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KBS 수-목 밤 9시 55분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된 영희(김민준)에 이어, 아들에게 빌려준 명의 때문에 알거지가 될 처지에 놓인 장치국(이정길), 그리고 탈세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강태원(이재용)까지 무일푼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나마 무사한 황용(조성하)이 조폭 출신의 사채업자인 것을 생각하면 그의 앞날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요컨대 1번가는 돈으로 쌓아올린 허구의 세계다. 하지만 의 세계는 가진 자들의 위선과 가난한 자들의 진심이라는 순진한 이분법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일찌감치 복권 당첨금 5만원 때문에 피터지게 싸우다 영희로부터 “짐승, 돈벌레” 소리까지 들었던 ‘육쪽 마늘’ 자매들은 100억이란 돈 앞에서 그야말로 눈이 뒤집힌다.

이 이처럼 허구적인 물질의 세계와 인간들의 속물성을 풍자하는 방법은 돈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사람들의 운명을 직접 시각화된 상징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다. 순금(성유리)에게서 황용, 강태원, 강도, 건우(정겨운)와 윤주(양정아)에게 약 올리듯 옮겨 다니는 로또의 여정, 그리고 창고에서 순금의 방을 거쳐 호텔방에서 쓰레기봉투에 담겨져 행방불명 되기까지, 지폐의 드라마틱한 운명은 돈에 의해 결정되는 인간들의 어리석은 관계를 우스꽝스럽게 조롱한다. 그러나 그 관계를 바라보는 드라마의 시선이 마냥 차가운 것만은 아니다. “위아래 구분하기 좋아하는” 이 얄팍한 세계는 한 겹만 살짝 벗겨놓고 보면 어쩔 수 없이 인간적이다. 황용과 순금의 우정, 윤주와 현주(박지영)의 애증의 관계, 그리고 한 방에서 윤주와 함께 걱정하며 잠든 건우네의 모습은 이 속물들의 세계에서 어쩌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은 진심의 승리에 기대를 걸게 만든다. 그것이야말로 사라진 지폐의 행방만큼이나 궁금한 미스터리이자 이 드라마를 계속 지켜보게 하는 힘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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