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가요팬들에게 테디는 그룹 원타임의 래퍼로 기억된다. 여전히 많은 팬들이 원타임의 새 앨범을 기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요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본다면, 원타임 시절의 테디보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프로듀서 테디가 훨씬 인상적이다. 테디가 프로듀싱한 태양의 ‘나만 바라봐’는 평단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받았고, ‘디스코’는 가수로서는 대중적으로 침체기였던 엄정화에게 또 한 번의 영광을 안겼다. 그리고 빅뱅과 ‘여자 빅뱅’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던 여성 그룹 2NE1의 ‘롤리팝’은 발표와 동시에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다. 그가 하루에 16시간 이상 있다는 YG의 전용 스튜디오 안에서 그를 만났다.
오랜만이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 당신이 미국에 있는 줄 아는 사람들도 있다. (웃음)
테디: 이곳저곳 왔다 갔다하는 방황은 끝났다. (웃음) 어디든 한 곳에서 오래 있으면서 작업을 한다. 요즘에는 2NE1의 프로듀싱을 맡고 있다. 오늘도 2NE1의 뮤직비디오 촬영장에 다녀왔다.
‘롤리팝’이 잘 돼서 기분 좋겠다. (웃음)
테디: 사실 만들 때는 걱정이 많았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2NE1을 CM송이라는 틀 안에서 보여준다는 게 아쉽기도 했다. 그래서 만들 때는 CM송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LG 사이언 측에서는 ‘롤리팝’이라는 주제를 요청했는데, 외국에 ‘롤리팝’을 이용한 노래가 너무 많았다. 미카도 롤리팝, 릴 웨인도 롤리팝.“난 ‘후크송’이라는 말이 싫다, 그건 장르가 아니다”
하지만 결과물은 좋던데. (웃음) ‘롤리팝’이라는 단어를 마음대로 늘여서 훅 하나로 기승전결을 다 처리하는 방식이 신선했다.
테디: 이론적으로 음은 열 두 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음들 사이에 또 다른 음이 있다. 요즘은 열 두음으로 승부가 안 나는데, 랩은 그 사이의 음을 찾아낼 수 있다. 보통 사람이 들었을 때는 음이 없는 것 같아도 ‘롤리 롤리 롤리팝 오 나의 롤리팝’에 모두 음을 계산해서 변화시키는 구성을 했다.
구성도 재밌었다. ‘롤리 롤리 롤리 팝’이라는 멜로디 두 개를 변주하는 걸로 한 곡을 완성시켰다. 기존의 곡이 쭉 하나로 이어지는데 나름대로 기승전결도 있고.
테디: 맞다. 그건 힙합적인 전개다. 그래서 ‘롤리팝’이 ‘후크송’이라고 얘기하는 걸 보고 서운하기도 했었다. 그건 힙합에서 예전부터 있었던 방식이고, 내용물은 전혀 다르다. 난 ‘후크송’이라는 말이 싫다. 그걸 장르라고 할 수는 없다. 9명의 가수에게 각자 파트를 주는 것도 만만치 않았겠다.
테디: 오히려 그건 괜찮았다. 나는 평소에는 24시간 중 18시간을 스튜디오에서 보내고, 그 사이에 회사의 수많은 가수들이 나와 얘기도 하고 같이 음악도 한다. 예를 들어 나는 탑의 목소리에 어떤 이펙트를 걸면 어떤 매력이 나온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9명의 매력을 어떻게든 살려주려고 하다 보니까 곡이 완성됐다.
‘롤리팝’은 곡뿐만이 아니라 뮤직비디오에서 나오는 빅뱅과 2NE1의 스타일도 굉장히 중요한데, 곡을 만들 때 그 부분도 함께 생각한 건가.
테디: 그게 곡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다. 내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어떤 음을 낼 때 그걸 항상 시각화 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그걸 뮤직비디오 감독에게 반영해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그런 걸 뮤직비디오 감독에게 말하기가 조심스러울 수도 있는데, 함께 작업하는 서현승 감독이 늘 내 생각을 100% 실현해주는 비주얼을 만들어낸다.
