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은 그다지 볼 마음이 없었다. 와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데다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 탓에 그 유명하다는 원작 만화도 읽지 않았다. 그런데 친구의 한 마디로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최근 시간이 많아진 그녀는 일본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한참 이것저것 다 보고 나니 더 이상 볼 게 없어졌는지 “요즘은 일드도 볼 게 없어. 그래서 심지어 도 보고 있다니까”라고 말했다. 결코 칭찬이나 추천의 말이 아닌 이 한 마디가 묘하게 에 대한 흥미를 끌었다. 여기에 회를 거듭할수록 떨어지는 시청률도 영향을 미쳤다. 유명한 원작에 인기 청춘 스타가 주연을 맡았는데 5%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다니 ‘도대체 얼마나 재미가 없단 말이냐!’라는 마음에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고나 할까.

인기 원작에, 청춘스타까지…왜 인기가 없을까?

알려진 대로 은 아기 타다시가 스토리를 맡고 오기모토 슈가 그림을 그린 동명의 만화가 원작이다. 2004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지금까지 22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원작 만화는 일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만화의 등장인물인 토미네 잇세의 모델이 배용준이라는 일화나 배용준 소속사의 자회사에서 만화의 판권을 구입해 드라마 제작을 준비 중이라는 것도 익히 알려져 있는 바다. 그래서 일본 현지에서 이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국내 팬들도 주인공인 칸자키 시즈쿠와 토미네 잇세를 누가 연기하게 될까 관심을 가졌다. 화제작의 주인공을 차지한 이는 카메나시 카즈야였다. 카메나시는 쟈니즈의 인기 아이돌 캇툰(KAT-TUN)의 멤버로 드라마 , 등을 통해 국내에도 얼굴을 알려 많은 팬이 있다.은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인 칸자키 유타카(후루야 잇코)가 세상을 떠나면서 유산으로 남긴 시가 20억 엔 이상의 와인 콜렉션을 둘러 싸고 그의 아들인 칸자키 시즈쿠(카메나시 카즈야)와 양자이자 유명 와인 평론가인 토미네 잇세(타나베 세이치)가 대결하는 이야기다. 칸자키 유타카는 자신이 직접 엄선해 ‘사도(使徒)’라 명명한 와인 6병과 그것들의 정점에 서 있는 ‘신의 물방울’이라 불리는 최고의 와인 한 병을 이미지로 표현하여 유언장으로 남겼다. 그리고 칸자키 시즈쿠와 토미네 잇세 두 사람이 유언장을 통해 와인의 브랜드와 생산연도를 맞히는 대결을 한 뒤, 많이 맞힌 사람에게 모든 유산을 물려주겠다고 했다. 시즈쿠는 어머니가 죽는 순간에도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었다고 오해하고 아버지와 거의 연을 끊은 채 살고 있었다. 그래서 유명 와인 평론가인 아버지를 두었지만 자신은 맥주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와인은 결코 마시지 않았다.

에서 내가 배운 것

그래서 시즈쿠는 유산을 둘러 싼 대결 따위에 관심도 없었지만 아버지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반발심과 지금껏 외면해 온 아버지를 알고 싶다는 마음이 더해져 대결에 참가하게 된다. 이 대결은 처음엔 천재 와인 평론가라 불리는 토미네 쪽에 확연히 유리한 싸움처럼 보이지만 시즈쿠 역시 대결을 거듭할수록 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천재적인 감성과 표현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의 또 하나의 플롯은 시즈쿠가 그를 도와주는 소믈리에 지망생 시노하라 미야비(니카 리이사)와 함께 와인을 매개로 반목하는 부녀 사이나 브랜드에 집착하는 청년, 옛 애인에게 얽매여 있는 동료 등 주위 사람들을 돕는 이야기다. 결국 은 하늘과 땅과 사람의 만남으로 완성된다는 와인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드라마다.

사실 처음 의도는 불순했지만 드라마를 보고 난 지금 감상을 말하자면 이렇게 낮은 시청률이 나올 정도로 재미없거나 못 만든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완성된 천재와 이제 막 재능에 눈을 뜨기 시작한 천재의 대결이 전형적이긴 하지만 유언장의 표현을 바탕으로 와인을 찾아가는 과정이나 시즈쿠와 토미네의 숨겨진 관계가 추리극처럼 묘사되어 재미있다. 물론 매회 같은 구조로 반복되는 이야기 탓에 같은 시간대 경쟁작으로 끊임없이 떡밥을 던지며 다음 회를 궁금하게 하는 을 이기기엔 힘이 달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와인을 ‘만종’이나 ‘모나리자’, ‘미륵보살’에 비유하는 독특한 표현들을 비롯하여 와인에 대한 흥미로운 지식들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의 장점이다. 와인에 문외한인 나 역시 을 보면서 한 가지를 배웠다. 누군가에게 선물 받아 한 모금 마신 뒤 줄곧 음식 만들 때 넣고 있던 그 와인이 사실 맛술 대신으로 쓰기엔 너무 비싼 녀석이란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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