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약 4년 만에 정규 앨범 ‘모래내판타지’를 발표한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조웅./ 사진제공=BANA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지난 12일 정규 4집 ‘모래내판타지’를 선보였다. 2015년에 낸 정규 3집 ‘썬파워’ 이후 약 4년 만이다. 2007년 정규 1집 ‘우리는 깨끗하다’로 데뷔한 이후 약 12년간 다른 가수들과의 프로젝트 싱글 한 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규 앨범만 발매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이 독특한 밴드는 작사와 작곡은 물론 보컬을 담당하는 조웅을 중심으로 멤버가 바뀌며 음악 활동을 이어 왔다. ‘모래내판타지’의 음악 작업을 위해 서울 모래내시장에 장소를 구해 직접 공간을 꾸몄다는 서울 남가좌동의 작업실에서 지난 10일 조웅을 만났다.

작업실은 각종 생선, 고춧가루 등을 파는 시장 초입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있었다. 경사진 계단을 오르며 ‘이런 곳에서 음악을 한다고?’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평화로운 분위기의 작업실이 나타났다. 조웅은 “원래 전기도 없는 곳이었다. 앨범 발매 후 이 곳에서 게릴라 공연도 할 것”이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이곳을 당분간 술집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저 말고도 세션 연주자들의 게릴라 공연도 열릴 수 있어요. 그러다 가을이 오면 일본, 대만 등 해외 밴드들을 불러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와 같이 공연을 가질 겁니다. ‘모래내판타지’ 앨범을 판매할 수도 있고요. 제 앨범이 소비되는 기간을 스스로 늘리는 거죠.”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작업실.

조웅은 3집을 내면서부터 앨범이 소비되는 기간이 짧아졌음을 체감했다고 한다. 조웅은 “정규 앨범도 히트를 치지 않는 이상 묻혀 버린다”며 “음악이 마치 물건처럼 상업적으로 소비되니까 아쉽다”고 말했다.“이번 앨범의 발매 과정을 공개한 이유도 정규 앨범의 소비 간격이 짧아졌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콘텐츠도, 음악도 너무 많이 나오는 시대를 쫓아가기에는 너무 빨라서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모래내판타지’의 소비 기간을 늘린 거죠. ‘모래내판타지’의 작업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유튜브 채널 ‘HEADROOM ROCKERS’에 공개했어요.”

‘모래내판타지’에는 더블 타이틀곡 ‘물불’ ‘망한나라’부터 ‘우리는 끝없이 흐른다’ ‘나띵 컴페어 투유’ ‘지워진 자국’ ‘무지개’ ‘오 싱가포르’ ‘여름밤’ ‘재개발’까지 9곡이 실렸다. 조웅은 “1집과 2집을 만들 때 느꼈던 감정을 ‘모래내판타지’의 작업 소재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10여 년간 활동을 해오며 ‘무대에서 무엇을 하는 것이 즐거운 것일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무대에서 하면 즐거운 일, 관객과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을 좇아 만든 앨범이 3집인 것 같아요. 4집에선 다시 아마추어였을 때 느꼈던 감정들로 돌아갔죠.”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모래내판타지’ 커버./ 사진제공=BANA

‘모래내판타지’의 7번 트랙 ‘오 싱가포르’는 1집의 6번 트랙 ‘오~ 싱가포르’를 다시 편곡해 수록한 곡이다. 조웅은 “‘오~ 싱가포르’는 1집에서도 굉장히 의미있는 곡이었다”며 “누군가를 초대하는 문을 여는 내용이다. 당시의 내가 ‘이제 음악을 하고 무대에 서겠다’고 가졌던 마음과 닿아있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마치 초등학교 정문에서 찍었던 졸업식 앨범 사진을 성인이 돼 다시 찾아보는 마음이었어요. 그런 마음을 기록하면 재밌잖아요. 내 음악은 그대로 기록으로 남는 거니까 연주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강해 ‘오 싱가포르’를 ‘모래내판타지’에 실었어요.”조웅은 솔로 앨범도 발매할 계획이다. 조웅은 “약 2년 정도 전에 대만으로 가서 곡을 만들었다. 대만에서 만든 곡 중 일부는 ‘모래내판타지’에도 수록했다”고 밝혔다.

“제 솔로 앨범은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음악과는 다를 겁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진 않았어요. 설명서 놓고 하는 작업은 재미없어서요.(웃음) 이제 제 솔로 앨범의 형태가 어떻게 될지 재미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올해 안에는 낼 생각을 하고 있어요.”

조웅에겐 이루고 싶은 새 목표도 생겼다. “앞으로 10년 동안 앨범 10장을 내는 것”이다. 약 12년 동안 정규 앨범 네 장만 낸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행보에 비춰보면 꽤 파격적이다.

“제가 올해 만 40세가 됩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50살이 될 때까지는 앨범 10장을 내자. 그것이 내 인생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이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솔로 앨범이 됐든,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앨범이 됐든 말이죠. 작업하는 것이 제일 재밌게 노는 방법일 것 같아요. 하하.”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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