곡을 만들 때도 예전 작곡가들과 개념이 다르지 않나? 당신의 곡은 멜로디와 사운드를 함께 떠올려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테디: 그렇다. 총체적으로 생각하는 거다. 우리나라의 작사, 작곡, 편곡 개념은 그게 나왔던 시대에 맞는 기준이라 지금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음악 작업이 프로덕션이라고 생각한다. 어떨 때는 베이스라인이 먼저 나올 때도 있고, 드럼이 나올 수도 있다. 그건 편곡이 아니라 그 소리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작곡의 일부다. 해외의 경우는 앨범 크레딧에서 곡마다 가장 강조되는 게 작곡이 아니라 ‘Produced by’ 아닌가. 프로덕션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테디: 예를 들어 어떤 곡을 만들 때 멜로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소리를 깎아내고, 이퀄라이저를 조절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작업은 한 사람이 할 때도 있지만 엔지니어나 함께 작업하는 파트너가 섞여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크레딧에 올려야 하고, 나는 그 과정을 총괄하는 프로덕션을 맡는 거다.
그러면 당신이 참여하는 곡은 모두 당신이 프로덕션을 하는 건가.
테디: 정확하게 말하면 YG에서 내 일은, 앨범의 큰 그림을 현석이 형(양현석)과 같이 그리고, 그걸 시각화 시키는 거다. 예를 들어 음악의 BPM(분당 비트, 음악에서 템포를 표시하는 기준)에도 트렌드가 있다. 그 BPM부터 소리 하나하나, 가수의 스타일링, 그리고 첫 방송까지 따라간다. 음악을 만들면서 총체적인 그림을 그린다. 2NE1같은 경우는 내가 앨범 재킷 촬영 미팅까지 들어갔다.
“세상에 관심을 가지면서 음악을 듣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늘 음악 바깥의 것들에도 관심이 많겠다.
테디: 물론. 이젠 레스토랑도 음식 맛만 따지지 않는다. 인테리어부터 종업원의 말투까지 모든 게 다 조화돼야 이상적인 레스토랑이 나온다. 음악도 사운드와 가창력만이 아니다. 그게 반 정도라면, 나머지 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본다.
특히 당신은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살았다. 그게 당신에게 해외의 트렌드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나?
테디: 그런 부분도 있다. 같은 음악이라도 LA에서 들을 때하고 우리나라에서 들을 때가 다르니까. 하지만 그보다는 세계가 글로벌화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모니터에 배경화면으로 깔린 지구 사진을 가리키며) 저기 지구가 있듯이, 이젠 세상의 단위가 나라가 아닌 지구가 되는 것 같다.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이 왜 그런 소리를 썼는지, 왜 박자를 쪼갰는지 알게 되고, 앞으로 갈 방향을 읽을 수 있다. 뻔한 말이지만, 그게 제일 중요하다.
당신은 그 방향을 읽은 건가. 당신의 음악은 세븐 3집부터 갑자기 달라졌다. ‘난 알아요’에서 다른 사운드를 안 쓰고 심플한 리듬으로 승부하면서 그 소리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굉장히 좋아졌었다.
테디: 그때가 내가 소리의 질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였다. 어릴 때부터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아서 소리에도 따뜻한 소리가 있고, 차가운 소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부터 그런 소리의 느낌을 구별하는데 관심을 가졌다. 내가 워낙 어린 나이에 곡을 만들었고, 정식으로 배운 사람이 아닌데 그 때부터 사운드에 관심을 갖고, 믹싱도 직접 하기 시작했다. ‘나만 바라 봐’는 당신이 사운드를 하나하나 만들며 쌓은 노하우를 집약한 건가. 온갖 소리가 다 있는데. (웃음) 그리고 멜로디도 음정 대신 리듬을 탄다는 게 흥미로웠다.
테디: 일단 내가 개인적으로 태양이란 친구에게 애정이 많다. (웃음) 정말 하나하나 일일이 작업했다. 그리고 태양이 가지고 있는 힙합과 서정적인 느낌을 50대 50으로 생각해서 보통의 곡들과는 다른 사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멜로디는 정확하게 봤다. ‘라라라’ 때부터 내가 직접 데모를 녹음했는데, 그 때 랩하듯 노래를 불렀다. 다른 방식의 작곡에 눈을 뜨게 됐다.
‘나만 바라봐’는 처음에 어떻게 구상하게 된 건가.
