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다이너에서 하라는 일은 안하고 내내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한 여자가 있다. “나는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여자”라며, 점심시간 이후 3번째 바람을 피우고 있는 여자 친구를 붙잡는 그녀는 로버타. 걸걸한 목소리로 “사랑만 하기도 너무 짧다”고 외치던 로버타는 결국 백치미 가득한 치어리더 칼라와 헤어진다. 그렇게 등장하여 파워풀한 보이스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로버타, 그녀가 바로 김경선이다.

“부산에서는 연극으로 좀 유명했다”고 웃으며 얘기하던 김경선은, 뮤지컬에도 관심이 많아 ‘영애씨’ 김현숙을 비롯한 대학동기들과 함께 사비를 털어 뮤지컬 를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2004년, 다른 배우들은 7번씩도 떨어진다는 뮤지컬 오디션을 단숨에 붙어 곰보할매역으로 서울무대에 섰다. 그 후 , , 등을 거치며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언제나 그렇듯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무대에서 화끈하게 쏟아 붓는 그녀는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를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선택했다. “늘 지금 하는 작품을 가장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특별히 어떤 메시지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재미있게 보고 가는 길에 ‘아, 이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 같아 좋아요.”

뮤지컬 는 동성간의 사랑이 정상인 ‘하트빌’의 한 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청소년들의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동성간의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여타 다른 동성애를 소재로 한 뮤지컬들과는 달리 밝은 분위기 속에서 따스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마다 바람을 피운다”며 호탕하게 웃던 그녀는 “강해보이지만 여리고, 사랑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는 로버타역으로, 사랑을 이루어주는 자나 만큼이나 커튼콜에서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고 있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인 만큼, 12명의 배우가 “청소년들의 순수한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 무대에서 한순간도 쉬지 않고 뛰어다니고,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또 끊임없이 재잘거린다. “사실 말이 쉽지 아이들 연기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그런데 무대에서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야만 ‘아, 오늘 내가 뭔가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하고싶은것을 하고싶은대로 해낼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즐거운 일이잖아요.” 체력적으로 어려운 부분들까지도 그녀는 모두 하나의 즐거운 일들로 치환해버린다. 워낙 낙천적인 성격에 스트레스도 별로 받지 않는다는 김경선의 성격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극중 “지대 탐스러” 등의 대사가 유난히 입에 짝짝 붙는 것 같다는 얘기에 “살짝 해봤던 애드립이 대사화 된 적이 있다”고 웃는다. “평소에 좀 허술해가지고 (웃음) 마이크에게 ‘멍충아’라고 한번 애드립을 해봤는데 관객 분들이 너무 좋아하시는거에요. 그래서 그 이후엔 진짜 대사가 됐어요. 하하”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 극중 로버타와 꼭 닮은 김경선은, 3월 31일까지 예정되어 있는 를 끝으로 당분간 휴식을 가질 예정이다. “주말에는 정말 피로회복제와 함께 지내는 것 같아요. 1, 2회 공연이 있으면 에너지를 나눠야 하는데 그걸 잘 못하겠더라구요. 1회 끝나면 피로회복제 마시고 또 반짝하고 살아나서 2회 공연을 하고 그래요. (웃음)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극중 로버타 캐릭터가 강하기도 하고, 일단은 목이 안 좋아지기도 했거든요.” 그렇지만, 인터뷰 내내 재밌다거나 신난다는 얘기를 지치지 않고 했던 그녀는 어느새 또 ‘재밌는’ 작품이 등장하면 기꺼이 자신의 목소리를 관객들에게 들려줄지도 모르겠다. 그날까지 관객들이 바람피우지 않고 기다릴 수밖에.





Do you know what it`s like?
‘서울구경’을 연상시키는 빠른 랩으로 이루어진 넘버, 힙합풍의 넘버 등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는 에서 김경선은 스티브, 마이크, 케이트와 함께 부르는 4중창 ‘Do you know what it`s like?’을 베스트 넘버로 뽑았다. ‘이성애자들의 군입대를 허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극중 뮤지컬에서 주연을 맡았던 스티브와 케이트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로 인해 혼란에 빠진 네 사람의 심정을 담은 곡이다. “각자의 비밀장소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 그 장면은 좀 잘 만든 것 같아요. 그리고 라이센스 작품에서는 한글로 바꾼 가사로 부를때 어색한 경우도 있는데, 이 곡은 솔직히 원곡보다 좋은 것 같아요. 처음엔 소가 나와서 많이들 웃으시겠지만 실연의 아픔을 표현하는 게 절묘해요. 더불어 앞에 힘들었던 것들이 다 지나간 것에 대한 안도감도 있구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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