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송 시청률이 하늘로 치솟았던 NBC 가 이제야 예상했던 정상 궤도로 돌입하고 있다. 미국에서 황금 시간인 밤 10시에 TV를 장악한 는 지난 3개월간 “TV의 미래를 바꾸는 쇼”라는 문구 아래 수천억 원을 투입한 대대적인 홍보와 예상치 못한 호재까지 겹쳐 9월 14일 첫 방송에서 1840만 명이라는 어마 어마한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바로 전날 에서 최고 여자 비디오상을 수상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마이크를 가로채 “비욘세가 탔어야 했다”며 횡설수설했던 카니예 웨스트가 게스트로 출연, 인터뷰까지 하면서 예상치 못한 화제를 모았던 것이다.

제이 레노, 매주 1300만 달러를 절감하다

하지만 는 처음 방송을 시작한 주의 마지막 방송일인 18일 금요일에 시청률이 760만 명으로 떨어졌고, 다음 월요일에는 570만 명으로 메이저 네트워크 방송 중 3위로 떨어졌다. 이 수치는 시청률만으로 볼 때 엄청난 폭으로 감소한 것이지만, 제이레노는 이같은 결과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애초에 는 처음부터 다른 미드와의 첫 방송 대결에서 ‘전혀 이길 가망성이 없는’ 프로그램이란 것을 인정한 토크쇼이기 때문이다. 또 시청률이 5백만 명대로 떨어져도, 전체적인 시청률을 따져본다면 그리 낮은 수치도 아니다.대신 제이 레노는 동시간대 경쟁 시리즈들이 재방송에 들어가는 시기를 노린다. 로 연간 2천만 달러를 받았던 제이 레노는 로 3천만 달러를 받는 대신 보통 연간 22주 분으로 제작되는 미드 시리즈와 달리 46주 분으로 자신의 쇼를 제작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미드 시리즈가 휴식을 갖는 여름이나 연말 연휴 등에도 빠짐없이 시청자들을 찾아갈 수 있다. 는 1시간짜리 미드 시리즈의 경우 보통 3백만 달러가 소요되는데 반해 에피소드 당 제작비가 35만-40만 달러가량에 불과해 NBC에 매주 1300만 달러를 절감시켜준다.

하지만 는 방송사 측에는 좋을지 몰라도, TV 업계 종사자나 이들이 이용하는 관련 업종 종사자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는 큰 손해를 끼친다. 가 제작비용 절감을 할 수 있는 것은 전문 작가들을 쓰지 않는 것은 물론, 배우와 촬영 스태프를 축소한다는 점이 크다. 이에 따라 제작진과 관련된 케이터링, 소품 등 기타 업종 종사자들도 모두 설 곳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시청자들도 재정이 든든한 메이저 네트워크 방송사가 제작할 수 있는 양질의 미드를 접할 기회도 줄어든다.

TV에서 농담 따먹기만 살아남는다면?

평론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을 들어보면, 와 에 다른 점이 있다면 테이블 없이 의자에 앉아서 인터뷰를 한다는 것뿐이다. 본래 정치적인 성향을 배제한 레노는 에서도 안전하게, 시청률을 올릴만한 ‘농담 따먹기’ 정도로 변함없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제이 레노는 TV의 미래’라는 헤드라인으로 커버를 장식한 의 말처럼, 가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결국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TV 세계를 바꾸게 될 것은 분명하다. 성공할 경우 타 방송사 역시 제작비를 축소한 프로그램을 더욱 추진할 것이고, 실패할 경우 시청률 하락세를 몇 년 간 면하지 못하고 있는 NBC는 더 커진 구멍을 메우기 위해 계속 절감 정책을 펼치게 될 것이다. 어떻게 보든 TV의 황금기는 이제 지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 채널과 온라인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메이저 네트워크들은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혹시 앞으로 몇 년 후에는 버라이어티쇼나 리얼리티쇼만이 생존하지 않을까 하는 ‘악몽’ 같은 미래에 대한 예측이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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