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동백꽃 필 무렵’은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지난 21일 최고 시청률 23.8%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염혜란은 옹산의 냉철한 변호사이자 노규태(오정세 분)의 아내 홍자영을 맡았다. 홍자영은 남편 노규태를 하찮아하면서도 귀여워했고, 싫어하던 동백(공효진 분)과 친구가 된 후에는 자매 케미까지 선보였다. 서늘한 표정이어도 따뜻한 눈빛을 품고 있던 홍자영의 등장은 늘 기다려졌다.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옹산 걸크러시’로 활약했던 염혜란은 그가 아니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홍자영을 완성했다.10. ‘동백꽃 필 무렵’이 시청률, 화제성 모두 잘 됐다. 인기와 더불어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소감은 어떤가? 알아보는 사람들도 늘었을 것 같다.
염혜란 : 이런 기회가 다시 올까 싶다. 내 나이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것(인기) 또한 지나가는 거라는 걸 안다. 흔들리지 말고, 들뜨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잘 보내자고 하고 있다. (웃음) 카페에서 민낯으로 대본을 보고 있는데 날 알아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옆자리에 앉아 계셨는데 빵을 슬며시 주시곤 ‘방해되니까 자리 옮길게요’ 하고 떠나시더라. 몰입에 방해가 될까 봐 컵을 치울 때 빵이나 간식을 주신 분도 계셨다. 그런 배려들과 사랑이 너무 감사했다.
10. 최고 시청률 23.8%다. 올해 공중파 미니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차지했는데, 이런 큰 수치가 나올 걸 예상했나?
염혜란 : 마지막 회는 무조건 20%가 넘을 것 같았다. 마지막 회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서 그렇게 예상했는데, 최고 시청률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냥 행복하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뤄진 드라마다. 임상춘 작가님이 하고 싶었던 말처럼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걸 이룬 듯한 느낌이 들어서 배우들끼리 마지막 회를 보고 같이 부둥켜안고 울었다. 좋은 드라마를 한 게 행복하다.
10.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받은 첫 인상이 궁금하다.
염혜란 : 작가님의 전작(‘쌈마이웨이’)을 봐서 기대도 있었지만, 드라마 제목부터 따뜻한 작품 같다고 생각했다. 딱 봤는데 등장인물을 동물에 빗대어 설명했더라. 자영이는 고양이고 동백이는 하마. 그거 하나만으로 너무 재밌을 것 같았다. 시놉시스에는 ‘1인 1가구 1용식이 시급할 때다’ 이렇게 써져있었다. 시놉시스만으로 너무 재밌었다.10. ‘동백꽃 필 무렵’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입을 모으는 부분이 ‘좋은 대본’이다. 대본 속 홍자영을 잘 구현한 것 같은가?
염혜란 : 홍자영의 지문을 보면 서늘한 카리스마, 조목조목 따진다, 똑소리 난다 이런 말이 많았다. 차분하게 카리스마를 폭발시키는 연기가 많았는데, 연기를 하는 내가 그 안에서도 변주를 줘야 하는 것들이 어려웠다. 흥분하지 않고 하나씩 따질 때 카리스마가 폭발한다. 더 이상 말을 못 하게 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지 않나. 그런 모습을 연기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부분들은 잘 구현했는지 스스로 봤을 땐 잘 모르겠다.
염혜란 : 홍자영은 자존심이 센 사람이다. 근데 자존심이 강해서 상처를 받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상처를 받은 상태인 사람이다. 여러 능력들이 드러나서 강해 보이는 여자가 아니라, 모든 상황을 담담하게 냉정하게 바라보는 사람. 그래서 홍자영을 연기할 때도 세 보이는 게 아니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보였으면 했다.10. 실제 성격도 조금 비슷한가?
염혜란 : 전혀 다르다. 나는 화가 나면 눈물부터 나는 스타일이다. 홍자영스럽고 싶다. (웃음) 홍자영으로 살다 보니 홍자영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모든 상황을 조금씩 객관적으로 보는 시선이 생겼다. 염혜란의 삶에도 홍자영이 영향을 준 것 같아서 좋다.
