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때문이야
1.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핑계로 제시하기 좋은 카드
2. 피로야 가랏!
ref) 간 아니고 위 때문이야

지난 25일 있었던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선수들은 잘 싸웠지만 악재를 이겨내지는 못했다. 안타까운 석패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가장 정확한 답을 알고 있는 선수는 다름 아닌 차두리다. 엄청난 스테미너를 장점으로 하는 그는 우리가 1-0으로 앞선 전반 36분, 혼다에서 나가모토, 마에다로 이어지는 공을 열심히 뒤쫓았지만 결국 막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이미 이러한 결과에 대해 오래전부터 원인을 밝힌 바 있다. 그것은 바로 “간 때문”이다. 그것도 그냥 간이 아닌 피로한 간 때문이다.

인체의 오장육부 중에서도 간은 혈액을 저장하고 독성을 해소하는 장기다. 에서도 인체의 모든 혈을 주관하는 곳을 간장혈이라 하며 실제로 출혈 등은 간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 까닭에 간이 허해지면 대장에 이상이 생겨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만성 변비가 생기기도 하며 근육이 자극을 받아 목과 허리에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간은 눈 건강과 직결되는 기관이며 면역력 및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관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간의 피로는 곧 전신의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전, 후반 경기 후 연장전까지 120여분을 뛴 선수들이 동점골을 만들어 낸 순간, 이들을 움직인 것이 체력이 아니라 정신력이라는 사실은 감동적이나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피로한 간을 다스려 건강하고 안전한 축구를 선보이는 것이 21세기의 스포츠 정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체 건강은 물론 시력에 심각한 손상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심판의 간부터 잘 점검해야 할 것이다. 정말 그 판단이 당신의 간 때문이야?
Q. 다음 중 “간 때문이야”라는 핑계로 이해되기 어려운 사례는?
* 내 마음까지 훈훈해 지는 건 부자지간 때문이야
* 내 눈 속에 네 얼굴만 가득해 지는 건 두근두근한 간 때문이야
* 네 앞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고 말았던 건 콩닥콩닥 간 때문이야
* 먹으라고 준 건데 삼킬 수가 없는 건 멀쩡한 간 때문이야
* 환갑이 넘은 나이에 이제야 오십견이 오는 건 자연산 간 때문이야
* 신문을 읽었을 뿐인데 앞이 캄캄하고 속이 울렁거리며 식은땀이 나는 것은 누군가의 퉁퉁 부은 간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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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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