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SBS 토-일 밤 10시
지혜(우희진)가 둘째 아기를 낳기로 했다는 소식은 남편 수일(이민우)에게서 엄마 민재(김해숙)에게로, 아빠 병태(영철)를 거쳐 결국 몰래 숨어 들은 병결(윤다훈)을 통해 온 가족에게로 퍼져나간다. 한 마디를 해도 ‘모두’가 알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가족. 이런 가족들 속에서 그 무엇보다 큰 비밀을 꽁꽁 숨기고 있는 태섭(송창의)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슬프잖아. 나는 늘, 거의 항상 그래.” 그 희미한 미소에는 언제나 슬픔이 드리워져 있었다. 에 단순한 감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지극히 인간적인 이 가족들은 그저 슬프지도, 그저 좋지도, 그저 울지도, 그저 웃지도 않는 존재들이다. 원망과 회한을 안고 눈물어린 노래로 평생을 살았던 할머니(김용림)의 감정이 곰탕처럼 진하듯, 속 가족들은 웃음과 눈물을 같이 품고 살아간다. 선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해낸 김수현 작가는 드라마 속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인생’을 살게 하며, 그들에게 고른 애정을 나누어 준다. 이렇게 가족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해 나가면서도 그저 진지하고 무겁게만 풀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의 가장 큰 미덕이다. 감초처럼 얄밉게 쏙쏙 치고 빠지는 병걸(윤다훈)의 충만한 개그감은 물론이요, 새로이 등장해 병준(김상중)과 엮이게 된 조아라(장미희)의 독특한 캐릭터는 발군이다. 가족들의 이런 저런 사연에 같이 슬퍼하고 기뻐하다가도 다음 주에는 누가 넘어질까를 기대하게 만드는 드라마는 정말로 흔치 않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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