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받은 거네요? 감사합니다.” [스타ON]의 주인공이 된 것에 대해 유인나는 이렇게 말하며 고마워했다. 그것은 이제 MBC 의 인나가 아닌, 연기자 유인나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단계에 이른 인지도 상승에 대한 체감 때문일 것이다. 현재 소속사에서 1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연습생으로 지내며 스물여덟이란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데뷔한 그녀에게 자신을 둘러싼 이 커다란 변화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처음 등장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인지도가 높아졌다. 그로 인해 대우가 달라진 건 없나? 2AM은 가요 프로그램 1위 이후 밥이 달라졌다던데. (fox383)
유인나 : 하하하하. 나는 아직 1위의 영광에 견줄 만큼 칭찬 받을 일을 하지 못해 밥은 똑같다. 데뷔 초기 때와 다른 게 있다면 더 욕심이 커진다는 거다. 내게 이만큼 관심을 더 가져주는 만큼 더 잘하고 더 많은 장기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못하던 분야들도 공부하겠다, 익혀야겠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행복하기도 하지만 책임감이 많이 생기는 거 같다.

“해리를 보면 신통방통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그렇게 배우고 싶은 건가.
유인나 : 일단 외국어를 배우고 싶다. 썩 잘하는 건 아니지만 국어를 비롯한 언어들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좋아하면서도 잘은 모른다. 이게 되게 어려운 분야 아닌가. 그냥 궁금해 하기만 하고 아무 것도 안했었는데 진짜 본격적으로 국어, 영어, 일본어 같은 걸 공부하고 싶다. 악기도 많이 배우고 싶고, 운동이나 다양한 종류의 댄스처럼 몸 쓰는 것도 배우고 싶고. 세상에 있는 영화란 영화는 다 보고 싶고, 책이란 책도 다 보고 싶은 마음이다. 모든 걸 다 배워서 모든 걸 다 하고 싶은 배우가 되면 좋겠다. 캐스팅 하는 분이 “걔가 이걸 할 수 있겠어?”라고는 하지 않게. 책 얘기를 했는데, 인터뷰에서 광수가 책 많이 읽은 사람은 말하는 게 다르다며 당신을 예로 들더라. 원래 책 읽는 걸 좋아하나.
유인나 : 좋아하는데 어려운 책은 나도 지루하고 졸려서 못 읽는다. 책은 내가 살아볼 수 없는 삶을 엿볼 수 있어서 좋다. 그건 연기와는 다르다. 연기는 내가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이입되어야 하는데 그게 어렵지 않나. 나는 나로 너무 오래 살았고, 매일 내게 일어나는 일들이 있으니까. 그런데 책은 그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나 자신을 잊고 전혀 다른 제3자의 시점으로 다른 인물들과 세상을 엿보는 느낌이다. 그게 정말 재밌다.

이렇게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평소와 다른 인물을 연기할 때 이런 텍스트들을 통해 끌어내는 편인가. 지난 번 광녀 연기를 할 때는 의 여일을 거의 완벽하게 흉내 냈는데.
유인나 : 나는 내 안에 다른 내가 많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끄집어내려고 한다. 사적인 공간에서는 남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거친 모습도 있고, 지저분한 모습도 있고, 약간 못된 면도 있고. 그런데 을 흉내 낼 땐 감독님도 그걸 원하셨고, 시간이 좀 촉박해서 영화를 1시간 동안 틀어놓고 강혜정 씨의 연기를 빌려왔다. 너무 똑같게 하지 않으려고 표정을 좀 다르게 해보려 했는데 강혜정 씨가 너무 완벽하게 잘해서 그런지 다른 걸 시도하면 잘 안되더라. 그래서 그 연기를 보고 ‘뭐냐, 동막골 따라 하는 거냐’고 하는 분 보면 ‘아, 잘 봐주셨네’라고 생각한다.

