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그 질문은 이런 뜻인 건가요?” 인터뷰 중간 한지혜는 종종 질문이 노리는 명확한 지점에 대해 궁금해 했고, 몇 개 질문에 대해서는 바로 대답하기보단 조금 더 생각해볼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와는 별개로 한 마디 한 마디에 신경을 쏟는 태도. 그것은 시청률과 연기 공부 모두를 고려해 최근작인 KBS 와 MBC 을 고른 신중함 그대로다. 트렌디한 여배우의 이미지를 계속해서 소비하는 대신 일일드라마와 시대극이라는 다소 독특한 선택을 하며 그녀는 이름도 알고 얼굴도 알지만 왠지 필모그래피로는 잘 떠오르지 않는 배우에서 지현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저 그런 여배우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었던, 하지만 의외의 선택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는 그녀를 만나 쉽지 않았을 변화의 이유, 그리고 이 상승 곡선 너머의 꿈에 대해 들어보았다.
얼마 전 MBC 에 출연한 모습을 봤다. 에서 예전 부유층 마나님(웃음) 옷을 입는 걸 보다 그런 드레스를 입은 걸 보니까 느낌이 새롭더라.
한지혜 : 그런가? 나로서는 요즘 이 1990년대 쪽으로 와서 옷을 입는 데는 큰 차이는 못 느낀다. 다만 내가 요즘 30대 이상의 연기를 해서 옷도 나이에 맞추니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에서 보니까, 당신은 저런 모습이 어울린다는 걸 새삼 알겠더라. 30대에 아이 엄마인 한지혜는 아직 어색하다. (웃음)
한지혜 : 그렇게 봐줬다면 오히려 고맙다. 난 에서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는 한지혜는 모델 출신이라든가, 현대적인 이미지가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은 내 나이보다 성숙한 모습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KBS 같은 젊고 발랄한 이미지만 있으면 들어오는 작품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옷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세련되고 화려하게 입었고.
을 출연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인가. KBS 와 은 당신이 전에 했던 젊은 분위기의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른데.
한지혜 : 출연 전에 고민이 많았었다. 난 연기자로서 단 한 번도 정규 코스를 밟지 못했었다. 슈퍼모델로 데뷔했었고, 그 다음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미니시리즈 주연을 했었고. 그래서 내 연기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신인 시절에는 잘 모르고 그냥 했는데 어느 순간 내 연기가 많이 모자라다는 것도 알게 됐고.
어떤 점에서?
한지혜 : 연기를 너무 전형적으로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말 그대로 찍으면 나오는 연기 같은 거. 하고 영화 는 다른 배역인데 비슷한 표정이나 행동이 나오는 걸 알게 된 거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연기를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 생각하다 내가 한 번도 많은 ‘선생님’들과 연기해보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연기 수업을 따로 받는데도 마음에 든 연기가 안 나오니까, 그 분들하고 연기를 함께 하면서 현장에서 연기를 배워보고 싶었다. 보통 신인들은 일일 드라마부터 하고 미니시리즈 주인공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나는 거꾸로 하면서 연기를 배워보고 싶었다. 그리고 솔직히 시청률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그 전에 했던 KBS 이 잘 안되기도 해서 시청률도 신경 썼다. KBS 일일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시청률이 보장돼서, 시청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안심하고 출연한 것도 있고. 시청률을 잡고, 연기까지 배우고 싶었다.“지현이를 처음 보고는 이거다 싶었다”
그래서 연기에 대해서 무엇을 얻었나.
한지혜 : 테크닉적으로는 내 연기 스타일의 폭을 넓힌 것 같다. 는 미니시리즈하고 다르게 굉장히 감정을 폭발시키는 신이 많았다. 울기도 많이 울고, 웃을 때도 크게 웃고. 그리고 은 연기 톤이 굉장히 연극적이다. 그런 연기를 배운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연기자로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는 거 같다. 일일드라마 하면서 선생님들에게 혼나보고, 장기 레이스도 해보면서 해볼 수 있는 걸 다 해본 것 같다. 그리고 같이 촬영한 배우들과 스태프와 친해지면서 동료들을 얻었고. 여러모로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연기는….. 솔직히 아직 많이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은 어려운 선택 아니었나. 에 이어 또 중장년층이 좋아할 법한 드라마에, 당신이 연기하는 지현이란 캐릭터는 옛날 드라마의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느낌도 있어서 당신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한지혜 : 알고 있다. 아마 시놉시스에서 지현이란 역할을 봤을 때 다들 별로라고 생각했을 거다. 8부까지 나온 초반 대본을 보면, 그 때까지의 지현이는 이 남자한테 끌려가고 저 남자한테 끌려가고 징징거리고 우는 여자였다. 하지만 전체 그림을 보면 지현이는 엄청난 상처를 받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강한 의지로 살아나가는 모습이 있다. 그 의지로 태성그룹을 통해 성공한 CEO가 된다는 얘길 듣고 이거다 싶었다. 내가 바라던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내가 원 없이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라고. 난 아무도 몰랐던 흙 속의 진주를 발견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웃음) 그렇게 당신이 선택한 지현의 매력은 무엇인가.
한지혜 : 드라마의 관계로 봤을 때, 지현이는 여러 사람들의 관계의 한 가운데에 있다. 동욱이 집안과 신태환 집안, 국회장의 집안과 모두 연결 돼 있다. 여자면서도 남자들의 세계에서 활약하고. 그래서 지현이 안 나와도 수많은 인물들이 지현에 대해 얘기하기도 하고. 그리고 지현이는 에서 캐릭터의 변화가 가장 크다. 다른 캐릭터들은 한 가지 모습을 보여주다 후에 변하는 식인데 지현은 세 번 변한다. 처음에는 고향에서 순수한 모습, 그 다음은 결혼, 그리고 이젠 한 번의 지현이 남았다. 그런 변화를 통해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게 마음에 든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지현이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고. 지현은 계속 상처를 입지만, 그 때마다 분명한 자기 선택을 한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그 중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죽을 힘을 다하는데, 그런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건 멋진 일이다.