테디: 같이 음악 만드는 스토니 스컹크의 쿠쉬하고 농담을 했다. “내가 바람 펴도 넌 절대 피지마! 내가 담배 펴도 너는 피지마! 나도 남자지만 남자들은 다 이래”하면서. (웃음) 그러다 그게 짧은 멜로디로 나왔는데, 그게 재밌겠다 싶어서 사운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앞 부분에 인상적인 소리를 넣자고 생각해서 하프 소리 같은 것도 넣고. 그러다 보니까 워낙 많은 소리가 깔려서 믹싱할 때 힘들었는데, 그걸 현석이 형이 도와줬다.
양현석 사장이?
테디: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있는데, 현석이 형은 엔지니어가 할 수 있는 에디팅이나 믹싱을 할 수 있다. 가끔은 매킨토시 앞에 앉아서 3일 내내 음악 작업에 매달리기도 한다.
“원타임 새 앨범은 내 자신에 대해 좀 더 냉정해질 수 있을 때”
사장님이 곡 주문 할 때 장난이 아니겠다. (웃음)
테디: 주문을 한다기보다는 음악 얘기를 많이 한다. 이 곡의 드럼은 어느 곡의 드럼 같은 사운드를 만들자, 신디사이저는 어떻게 해보자는 식이다. 현석이 형하고 밥 먹으면서 하는 얘기가 그런 얘기다. 그런 게 사는 즐거움이다.
양현석 사장이 특별한 콘셉트를 생각하고 곡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하는 경우도 있나.
테디: ‘붉은 노을’이 그랬다. 빅뱅이 10-20대 팬들이 많다면 ‘붉은 노을’은 팬층을 넓히고 싶다고 했었다. 그래서 남녀노소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했었다.
늘 음악을 듣고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트렌드를 만드는 입장에서 현재 음악계의 트렌드를 어떻게 보나.
테디: 개인적으로는 가장 음악하기 좋은 시절이다. (웃음) 왜냐하면 전 세계적으로 지금 사람들은 다 힙합을 겪어본 상태다. 그만큼 힙합에 익숙해진 상태여서 어떤 사운드가 결합하든 기본적으로 힙합적인 방식으로 음악을 풀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당신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테디: 글쎄, 프로덕션이나 제작 쪽은 점점 배웠고, 지금은 처음부터 끝까지 콘셉트를 잡아서 가수가 필요한 모든 부분을 내가 직접 지휘할 능력은 된다. 다만 아직도 조금은 직접 래퍼로 나서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럴 때는 가끔 랩 피처링을 하는 걸로 푼다. 원타임의 새 앨범은 내가 내 자신에 대해 좀 더 냉정해질 수 있을 때 내겠다. (웃음)
사진제공_ YG엔터테인먼트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오랜만이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 당신이 미국에 있는 줄 아는 사람들도 있다. (웃음)
테디: 이곳저곳 왔다 갔다하는 방황은 끝났다. (웃음) 어디든 한 곳에서 오래 있으면서 작업을 한다. 요즘에는 2NE1의 프로듀싱을 맡고 있다. 오늘도 2NE1의 뮤직비디오 촬영장에 다녀왔다.
‘롤리팝’이 잘 돼서 기분 좋겠다. (웃음)
테디: 사실 만들 때는 걱정이 많았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2NE1을 CM송이라는 틀 안에서 보여준다는 게 아쉽기도 했다. 그래서 만들 때는 CM송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LG 사이언 측에서는 ‘롤리팝’이라는 주제를 요청했는데, 외국에 ‘롤리팝’을 이용한 노래가 너무 많았다. 미카도 롤리팝, 릴 웨인도 롤리팝.“난 ‘후크송’이라는 말이 싫다, 그건 장르가 아니다”
하지만 결과물은 좋던데. (웃음) ‘롤리팝’이라는 단어를 마음대로 늘여서 훅 하나로 기승전결을 다 처리하는 방식이 신선했다.
테디: 이론적으로 음은 열 두 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음들 사이에 또 다른 음이 있다. 요즘은 열 두음으로 승부가 안 나는데, 랩은 그 사이의 음을 찾아낼 수 있다. 보통 사람이 들었을 때는 음이 없는 것 같아도 ‘롤리 롤리 롤리팝 오 나의 롤리팝’에 모두 음을 계산해서 변화시키는 구성을 했다.
구성도 재밌었다. ‘롤리 롤리 롤리 팝’이라는 멜로디 두 개를 변주하는 걸로 한 곡을 완성시켰다. 기존의 곡이 쭉 하나로 이어지는데 나름대로 기승전결도 있고.