연기라는 부분에 있어서 같이 촬영하는 식구들도 많은 자극이 될 거 같은데. (applepie)
유인나 : 일단 지희는 자타가 공인하는 연기 잘하는 친구지만 내가 보기에 테크닉보다는 진실로 잡념 없이 아이로서 그 상황에 몰입해서 순수하게 연기하는 타입인 거 같다. 그래서 테크닉을 배우고 싶다기보다는 ‘와, 쟤는 저 상황에 빠져서 진짜 해리가 됐구나’하며 신통방통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정보석 선생님 볼 때 정말 감탄한다. 평소에는 약간 날카로운 면도 있으신데 어떻게 그렇게 바보 같은 눈동자로 변하는지… 진짜 바보 같다는 느낌이 들고 정말 신기한데 연기 끝나면 또 바로 멋있고 중후하게 돌아오신다. 그 위의 선생님들, 이순재 선생님이나 김자옥 선생님은 도가 트신 거 같고. 그런 자극을 비롯해 은 데뷔작이라는 것 외에도 본인의 경력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을 거 같다. (범블비)
유인나 : 내가 천운을 거머쥔 거지. 데뷔작이든 차기작이든 그런 걸 떠나서 김병욱 감독님의 에 참여했다는 거 자체가 어떤 배우에게라도 행운 아닌가. 캐스팅의 천재라고 불리는 감독님께 선택을 받았다는 거에 일단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정말 많이 배웠다. 그러면서 친하게 지내는 배우들이 생기고 유대 관계를 맺으며 사람을 얻었다는 게 큰 의미인 거 같다. 감사한 인연이다.

“나라면 광수와 나를 받아줄 수 있는 곳을 찾겠다”
특히 상대역인 광수와 잘 어울리는데 둘이서 에 출연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 (윤종환 yjh9***)
유인나 : 정말 재밌을 거 같다. 우리 둘이 진짜 잘 논다. 같은 경우에는 리얼 버라이어티지, 굳이 웃기려 하는 프로그램이 아닌데 아마 우리 둘이 하는 걸 보면 따로 웃긴 걸 볼 필요가 없을 거다. 남들이 우리를 보면 ‘쟤들은 저런 걸로 고민해?’하는 것들이 있다. 가령 작품 속에서 정음과 지훈에 포커스를 맞추고 나와 광수는 배경인 상황에서도 우리는 우리가 주인공이라며 이 상황에선 이러저러 하자고 합을 짜고 옷의 먼지까지 체크한다. 웃기기도 하고 잘 어우러지는 커플일 것이다.

이렇게 명랑한 커플인 만큼 마지막 회에서 작품 속 두 캐릭터의 관계가 될지 궁금하다. 인나에게 광수는 같이 꿈을 찾아 가는 동반자였는데 지금처럼 그녀가 꿈을 이루는 길과 광수와의 사랑을 지키는 길이 서서히 분리된다면 어떻게 될까. (origin01)
유인나 : 나 개인적인 바람, 그냥 인간 유인나가 생각하기에 나는 그걸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극 중 광수 같은 나의 반쪽이 떨어져나가면 나는 꿈에서도 시들해질 수밖에 없을 거다. 물론 인나가 더 열심히 하는 게 광수에게도 좋은 일이고, 광수 역시 응원해주겠지만 나라면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할 거 같다. 그 소속사가 나를 크게 만들어줄 수 있는 큰 회사일지언정 나라면 그 회사를 포기하고 광수와 나를 받아줄 수 있는 곳을 찾겠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이니까 그렇게 슬프게 꿈을 이루고 싶진 않다. 하긴 이건 시청자로서 바라는 거고, 어쨌든 따뜻하게 끝났으면 좋겠다. ‘저 봐, 뜨니까 헤어지네’ 같은 말이 나오지 않는. 이제 정말 종영이 눈앞인데 결국 연기자로서는 다음 스텝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목소리부터 스타일까지 뚜렷한 인나의 잔상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정훈 poohz***)
유인나 : 그 이후에 대해서는 고민이 정말 많다. 시청자분들이 내 목소리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나 스스로도 내 목소리를 사랑하게 됐는데 그에 대한 우려도 많다. 주연으로서 슬픈 연애를 하기에는 앵앵 거리는 목소리라고. 이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하고 싶은 건, 극중 인나의 목소리는 내 목소리가 맞지만 내가 어느 정도 캐릭터에 맞춰 만든 톤이고, 내게 아나운서 같은 톤을 원하면 발성 연습을 해서 그에 맞춰 변할 수 있다는 거다. 나는 에서 송지효 씨가 완전 저음의 톤으로 연기하는 걸 보고 되게 감동했다. 배우라면 그렇게 목소리마저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스타일이라는 것도 사람은 꾸미기 나름이니까. 스타일리스트 말로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편이라고 하더라. 다음에는 좀 수수하거나 못난이 역할을 하고 싶은데 그냥 못나고 자기를 버릴 줄 아는 배우를 찾는 분들이 있다면 나를 찾아 달라. 하하하하.

