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화는 사진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흥얼거렸다. 인터뷰 며칠 전에 본 “혼이 느껴지는 공연에 혼나는 느낌”이라는 한 예능프로그램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라는 가사는 묘하게 그가 지금 연기 중인 연극 (이하 )의 몰리나를 떠오르게 한다. 여자만 좋아하는 이성애자를 사랑하는 남자 혹은 그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그에게 ‘바람이 분다’는 제법 잘 어울리는 선곡이다. 정성화의 낮고도 부드러운 목소리는 그대로였지만, 인터뷰 내내 무의식적으로 나온 손동작들은 누가 봐도 몰리나였다. 무대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지 9년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인정도 받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연극무대로, 초심으로 내려온 남자. 그래서 정성화를 만나 몰리나를, 뮤지컬을, 그리고 상대적으로 기회의 폭이 좁은 드라마에 대해 물었다.
MBC 의 게이인 척 연기하던 상준이 진짜 게이가 되어 돌아왔다.
정성화: 몰리나가 여성스럽게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내가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웃음)
“무대에서 배우가 그걸 보면 관객도 그걸 보게 된다”
2003년 공연한 에 이어 9년 만에 하는 연극이다. 2인극과 게이 캐릭터, 쉽지 않은 선택인데 시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정성화: 도 마찬가지겠지만 도 게이들이 겪고 있는 콤플렉스나 어려움을 많이 표현해줘야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굳이 목소리나 다른 설정들이 꼭 여자 같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고, 할 수 있겠다 싶어 마음을 먹게 됐다. 오히려 여자다운 외모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감성적으로 더 많은 감동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게이이지만 여자만 좋아하는 이성애자를 좋아하는 몰리나를 통해 불가능을 계속 고집하며 생기는 페이소스 같은 걸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와 닿았다. 그리고 몰리나는 감옥에서 발렌틴에게 영화 얘기를 해주는데,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이 영화 얘기를 디테일하게 잘 표현할 수만 있다면 정말 재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공연을 하다 보니 영화 얘기가 다는 아니라는 걸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스스로 즐기면서 관객들에게 눈빛이나 동선, 말투로 그걸 잘 펼쳐주기만 한다면 나한테 많은 공부가 되겠구나 싶었다. 그것은 들려주는 것으로 그림을 보여준다는 개념인가?
정성화: 나는 그렇다. 무대에서 배우가 그걸 보면 관객도 그걸 보게 된다. 보는 척하면 관객도 못 본다. 새장 속에서 새가 물을 홀짝거리고 있다는 것을 디테일하게 보고 있어야 관객들도 그 상황을 보게 되는 거다. 그 사람의 눈을 통해서.
그렇게 시작한 연극이 한 달을 넘겼다. 2주전쯤 “완벽하게 몰리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인 날이라 기뻐서” 이지나 연출을 찾아갔다고 하던데.
정성화: 사실은 조금 뭔가 알겠다, 라는 느낌이었는데 뭔가 의문점이 남아서 여쭤보러 간 거였다. 집에 가는 길에 “선생님 안 주무시면 간단하게 맥주나 한잔 하시죠”라고 해서 (웃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하면서 헷갈렸던 부분들을 명확하게 하고 왔다.
어떤 부분이 헷갈렸던 건가.
정성화: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언제부터 사랑을 느끼게 되는지,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작전을 거는데 그것을 통해 몰리나가 얻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작전을 걸면서 몰리나가 언제부터 후회막급한 상황이 되는지에 대해 여쭤봤다. 몰리나는 발렌틴에게 본격적으로 작전을 걸면서 이 남자와 헤어진다는 것을 피부로 체험하게 되고, 그때서야 자신의 사랑을 자각하는 거다.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사랑하고 있었구나, 이 남자와 함께 얘기했던 영화나 추억들이 나를 여자로 만들어주는구나 라고. 몰리나의 눈물은 그 남자에 대한 사랑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그 부분부터 작전을 걸면서도 관객들에게 후회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선생님의 명쾌한 얘기 이후 훨씬 밀도가 좋아졌다. 배우들 간의 호흡이 완전히 맞기 시작한 시기인 것 같기도 하고. 2인극은 핑퐁게임처럼 두 사람의 합이 가장 중요하다. 두 발렌틴과의 연기 호흡은 어떤가.