테디: 맞다. 그건 힙합적인 전개다. 그래서 ‘롤리팝’이 ‘후크송’이라고 얘기하는 걸 보고 서운하기도 했었다. 그건 힙합에서 예전부터 있었던 방식이고, 내용물은 전혀 다르다. 난 ‘후크송’이라는 말이 싫다. 그걸 장르라고 할 수는 없다. 9명의 가수에게 각자 파트를 주는 것도 만만치 않았겠다.
테디: 오히려 그건 괜찮았다. 나는 평소에는 24시간 중 18시간을 스튜디오에서 보내고, 그 사이에 회사의 수많은 가수들이 나와 얘기도 하고 같이 음악도 한다. 예를 들어 나는 탑의 목소리에 어떤 이펙트를 걸면 어떤 매력이 나온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9명의 매력을 어떻게든 살려주려고 하다 보니까 곡이 완성됐다.
‘롤리팝’은 곡뿐만이 아니라 뮤직비디오에서 나오는 빅뱅과 2NE1의 스타일도 굉장히 중요한데, 곡을 만들 때 그 부분도 함께 생각한 건가.
테디: 그게 곡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다. 내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어떤 음을 낼 때 그걸 항상 시각화 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그걸 뮤직비디오 감독에게 반영해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그런 걸 뮤직비디오 감독에게 말하기가 조심스러울 수도 있는데, 함께 작업하는 서현승 감독이 늘 내 생각을 100% 실현해주는 비주얼을 만들어낸다.
곡을 만들 때도 예전 작곡가들과 개념이 다르지 않나? 당신의 곡은 멜로디와 사운드를 함께 떠올려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테디: 그렇다. 총체적으로 생각하는 거다. 우리나라의 작사, 작곡, 편곡 개념은 그게 나왔던 시대에 맞는 기준이라 지금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음악 작업이 프로덕션이라고 생각한다. 어떨 때는 베이스라인이 먼저 나올 때도 있고, 드럼이 나올 수도 있다. 그건 편곡이 아니라 그 소리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작곡의 일부다. 해외의 경우는 앨범 크레딧에서 곡마다 가장 강조되는 게 작곡이 아니라 ‘Produced by’ 아닌가. 프로덕션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테디: 예를 들어 어떤 곡을 만들 때 멜로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소리를 깎아내고, 이퀄라이저를 조절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작업은 한 사람이 할 때도 있지만 엔지니어나 함께 작업하는 파트너가 섞여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크레딧에 올려야 하고, 나는 그 과정을 총괄하는 프로덕션을 맡는 거다.
그러면 당신이 참여하는 곡은 모두 당신이 프로덕션을 하는 건가.
테디: 정확하게 말하면 YG에서 내 일은, 앨범의 큰 그림을 현석이 형(양현석)과 같이 그리고, 그걸 시각화 시키는 거다. 예를 들어 음악의 BPM(분당 비트, 음악에서 템포를 표시하는 기준)에도 트렌드가 있다. 그 BPM부터 소리 하나하나, 가수의 스타일링, 그리고 첫 방송까지 따라간다. 음악을 만들면서 총체적인 그림을 그린다. 2NE1같은 경우는 내가 앨범 재킷 촬영 미팅까지 들어갔다.
“세상에 관심을 가지면서 음악을 듣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늘 음악 바깥의 것들에도 관심이 많겠다.
테디: 물론. 이젠 레스토랑도 음식 맛만 따지지 않는다. 인테리어부터 종업원의 말투까지 모든 게 다 조화돼야 이상적인 레스토랑이 나온다. 음악도 사운드와 가창력만이 아니다. 그게 반 정도라면, 나머지 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본다.
특히 당신은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살았다. 그게 당신에게 해외의 트렌드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나?
테디: 그런 부분도 있다. 같은 음악이라도 LA에서 들을 때하고 우리나라에서 들을 때가 다르니까. 하지만 그보다는 세계가 글로벌화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모니터에 배경화면으로 깔린 지구 사진을 가리키며) 저기 지구가 있듯이, 이젠 세상의 단위가 나라가 아닌 지구가 되는 것 같다.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이 왜 그런 소리를 썼는지, 왜 박자를 쪼갰는지 알게 되고, 앞으로 갈 방향을 읽을 수 있다. 뻔한 말이지만, 그게 제일 중요하다.