10. 홍자영은 논리적이고 냉정한 사람이지만, 내 편일 때 누구보다 든든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홍자영을 ‘갖고 싶은 언니’ ‘국민 누나’라고 불렀다. 이런 별명으로 불리는 기분이 궁금하다.
염혜란 : 나도 홍자영을 갖고 싶다. (웃음) 삶의 멘토처럼 고민도 들어주고 시원시원하게 얘기하고 잘해줄 것 같지 않나. 말만 앞서지 않고 실제로 능력도 있는 사람이다. 이런 언니 정말 갖고 싶을 것 같다. 현실은 홍자영과 다르기 때문에 홍자영을 연기하면서도 스스로 통쾌하고 행복한 마음들이 있었다.
10. 남편 노규태를 연기한 오정세와 케미는 정말 최고였다. 오정세와 호흡은 어땠나?
염혜란 : 오정세는 임기응변에 강한 사람이다. 정말 재밌는 친구다. 드라마 안에서는 연기로 만나기 때문에 티키타카(서로 호흡이 맞아 잘 주고받는 모습)가 재밌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잘 맞았다. 드라마 안에서 규태가 동적인 에너지를 쏟으면 내가 정적으로 받아야 해서 차이가 있는데, 그런 차이들이 더 재밌는 포인트가 된 것 같다.10. 시상식 시즌이 다가오는데, 베스트 커플상 혹은 연기상을 기대하나?
염혜란 : 사실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기 때문에 그 사랑만으로 상을 받은 것과 다를 게 없다. 이미 상을 주신 것 같다. 시청자들의 열렬한 사랑으로 이미 상을 받았다. (웃음)
염혜란 : 홍자영이 멋진 여자고 드리프트도 멋진 장면으로 나와야 해서 긴장을 많이 했다. 근데 내가 초보운전이다. 20년째 초보운전이라 직진밖에 못한다. (웃음) 현장 스턴트맨이 그 장면을 해줬는데 완성된 걸 보니까 정말 멋있게 나왔더라. 그때 내가 소매에 고무줄을 끼우고 있었는데 현장에 있던 모든 스태프가 그걸 발견하지 못했다. 나중에 댓글을 보고 내가 고무줄을 끼우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시청자들이 정말 세심하게 하나하나 다 보시는지 알았다.10. 드리프트 장면이 나가고 난 후 주위 반응은 어땠나?
염혜란 : 시어머니가 ‘너 진짜 멋있다’라고 문자를 보내주셨다. 어머님이 눈이 높은데도 좋다고 하실 정도면 온 국민이 좋아한다고 봐야 한다. 그 문자를 받고 행복했다.
10. 규태와 부부 케미도 정말 좋았지만, 동백과 자매 케미가 너무 좋았다. 특히 ‘동백 씨 마음엔 동백 씨 꽃밭이 있네’라는 대사는 모든 시청자에게 감동을 준 명대사였다.
염혜란 : 그 장면은 홍자영의 입장에선 고백이다. 네가 이런 삶을 살아왔지만 너의 삶은 참 훌륭하다고 위로하는 거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영에게는 쉬운 고백이 아니었을 거다. 까멜리아엔 항상 방을 빼라고 모진 말을 하러 간 곳인데 동백이를 보러 까멜리아에 가서 같이 술을 마신다? 그 자체가 자영의 변화다. 홍자영의 성장기 혹은 동백의 삶에 동의하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10. 향미(손담비 분)와 붙는 장면이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향미와 연기할 때 유독 자영의 카리스마가 커보였다. 제압하는 느낌도 들었다.
염혜란 : 향미와 연기할 때 가장 우려가 많이 됐다. 자영은 향미를 깜냥도 안 되는, 전의 상실 수준으로 대한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고학력자 자영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비하하는 걸로 보일까봐 걱정했고, 대사로 향미를 ‘술집 여자’라고 표현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향미를 죽인 건 까불이(이규성 분)이고 나는 목격자였지만 나는 편견 속에서 향미를 정신적으로 죽인 사람인 것 같았다.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행동과 대사로 향미를 죽인 것 같아 마음이 좋진 않았다.