정성화: (최)재웅이는 메인페어로 짜인 경우라서 합이나 호흡들이 이미 다 맞아왔고, 지금은 여기서 뭔가 더 찾을 수 있지 않을까를 고민하는 중이다. 연출라인이나 동선을 헤치지 않으면서 눈빛 하나만으로 변화하는 것들을 맞춰나가는 재미가 있다. 굉장히 능수능란하고 멋진 배우다. (김)승대 같은 경우는 이벤트 페어이기 때문에 긴장도 많이 하게 되는데 의외로 강단 있고 좋은 연기를 하더라.
확실히 2인극 무대에서는 배우들이 실제로 공사구분 없이 얼마나 가깝게 지냈느냐가 연기로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정성화: 작품을 선택할 때 일단 그 작품에 내가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가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그만큼 동료애도 크게 작용한다. 나는 술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같이 공연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 점에서는 제작자들이 좀 싫어하는 부분이 있다. 정성화랑 작업하면 무조건 MT를 가야하니까. 허허허. 제작사에서 안보내주면 내 돈하고 어디서 협찬을 끌어와서라도 MT는 꼭 간다. 후배들에게 얘기해줄 거 해주고, 선배들한테는 들을 거 듣고 하면서 작품 자체가 딴딴하게 조여진다. 단지 그건 작품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 작업을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겐 하나의 추억이기도 하니까. 인간사에 충실한 것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동료애는.
“은 관객들에게 생각을 만들어주는 연극”
공교롭게도 와 은 비슷한 구석들이 있다. 특히 두 작품 모두 정치적 상황들이 보이는데, 몰리나는 게릴라 발렌틴에 비해 정치에 무관심한 인물로 표현되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인 만큼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췄나.
정성화: 는 정치색이라는 걸 입 밖으로 드러낸다기보다는 그것을 통해 현재의 삶을 비꼬는 작품이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시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에 에서의 정치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인 상황이나 사조로도 해결해줄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고 인간의 관계다. 이 둘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지만 둘의 관계가 애절하고 진실하다면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래서 정치적이라기보다는 그런 쪽으로 많이 치우쳐있지 않나 싶다. 이지나 선생님도 그런 쪽으로 해석을 하신 것 같고. 혹시 원작소설은 봤나?
정성화: 원작소설은 안 보고 영화만 봤는데, 영화를 봤을 때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고 느꼈다. 그런데 책을 보면 또 아니라고 하시더라. 연출의도가 있을 텐데 소설을 보게 된다면 헷갈릴 것 같았고, 나도 연기하면서 함정에 빠질 것 같았다. 게으르기도 하고. (웃음)
배우는 캐릭터의 삶을 사는 직업이다. 몰리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가.
정성화: 몰리나는 굉장히 힘들다. 감정의 기복도 심하고, 이거 끝나고 나면 한 달간은 몰리나에 시달릴 것 같다. 술자리나 사람들한테 얘기할 때면 자꾸 몰리나가 나온다. 지금 말하면서도 그렇고. 다른 작품 할 때 해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오래할 작품은 아니구나 싶다. (웃음)
동성애자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했는데, 그 안에서도 일련의 정형적인 이미지로 도식화되어왔다. 그런데 은 대중에게 각인된 그런 ‘게이’ 이미지 자체를 뒤흔드는 이야기였다. 궁극적으로 이 작품을 통해 얘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정성화: 역시 사랑. 솔직히 몰리나를 하는 사람으로서는 그렇다. 몰리나는 여자보다 더 여자답다. 여자가 삐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포인트에서 삐치고, 사랑을 느끼는 부분에서도 더 많이 사랑을 느낀다. 여인의 감성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사람이 남자 몰리나다. 몰리나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아주 굉장히 넓은 범위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극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생각을 만들어주는 연극인데 난 그게 좋은 것 같다. 그래서 그것만 믿고 오로지 사랑만 생각하면서 공연을 한다. 그동안 해왔던 나 , 까지 외국작품들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정성화가 맡으면 어딘가 한국에 실재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정성화: 외국 사람이라고 해서 외국 사람을 표현할 필요는 없다. 역할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지. 워낙 토종스럽게 생기기도 했고. 허허허허. 연기를 자연스럽게 하면 그런 부수적인 효과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웃음)
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와 사진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글. 장경진 thre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MBC 의 게이인 척 연기하던 상준이 진짜 게이가 되어 돌아왔다.