당신은 그 방향을 읽은 건가. 당신의 음악은 세븐 3집부터 갑자기 달라졌다. ‘난 알아요’에서 다른 사운드를 안 쓰고 심플한 리듬으로 승부하면서 그 소리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굉장히 좋아졌었다.
테디: 그때가 내가 소리의 질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였다. 어릴 때부터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아서 소리에도 따뜻한 소리가 있고, 차가운 소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부터 그런 소리의 느낌을 구별하는데 관심을 가졌다. 내가 워낙 어린 나이에 곡을 만들었고, 정식으로 배운 사람이 아닌데 그 때부터 사운드에 관심을 갖고, 믹싱도 직접 하기 시작했다. ‘나만 바라 봐’는 당신이 사운드를 하나하나 만들며 쌓은 노하우를 집약한 건가. 온갖 소리가 다 있는데. (웃음) 그리고 멜로디도 음정 대신 리듬을 탄다는 게 흥미로웠다.
테디: 일단 내가 개인적으로 태양이란 친구에게 애정이 많다. (웃음) 정말 하나하나 일일이 작업했다. 그리고 태양이 가지고 있는 힙합과 서정적인 느낌을 50대 50으로 생각해서 보통의 곡들과는 다른 사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멜로디는 정확하게 봤다. ‘라라라’ 때부터 내가 직접 데모를 녹음했는데, 그 때 랩하듯 노래를 불렀다. 다른 방식의 작곡에 눈을 뜨게 됐다.
‘나만 바라봐’는 처음에 어떻게 구상하게 된 건가.
테디: 같이 음악 만드는 스토니 스컹크의 쿠쉬하고 농담을 했다. “내가 바람 펴도 넌 절대 피지마! 내가 담배 펴도 너는 피지마! 나도 남자지만 남자들은 다 이래”하면서. (웃음) 그러다 그게 짧은 멜로디로 나왔는데, 그게 재밌겠다 싶어서 사운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앞 부분에 인상적인 소리를 넣자고 생각해서 하프 소리 같은 것도 넣고. 그러다 보니까 워낙 많은 소리가 깔려서 믹싱할 때 힘들었는데, 그걸 현석이 형이 도와줬다.
양현석 사장이?
테디: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있는데, 현석이 형은 엔지니어가 할 수 있는 에디팅이나 믹싱을 할 수 있다. 가끔은 매킨토시 앞에 앉아서 3일 내내 음악 작업에 매달리기도 한다.
“원타임 새 앨범은 내 자신에 대해 좀 더 냉정해질 수 있을 때”
사장님이 곡 주문 할 때 장난이 아니겠다. (웃음)
테디: 주문을 한다기보다는 음악 얘기를 많이 한다. 이 곡의 드럼은 어느 곡의 드럼 같은 사운드를 만들자, 신디사이저는 어떻게 해보자는 식이다. 현석이 형하고 밥 먹으면서 하는 얘기가 그런 얘기다. 그런 게 사는 즐거움이다.
양현석 사장이 특별한 콘셉트를 생각하고 곡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하는 경우도 있나.
테디: ‘붉은 노을’이 그랬다. 빅뱅이 10-20대 팬들이 많다면 ‘붉은 노을’은 팬층을 넓히고 싶다고 했었다. 그래서 남녀노소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했었다.
늘 음악을 듣고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트렌드를 만드는 입장에서 현재 음악계의 트렌드를 어떻게 보나.
테디: 개인적으로는 가장 음악하기 좋은 시절이다. (웃음) 왜냐하면 전 세계적으로 지금 사람들은 다 힙합을 겪어본 상태다. 그만큼 힙합에 익숙해진 상태여서 어떤 사운드가 결합하든 기본적으로 힙합적인 방식으로 음악을 풀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당신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테디: 글쎄, 프로덕션이나 제작 쪽은 점점 배웠고, 지금은 처음부터 끝까지 콘셉트를 잡아서 가수가 필요한 모든 부분을 내가 직접 지휘할 능력은 된다. 다만 아직도 조금은 직접 래퍼로 나서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럴 때는 가끔 랩 피처링을 하는 걸로 푼다. 원타임의 새 앨범은 내가 내 자신에 대해 좀 더 냉정해질 수 있을 때 내겠다. (웃음)
사진제공_ YG엔터테인먼트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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