10. 까불이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모두가 까불이 용의 선상에 올랐다. 자영 역시 의심을 피할 수 없었다.
염혜란 : 내가 왜 의심받았을까. (웃음) 사실 까불이 찾기 인기가 정말 뜨거웠다.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고 내 주변에서도 까불이 정체를 물어봤다. 나는 까불이가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시청자들이 볼 때 ‘혹시?’ 하는 생각이 들게끔 연기를 했다. ‘자영이가 까불이?’ 이런 오해를 낳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조금 있었다. 규태에게 ‘시체는 그렇게 쉽게 뜨지 않아’ 이런 대사도 일부러 서늘하게 했다.
염혜란 : 홍자영의 대사뿐만 아니라 모든 대사들이 주옥같아서 하나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좋다. 하나만 꼽자면 나는 ‘저 홍자영이에요’라는 말이 참 좋다. 그 한 마디가 홍자영스럽다. 이름도 어쩜 찰떡같이 홍자영인가. (웃음) ‘홍자영이에요’라고 하면 뭔가 해결해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뭐, 해결이 되겠지’ 이런 느낌이라 좋았다.
10. ‘동백꽃 필 무렵’이 시놉시스부터 재밌었고, 제목부터 따뜻한 느낌을 받았던 작품이라고 했다. 드라마를 끝나고 지난 10주를 돌아보니 어떤가?
염혜란 : 사실 홍자영이 처음에는 힘들었다. 내가 스스로를 보는 편견이 있었다. 나에게 홍자영은 어울리지 않은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왜 나한테 홍자영을? 홍자영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많은데?’라는 생각을 했다. 남들은 별말 하지 않았는데 나 혼자 나를 어떤 배우라고 편견을 만들어놨더라. 그런데 공효진 씨도 ‘언니가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라고 하고 감독님도 작가님도 ‘염혜란답게 하세요’라고 하셨다. 내가 그랬기 때문에 드라마의 주제(편견)가 나한테 더 다가왔다. 홍자영이 자양분이 됐다. 편견은 곧 내가 만든 거였다는 깨달음을 준 작품이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10.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다. ‘동백꽃 필 무렵’은 어떤 드라마로 남을 것 같나?
염혜란 : 마지막 회 동백이 대사 중에 ‘나는 모래밭 위 사과나무 같았다. 파도는 쉬지 않고 달려드는데 발 밑에 움켜쥘 흙과 팔을 뻗어 기댈 나무 한 그루가 없었다. 이제 내 옆에 사람들이 돋아나고 그들과 뿌리를 섞었을 뿐인데 이토록 발밑이 단단해지다니… 이제야 곁에서 항상 꿈틀댔을 바닷바람, 모래알, 그리고 눈물 나게 예쁜 하늘이 보였다’라는 대사가 있다. 그 대사가 참 좋다. 저도 모래밭에 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작품이 안 되면 안 될 것 같다가도 사랑받으면 또 될 것 같았다.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모든 것들이 자양분이 된다. ‘동백꽃 필 무렵’은 내 마음에 동백나무를 심어준 드라마다. 마음 한편에 동백나무를 심고 뿌리를 내리고 잘 있으면 꽃을 피울 수 있을 것 같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지난 21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홍자영을 연기한 배우 염혜란. / 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갖고 싶은 언니’ ‘국민 누나’. 배우 염혜란이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얻은 별명이다. 시크하고 냉철하지만, 내 편일 때는 그 누구보다 든든하게 지켜주는 걸크러시 매력. 맞는 말만 골라서 해 비수를 꽂다가도 위로가 필요할 때 진심 가득한 말로 달래주는 따뜻함. 염혜란이 만든 홍자영은 ‘내 편’이었으면 하는, 존재만으로도 용감하게 만들어주는 인물이었다.‘동백꽃 필 무렵’은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지난 21일 최고 시청률 23.8%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염혜란은 옹산의 냉철한 변호사이자 노규태(오정세 분)의 아내 홍자영을 맡았다. 홍자영은 남편 노규태를 하찮아하면서도 귀여워했고, 싫어하던 동백(공효진 분)과 친구가 된 후에는 자매 케미까지 선보였다. 서늘한 표정이어도 따뜻한 눈빛을 품고 있던 홍자영의 등장은 늘 기다려졌다.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옹산 걸크러시’로 활약했던 염혜란은 그가 아니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홍자영을 완성했다.10. ‘동백꽃 필 무렵’이 시청률, 화제성 모두 잘 됐다. 인기와 더불어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소감은 어떤가? 알아보는 사람들도 늘었을 것 같다.