정성화: 몰리나가 여성스럽게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내가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웃음)
“무대에서 배우가 그걸 보면 관객도 그걸 보게 된다”
2003년 공연한 에 이어 9년 만에 하는 연극이다. 2인극과 게이 캐릭터, 쉽지 않은 선택인데 시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정성화: 도 마찬가지겠지만 도 게이들이 겪고 있는 콤플렉스나 어려움을 많이 표현해줘야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굳이 목소리나 다른 설정들이 꼭 여자 같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고, 할 수 있겠다 싶어 마음을 먹게 됐다. 오히려 여자다운 외모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감성적으로 더 많은 감동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게이이지만 여자만 좋아하는 이성애자를 좋아하는 몰리나를 통해 불가능을 계속 고집하며 생기는 페이소스 같은 걸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와 닿았다. 그리고 몰리나는 감옥에서 발렌틴에게 영화 얘기를 해주는데,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이 영화 얘기를 디테일하게 잘 표현할 수만 있다면 정말 재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공연을 하다 보니 영화 얘기가 다는 아니라는 걸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스스로 즐기면서 관객들에게 눈빛이나 동선, 말투로 그걸 잘 펼쳐주기만 한다면 나한테 많은 공부가 되겠구나 싶었다. 그것은 들려주는 것으로 그림을 보여준다는 개념인가?
정성화: 나는 그렇다. 무대에서 배우가 그걸 보면 관객도 그걸 보게 된다. 보는 척하면 관객도 못 본다. 새장 속에서 새가 물을 홀짝거리고 있다는 것을 디테일하게 보고 있어야 관객들도 그 상황을 보게 되는 거다. 그 사람의 눈을 통해서.
그렇게 시작한 연극이 한 달을 넘겼다. 2주전쯤 “완벽하게 몰리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인 날이라 기뻐서” 이지나 연출을 찾아갔다고 하던데.
정성화: 사실은 조금 뭔가 알겠다, 라는 느낌이었는데 뭔가 의문점이 남아서 여쭤보러 간 거였다. 집에 가는 길에 “선생님 안 주무시면 간단하게 맥주나 한잔 하시죠”라고 해서 (웃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하면서 헷갈렸던 부분들을 명확하게 하고 왔다.
어떤 부분이 헷갈렸던 건가.
정성화: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언제부터 사랑을 느끼게 되는지,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작전을 거는데 그것을 통해 몰리나가 얻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작전을 걸면서 몰리나가 언제부터 후회막급한 상황이 되는지에 대해 여쭤봤다. 몰리나는 발렌틴에게 본격적으로 작전을 걸면서 이 남자와 헤어진다는 것을 피부로 체험하게 되고, 그때서야 자신의 사랑을 자각하는 거다.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사랑하고 있었구나, 이 남자와 함께 얘기했던 영화나 추억들이 나를 여자로 만들어주는구나 라고. 몰리나의 눈물은 그 남자에 대한 사랑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그 부분부터 작전을 걸면서도 관객들에게 후회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선생님의 명쾌한 얘기 이후 훨씬 밀도가 좋아졌다. 배우들 간의 호흡이 완전히 맞기 시작한 시기인 것 같기도 하고. 2인극은 핑퐁게임처럼 두 사람의 합이 가장 중요하다. 두 발렌틴과의 연기 호흡은 어떤가.