스타일리스트_이보람 / 의상_스텔라 메카트니, 필로소피 / 악세서리_스와로브스키 / 구두_지니킴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얼마 전 MBC 에 출연한 모습을 봤다. 에서 예전 부유층 마나님(웃음) 옷을 입는 걸 보다 그런 드레스를 입은 걸 보니까 느낌이 새롭더라.
한지혜 : 그런가? 나로서는 요즘 이 1990년대 쪽으로 와서 옷을 입는 데는 큰 차이는 못 느낀다. 다만 내가 요즘 30대 이상의 연기를 해서 옷도 나이에 맞추니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에서 보니까, 당신은 저런 모습이 어울린다는 걸 새삼 알겠더라. 30대에 아이 엄마인 한지혜는 아직 어색하다. (웃음)
한지혜 : 그렇게 봐줬다면 오히려 고맙다. 난 에서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는 한지혜는 모델 출신이라든가, 현대적인 이미지가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은 내 나이보다 성숙한 모습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KBS 같은 젊고 발랄한 이미지만 있으면 들어오는 작품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옷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세련되고 화려하게 입었고.
을 출연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인가. KBS 와 은 당신이 전에 했던 젊은 분위기의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른데.
한지혜 : 출연 전에 고민이 많았었다. 난 연기자로서 단 한 번도 정규 코스를 밟지 못했었다. 슈퍼모델로 데뷔했었고, 그 다음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미니시리즈 주연을 했었고. 그래서 내 연기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신인 시절에는 잘 모르고 그냥 했는데 어느 순간 내 연기가 많이 모자라다는 것도 알게 됐고.
어떤 점에서?
한지혜 : 연기를 너무 전형적으로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말 그대로 찍으면 나오는 연기 같은 거. 하고 영화 는 다른 배역인데 비슷한 표정이나 행동이 나오는 걸 알게 된 거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연기를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 생각하다 내가 한 번도 많은 ‘선생님’들과 연기해보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연기 수업을 따로 받는데도 마음에 든 연기가 안 나오니까, 그 분들하고 연기를 함께 하면서 현장에서 연기를 배워보고 싶었다. 보통 신인들은 일일 드라마부터 하고 미니시리즈 주인공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나는 거꾸로 하면서 연기를 배워보고 싶었다. 그리고 솔직히 시청률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그 전에 했던 KBS 이 잘 안되기도 해서 시청률도 신경 썼다. KBS 일일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시청률이 보장돼서, 시청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안심하고 출연한 것도 있고. 시청률을 잡고, 연기까지 배우고 싶었다.“지현이를 처음 보고는 이거다 싶었다”
그래서 연기에 대해서 무엇을 얻었나.
한지혜 : 테크닉적으로는 내 연기 스타일의 폭을 넓힌 것 같다. 는 미니시리즈하고 다르게 굉장히 감정을 폭발시키는 신이 많았다. 울기도 많이 울고, 웃을 때도 크게 웃고. 그리고 은 연기 톤이 굉장히 연극적이다. 그런 연기를 배운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연기자로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는 거 같다. 일일드라마 하면서 선생님들에게 혼나보고, 장기 레이스도 해보면서 해볼 수 있는 걸 다 해본 것 같다. 그리고 같이 촬영한 배우들과 스태프와 친해지면서 동료들을 얻었고. 여러모로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연기는….. 솔직히 아직 많이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은 어려운 선택 아니었나. 에 이어 또 중장년층이 좋아할 법한 드라마에, 당신이 연기하는 지현이란 캐릭터는 옛날 드라마의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느낌도 있어서 당신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한지혜 : 알고 있다. 아마 시놉시스에서 지현이란 역할을 봤을 때 다들 별로라고 생각했을 거다. 8부까지 나온 초반 대본을 보면, 그 때까지의 지현이는 이 남자한테 끌려가고 저 남자한테 끌려가고 징징거리고 우는 여자였다. 하지만 전체 그림을 보면 지현이는 엄청난 상처를 받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강한 의지로 살아나가는 모습이 있다. 그 의지로 태성그룹을 통해 성공한 CEO가 된다는 얘길 듣고 이거다 싶었다. 내가 바라던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내가 원 없이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라고. 난 아무도 몰랐던 흙 속의 진주를 발견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웃음) 그렇게 당신이 선택한 지현의 매력은 무엇인가.
한지혜 : 드라마의 관계로 봤을 때, 지현이는 여러 사람들의 관계의 한 가운데에 있다. 동욱이 집안과 신태환 집안, 국회장의 집안과 모두 연결 돼 있다. 여자면서도 남자들의 세계에서 활약하고. 그래서 지현이 안 나와도 수많은 인물들이 지현에 대해 얘기하기도 하고. 그리고 지현이는 에서 캐릭터의 변화가 가장 크다. 다른 캐릭터들은 한 가지 모습을 보여주다 후에 변하는 식인데 지현은 세 번 변한다. 처음에는 고향에서 순수한 모습, 그 다음은 결혼, 그리고 이젠 한 번의 지현이 남았다. 그런 변화를 통해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게 마음에 든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지현이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고. 지현은 계속 상처를 입지만, 그 때마다 분명한 자기 선택을 한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그 중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죽을 힘을 다하는데, 그런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건 멋진 일이다.
스타일리스트_이보람 / 의상_스텔라 메카트니, 필로소피 / 악세서리_스와로브스키 / 구두_지니킴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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