염혜란 : 이런 기회가 다시 올까 싶다. 내 나이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것(인기) 또한 지나가는 거라는 걸 안다. 흔들리지 말고, 들뜨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잘 보내자고 하고 있다. (웃음) 카페에서 민낯으로 대본을 보고 있는데 날 알아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옆자리에 앉아 계셨는데 빵을 슬며시 주시곤 ‘방해되니까 자리 옮길게요’ 하고 떠나시더라. 몰입에 방해가 될까 봐 컵을 치울 때 빵이나 간식을 주신 분도 계셨다. 그런 배려들과 사랑이 너무 감사했다.
10. 최고 시청률 23.8%다. 올해 공중파 미니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차지했는데, 이런 큰 수치가 나올 걸 예상했나?
염혜란 : 마지막 회는 무조건 20%가 넘을 것 같았다. 마지막 회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서 그렇게 예상했는데, 최고 시청률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냥 행복하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뤄진 드라마다. 임상춘 작가님이 하고 싶었던 말처럼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걸 이룬 듯한 느낌이 들어서 배우들끼리 마지막 회를 보고 같이 부둥켜안고 울었다. 좋은 드라마를 한 게 행복하다.
10.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받은 첫 인상이 궁금하다.
염혜란 : 작가님의 전작(‘쌈마이웨이’)을 봐서 기대도 있었지만, 드라마 제목부터 따뜻한 작품 같다고 생각했다. 딱 봤는데 등장인물을 동물에 빗대어 설명했더라. 자영이는 고양이고 동백이는 하마. 그거 하나만으로 너무 재밌을 것 같았다. 시놉시스에는 ‘1인 1가구 1용식이 시급할 때다’ 이렇게 써져있었다. 시놉시스만으로 너무 재밌었다.10. ‘동백꽃 필 무렵’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입을 모으는 부분이 ‘좋은 대본’이다. 대본 속 홍자영을 잘 구현한 것 같은가?
염혜란 : 홍자영의 지문을 보면 서늘한 카리스마, 조목조목 따진다, 똑소리 난다 이런 말이 많았다. 차분하게 카리스마를 폭발시키는 연기가 많았는데, 연기를 하는 내가 그 안에서도 변주를 줘야 하는 것들이 어려웠다. 흥분하지 않고 하나씩 따질 때 카리스마가 폭발한다. 더 이상 말을 못 하게 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지 않나. 그런 모습을 연기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부분들은 잘 구현했는지 스스로 봤을 땐 잘 모르겠다.
염혜란은 “자영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의 대사 중 내 마음을 울린 대사들을 정리했는데 A4용지로 8장이 나왔다. 대사를 정리하면서 이삿짐 정리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 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10. 자신이 본 홍자영은 어떤 사람인가?염혜란 : 홍자영은 자존심이 센 사람이다. 근데 자존심이 강해서 상처를 받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상처를 받은 상태인 사람이다. 여러 능력들이 드러나서 강해 보이는 여자가 아니라, 모든 상황을 담담하게 냉정하게 바라보는 사람. 그래서 홍자영을 연기할 때도 세 보이는 게 아니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보였으면 했다.10. 실제 성격도 조금 비슷한가?