정성화: (최)재웅이는 메인페어로 짜인 경우라서 합이나 호흡들이 이미 다 맞아왔고, 지금은 여기서 뭔가 더 찾을 수 있지 않을까를 고민하는 중이다. 연출라인이나 동선을 헤치지 않으면서 눈빛 하나만으로 변화하는 것들을 맞춰나가는 재미가 있다. 굉장히 능수능란하고 멋진 배우다. (김)승대 같은 경우는 이벤트 페어이기 때문에 긴장도 많이 하게 되는데 의외로 강단 있고 좋은 연기를 하더라.
확실히 2인극 무대에서는 배우들이 실제로 공사구분 없이 얼마나 가깝게 지냈느냐가 연기로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정성화: 작품을 선택할 때 일단 그 작품에 내가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가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그만큼 동료애도 크게 작용한다. 나는 술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같이 공연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 점에서는 제작자들이 좀 싫어하는 부분이 있다. 정성화랑 작업하면 무조건 MT를 가야하니까. 허허허. 제작사에서 안보내주면 내 돈하고 어디서 협찬을 끌어와서라도 MT는 꼭 간다. 후배들에게 얘기해줄 거 해주고, 선배들한테는 들을 거 듣고 하면서 작품 자체가 딴딴하게 조여진다. 단지 그건 작품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 작업을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겐 하나의 추억이기도 하니까. 인간사에 충실한 것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동료애는.
“은 관객들에게 생각을 만들어주는 연극”
공교롭게도 와 은 비슷한 구석들이 있다. 특히 두 작품 모두 정치적 상황들이 보이는데, 몰리나는 게릴라 발렌틴에 비해 정치에 무관심한 인물로 표현되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인 만큼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췄나.
정성화: 는 정치색이라는 걸 입 밖으로 드러낸다기보다는 그것을 통해 현재의 삶을 비꼬는 작품이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시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에 에서의 정치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인 상황이나 사조로도 해결해줄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고 인간의 관계다. 이 둘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지만 둘의 관계가 애절하고 진실하다면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래서 정치적이라기보다는 그런 쪽으로 많이 치우쳐있지 않나 싶다. 이지나 선생님도 그런 쪽으로 해석을 하신 것 같고. 혹시 원작소설은 봤나?
정성화: 원작소설은 안 보고 영화만 봤는데, 영화를 봤을 때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고 느꼈다. 그런데 책을 보면 또 아니라고 하시더라. 연출의도가 있을 텐데 소설을 보게 된다면 헷갈릴 것 같았고, 나도 연기하면서 함정에 빠질 것 같았다. 게으르기도 하고. (웃음)
배우는 캐릭터의 삶을 사는 직업이다. 몰리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가.
정성화: 몰리나는 굉장히 힘들다. 감정의 기복도 심하고, 이거 끝나고 나면 한 달간은 몰리나에 시달릴 것 같다. 술자리나 사람들한테 얘기할 때면 자꾸 몰리나가 나온다. 지금 말하면서도 그렇고. 다른 작품 할 때 해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오래할 작품은 아니구나 싶다. (웃음)
동성애자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했는데, 그 안에서도 일련의 정형적인 이미지로 도식화되어왔다. 그런데 은 대중에게 각인된 그런 ‘게이’ 이미지 자체를 뒤흔드는 이야기였다. 궁극적으로 이 작품을 통해 얘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정성화: 역시 사랑. 솔직히 몰리나를 하는 사람으로서는 그렇다. 몰리나는 여자보다 더 여자답다. 여자가 삐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포인트에서 삐치고, 사랑을 느끼는 부분에서도 더 많이 사랑을 느낀다. 여인의 감성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사람이 남자 몰리나다. 몰리나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아주 굉장히 넓은 범위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극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생각을 만들어주는 연극인데 난 그게 좋은 것 같다. 그래서 그것만 믿고 오로지 사랑만 생각하면서 공연을 한다. 그동안 해왔던 나 , 까지 외국작품들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정성화가 맡으면 어딘가 한국에 실재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정성화: 외국 사람이라고 해서 외국 사람을 표현할 필요는 없다. 역할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지. 워낙 토종스럽게 생기기도 했고. 허허허허. 연기를 자연스럽게 하면 그런 부수적인 효과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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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경진 thre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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