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음악을 듣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커뮤니티에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음악 산업이니, 마케팅이니, 트렌드니 하는 것 생각하지 않고 그저 음악을 듣고 싶다고. 물론 나야 하는 일이 일이니 “알고 들으면 더 재밌을 때도 많아요”라고 답하고 싶지만, 사실 요즘에는 음악 대신 제작자의 머리 굴러가는 소리가 먼저 들릴 때가 많다. 이 편곡은 어디서 가져왔구나, 얘들 보컬은 누굴 노리고 이렇게 깎아냈구나. 원래 마케팅이나 트렌드라는 건 좋은 음악을 더 예쁘게 만들어주는 화장 같은 거다. 하지만 요즘 히트하는 음악들은 화장으로 얼굴을 뒤덮은 뒤에 새로 얼굴을 그려낸 것 같다.

의 재킷에서, 비욘세는 메이크업을 많이 지운 얼굴을 보여준다. 물론 그걸 크게 주목할 필요는 없다. 두 장의 CD에 ‘디바’와 ‘댄싱머신’의 두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화려한 모습을 둘로 나눠 보여주는 것도 예전부터 존재했던 마케팅이다. 중요한 건 그 콘셉트 속에서 드러난 비욘세 그 자체다. 첫 번째 파트인 ‘I am’ 에는 트렌디한 편곡도, 슈퍼스타의 물량 투입을 과시하는 편곡도 없다. 비욘세는 음악의 메이크업을 지운 뒤,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만으로 승부한다. 그 목소리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디바나 댄스 가수, 혹은 셀러브리티의 외양에 가려져 있던 비욘세, 혹은 사샤 피어스의 감정이 담겨있다. 아, 이 사람도 슬픔이라는 게 있구나. ‘I am’에서 비욘세는 슈퍼스타 비욘세의 위용대신 사샤 피어스 개인을, 대중을 위한 ‘팝’을 넘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음악을 한다. 그건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았던 비욘세에게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조금은 무섭기도 하다. 비욘세는 언제나 자신이 마음 먹은 대로 사람들을 휘어잡았다. ‘Crazy in love’와 ‘Ring the alarm’으로 대중에게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사했고, ‘Listen’으로는 디바의 자리에 올랐다. 혹시 비욘세는 자신이 마음 먹으면 테크닉의 영역을 넘어선 감동마저 자신이 마음 먹은 대로 줄 수 있다는 걸까. 설마. 듣기나 하자. 생각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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