염혜란 : 전혀 다르다. 나는 화가 나면 눈물부터 나는 스타일이다. 홍자영스럽고 싶다. (웃음) 홍자영으로 살다 보니 홍자영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모든 상황을 조금씩 객관적으로 보는 시선이 생겼다. 염혜란의 삶에도 홍자영이 영향을 준 것 같아서 좋다.
10. 홍자영은 논리적이고 냉정한 사람이지만, 내 편일 때 누구보다 든든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홍자영을 ‘갖고 싶은 언니’ ‘국민 누나’라고 불렀다. 이런 별명으로 불리는 기분이 궁금하다.
염혜란 : 나도 홍자영을 갖고 싶다. (웃음) 삶의 멘토처럼 고민도 들어주고 시원시원하게 얘기하고 잘해줄 것 같지 않나. 말만 앞서지 않고 실제로 능력도 있는 사람이다. 이런 언니 정말 갖고 싶을 것 같다. 현실은 홍자영과 다르기 때문에 홍자영을 연기하면서도 스스로 통쾌하고 행복한 마음들이 있었다.
10. 남편 노규태를 연기한 오정세와 케미는 정말 최고였다. 오정세와 호흡은 어땠나?
염혜란 : 오정세는 임기응변에 강한 사람이다. 정말 재밌는 친구다. 드라마 안에서는 연기로 만나기 때문에 티키타카(서로 호흡이 맞아 잘 주고받는 모습)가 재밌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잘 맞았다. 드라마 안에서 규태가 동적인 에너지를 쏟으면 내가 정적으로 받아야 해서 차이가 있는데, 그런 차이들이 더 재밌는 포인트가 된 것 같다.10. 시상식 시즌이 다가오는데, 베스트 커플상 혹은 연기상을 기대하나?
염혜란 : 사실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기 때문에 그 사랑만으로 상을 받은 것과 다를 게 없다. 이미 상을 주신 것 같다. 시청자들의 열렬한 사랑으로 이미 상을 받았다. (웃음)
‘동백꽃 필 무렵’ 염혜란 / 사진=KBS2 방송화면
10. 홍자영의 최고의 장면을 꼽는다면 드리프트 장면이다. 차에서 내려 규태 앞을 막는 것 까지 너무 멋있었다. 이 장면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염혜란 : 홍자영이 멋진 여자고 드리프트도 멋진 장면으로 나와야 해서 긴장을 많이 했다. 근데 내가 초보운전이다. 20년째 초보운전이라 직진밖에 못한다. (웃음) 현장 스턴트맨이 그 장면을 해줬는데 완성된 걸 보니까 정말 멋있게 나왔더라. 그때 내가 소매에 고무줄을 끼우고 있었는데 현장에 있던 모든 스태프가 그걸 발견하지 못했다. 나중에 댓글을 보고 내가 고무줄을 끼우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시청자들이 정말 세심하게 하나하나 다 보시는지 알았다.10. 드리프트 장면이 나가고 난 후 주위 반응은 어땠나?
염혜란 : 시어머니가 ‘너 진짜 멋있다’라고 문자를 보내주셨다. 어머님이 눈이 높은데도 좋다고 하실 정도면 온 국민이 좋아한다고 봐야 한다. 그 문자를 받고 행복했다.
10. 규태와 부부 케미도 정말 좋았지만, 동백과 자매 케미가 너무 좋았다. 특히 ‘동백 씨 마음엔 동백 씨 꽃밭이 있네’라는 대사는 모든 시청자에게 감동을 준 명대사였다.
염혜란 : 그 장면은 홍자영의 입장에선 고백이다. 네가 이런 삶을 살아왔지만 너의 삶은 참 훌륭하다고 위로하는 거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영에게는 쉬운 고백이 아니었을 거다. 까멜리아엔 항상 방을 빼라고 모진 말을 하러 간 곳인데 동백이를 보러 까멜리아에 가서 같이 술을 마신다? 그 자체가 자영의 변화다. 홍자영의 성장기 혹은 동백의 삶에 동의하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10. 향미(손담비 분)와 붙는 장면이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향미와 연기할 때 유독 자영의 카리스마가 커보였다. 제압하는 느낌도 들었다.
