝다. 같은 방송사에서 최근 시작한 가 모정에 대한 탐구를 목표로 한다면, 은 대가 없는 부정과 가족애에 대한 이야기다. 자식을 위해 헌신하던 가시고기 같은 아버지가 쓰러진 뒤, 늦게 철이 든 자식들이 그간 자신들을 지켜 주었던 아버지를 위해 헌신하며 아버지의 고충에 대해 새삼 깨닫고 가족애를 되찾는다는 스토리 구조는 언뜻 그 종착지가 뻔해 보인다. “드라마에 대해서 설명 드리는 것보다 공개된 영상을 보시고 마음으로 느끼시는 게 더 정확할 것”이라고 말하는 고흥식 감독이나, “추운 겨울에는 사람들이 따뜻한 드라마를 찾는다. 우리 드라마는 가족 간의 사랑을 갈구하는 시청자들을 위한 모처럼 나온 따뜻한 드라마”라는 김영섭 책임 프로듀서의 말처럼, 은 보는 이들에게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공감할 것을 요구하는 최루성 드라마다. 다 큰 자식들을 위해 손수 고기를 굽고 썰어서 수저 위에 올려주는가 하면, 가족으로부터 사랑을 못 받았던 다른 집 자식들까지 자신의 사랑으로 감화시키는 위력을 발휘하는 아버지 기환 역은 박인환이 맡아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노린다.

최루성 신파극에 청춘물을 더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단순한 홈드라마의 공식과 아버지의 이야기에만 충실하진 않는다. 은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서 돈을 벌고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막내딸 채령(문채원)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이고, 내용의 전개 또한 채령과 그 주변 인물들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크다. 그래서 은 86년생인 문채원이 “이제 현장에서 막내인 시절도 다 끝난 게 아닌가”라고 말할 정도로 젊고 새로운 얼굴들로 가득하다. 최진혁, 전태수와 같은 신인급 연기자들과 슈퍼주니어의 이동해, 씨엔블루의 강민혁, 포미닛의 남지현, 베이비 복스 출신의 이희진, 강성 등의 가수 출신 연기자들이 대거 합류한 은 가족애라는 주제를 자식들 세대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하는 청년 욱기(동해), 돈과 권력을 지닌 안하무인 미국 법대 낙제생 종석(전태수), 복수심에 불타는 강남 1% 패션녀 희재(최자혜), 룸살롱 무대에 오르는 3류 락 밴드 멤버 연두(강민혁) 등 좌충우돌하는 젊은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 낸 은 최루성 신파극의 정서 위에 좌절하지 않는 청춘의 발랄함을 얹어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을 공략한다.

18일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자리에 중견 배우 한 명 없이 젊은 배우들 열한 명만 무대로 올린 것만 봐도 의 목표지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드라마의 경험이 없는 가수 출신 연기자들의 기용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극의 많은 부분을 젊은 배우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특성 상, 이들이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여주지 못 한다면 극의 완성도와 관련해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전작 KBS 에서 젊은 배우들과 함께 작업을 한 전태수는 “전작을 하면서 초반에 선생님들로부터 ‘유명세만 믿어서 그런지 연기에 치열함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이 자극이 되어 젊은 배우들끼리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지만, 드라마 도전이 처음인 남지현이나 강민혁은 경쟁에 대한 질문에 “경쟁이라 생각해 본 적 없다. 새로운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젊은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게 기쁨이고 행복”이라는 고흥식 감독의 승부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오는 22일 저녁 8시 50분 SBS에서 첫 방송된다.

사진제공. SBS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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