원래 노력으로 극복 가능하다고 믿는 타입인가?
유인나 : 그렇다. 노력으로 극복 가능하고, 노력으로 안 되는 건 긍정적인 마인드로 극복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노력도하고 내가 만약 못하는 게 있으면 남들이 못하는 내 역할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다른 방법을 찾는다.

“세상을 조금 더 여유롭게 보게 된 것 같다”

연예인이 되겠다고 마음먹고서 거의 10년 동안 기다려 데뷔를 했는데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준 것도 그런 잘 될 거라는 확신이었나. (이호철 hochul***)
유인나 : 아니, 반대다. 확신이 있어서 그걸 꾸준히 한 게 아니라 내가 꾸준히 하니 내게 확신이 있나보다 생각한 거다. 어머니께서 내게 하시는 말씀이 3일마다 작심삼일 하라는 거다. 오늘도 일어나 연습하며 내일을 꿈꾸고 그 다음날도 일어나 연습하며 그 다음날을 꿈꾸고 그렇게 매일매일 반복적인 하루에 도전하면 100일, 200일, 1년, 2년이 되는 거다. 그러다 보니 확신이 있나 보다 하는 거지. 혹 처음 연예인을 준비하던 시절로 돌아가면 지금까지와 같은 과정을 걷고 싶나, 아니면 다른 방식을 택하고 싶나. (정진환 tenma***)
유인나 : 똑같이 갈 생각은 없다. 힘든 것도 괜찮고 힘들었기 때문에 내가 알게 된 거 얻은 것도 많은데 조금 더 일찍 시작하면 좀 더 많은 역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사람은 자연스레 늙어가니까 내가 하고 싶어도 못할 역할이 생길 거다. 만약 5년만 당길 수 있다면 5년 동안 더 많이 연기를 할 수… 에이,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 끝도 없을 거 같다. 만약 서른셋에 데뷔하면 그 때도 스물여덟에 데뷔했으면 할 테니까.

그럼 늦게 데뷔해서 얻은 건 무엇인가. 일하는 데 장점이 있나. (함께걷자)
유인나 : 이런 생각 많이 한다. 내가 지금 스무 살이라면 이 상황에서 울 수도 있었겠구나, 이 상황에서 힘들다고 투정부릴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 그런데 스물아홉의 나는 ‘상황이 그렇구나, 이래야지’ 하며 넘어갈 때가 많다. 세상을 조금 더 여유롭게 보게 된 것 같다.

사실 중요한 건 얼마나 일찍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하느냐 아닐까. 언젠가 이순재 선생님처럼 오래오래 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정말 그 정도 커리어를 쌓고 공로상을 받게 된다면 어떤 소감을 말하고 싶나. (최병준 yoshikiwhitep***)
유인나 : 이순재 선생님이 그러셨나? 공로상을 타는 어떤 선생님께서 “공헌한 것도 없이 나이 먹었다고 주는 거 같은데 감사하다”고 하셨다. 그 때 저게 연륜이구나 싶었다. 나 역시 “나이 먹어 주는 거 같은데 내가 몇 십 년 동안 여러분 곁에 있어서 받은 거니까 예쁘게 봐 달라”고 할 거 같다. 그런 연륜이라는 게 사실 배우로서뿐 아니라 인격적으로 성숙해지는 거 아닌가. 혹시 이 일 하면서 좋은 배우인 동시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나.
유인나 :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더 큰 거 같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켜보는 만큼 실수하는 인생을 살면 안 되지 않나. 대중 매체를 통해 많이 비춰지는 만큼 인품이 좋고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래서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스타ON]은 (www.10asia.co.kr)와 네이트(www.nate.com)가 함께 합니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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