염혜란 : 향미와 연기할 때 가장 우려가 많이 됐다. 자영은 향미를 깜냥도 안 되는, 전의 상실 수준으로 대한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고학력자 자영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비하하는 걸로 보일까봐 걱정했고, 대사로 향미를 ‘술집 여자’라고 표현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향미를 죽인 건 까불이(이규성 분)이고 나는 목격자였지만 나는 편견 속에서 향미를 정신적으로 죽인 사람인 것 같았다.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행동과 대사로 향미를 죽인 것 같아 마음이 좋진 않았다.
10. 까불이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모두가 까불이 용의 선상에 올랐다. 자영 역시 의심을 피할 수 없었다.
염혜란 : 내가 왜 의심받았을까. (웃음) 사실 까불이 찾기 인기가 정말 뜨거웠다.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고 내 주변에서도 까불이 정체를 물어봤다. 나는 까불이가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시청자들이 볼 때 ‘혹시?’ 하는 생각이 들게끔 연기를 했다. ‘자영이가 까불이?’ 이런 오해를 낳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조금 있었다. 규태에게 ‘시체는 그렇게 쉽게 뜨지 않아’ 이런 대사도 일부러 서늘하게 했다.
염혜란은 “나는 연기를 하며 에너지를 얻는다. 새로운 인물을 만나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게 줄겁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10. 홍자영의 대사 중 정말 멋있다고 생각하는 말 하나만 꼽자면? 염혜란 : 홍자영의 대사뿐만 아니라 모든 대사들이 주옥같아서 하나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좋다. 하나만 꼽자면 나는 ‘저 홍자영이에요’라는 말이 참 좋다. 그 한 마디가 홍자영스럽다. 이름도 어쩜 찰떡같이 홍자영인가. (웃음) ‘홍자영이에요’라고 하면 뭔가 해결해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뭐, 해결이 되겠지’ 이런 느낌이라 좋았다.
10. ‘동백꽃 필 무렵’이 시놉시스부터 재밌었고, 제목부터 따뜻한 느낌을 받았던 작품이라고 했다. 드라마를 끝나고 지난 10주를 돌아보니 어떤가?
염혜란 : 사실 홍자영이 처음에는 힘들었다. 내가 스스로를 보는 편견이 있었다. 나에게 홍자영은 어울리지 않은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왜 나한테 홍자영을? 홍자영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많은데?’라는 생각을 했다. 남들은 별말 하지 않았는데 나 혼자 나를 어떤 배우라고 편견을 만들어놨더라. 그런데 공효진 씨도 ‘언니가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라고 하고 감독님도 작가님도 ‘염혜란답게 하세요’라고 하셨다. 내가 그랬기 때문에 드라마의 주제(편견)가 나한테 더 다가왔다. 홍자영이 자양분이 됐다. 편견은 곧 내가 만든 거였다는 깨달음을 준 작품이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10.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다. ‘동백꽃 필 무렵’은 어떤 드라마로 남을 것 같나?
염혜란 : 마지막 회 동백이 대사 중에 ‘나는 모래밭 위 사과나무 같았다. 파도는 쉬지 않고 달려드는데 발 밑에 움켜쥘 흙과 팔을 뻗어 기댈 나무 한 그루가 없었다. 이제 내 옆에 사람들이 돋아나고 그들과 뿌리를 섞었을 뿐인데 이토록 발밑이 단단해지다니… 이제야 곁에서 항상 꿈틀댔을 바닷바람, 모래알, 그리고 눈물 나게 예쁜 하늘이 보였다’라는 대사가 있다. 그 대사가 참 좋다. 저도 모래밭에 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작품이 안 되면 안 될 것 같다가도 사랑받으면 또 될 것 같았다.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모든 것들이 자양분이 된다. ‘동백꽃 필 무렵’은 내 마음에 동백나무를 심어준 드라마다. 마음 한편에 동백나무를 심고 뿌리를 내리고 잘 있으면 꽃을 피울 수 있을 것 같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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