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유진우(현빈)는 천국의 열쇠로 차형석(박훈), 서정훈(민진웅), 차병준(김의성)을 찔러 버그를 삭제했다. 이후 열쇠를 엠마(박신혜)에게 맡겼고, 게임은 리셋됐다. 뒤늦게 정세주(찬열)로부터 엠마가 그를 찔러 죽였을 것이라는 것을 듣게 된 정희주(박신혜). 바로 유진우가 있던 성당으로 달려갔으나 그를 찾지 못했다.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유진우가 대표로 있던 회사 제이원 홀딩스는 AR 게임 ‘넥스트’를 출시했다. 넥스트는 서울과 그라나다에서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제이원 홀딩스는 정세주에게 자회사를 만들어주겠다고도 제안했다.
기타를 만들며 언젠가는 유진우를 만날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던 정희주는 우연히 넥스트 유저들이 하는 말을 듣게 됐다. 그들이 말하는 또 다른 유저가 유진우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정희주는 유진우가 있을 만한 곳으로 달려갔다.
유진우는 게임 속 검객들을 해치우고 있었다. 정세주가 한 말만이 1년 간 묘연했던 유진우의 행방을 짐작하게 했다. 정세주는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차원에 있는 것과 같은 ‘인스턴트 던전'(특정 유저만 사용하는 독립적인 공간)에 자신도 숨어있었다고 했다. 그 던전은 적들의 눈을 속이는 용도로,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1년이 지나서야 나타난 유진우는 정희주와 행복한 재회를 했을까. 송재정 작가는 열린 결말로 ‘알함브라’를 마무리했다.송 작가는 전작 ‘W’ 이후 신선한 소재로 극을 시작하지만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알함브라’도 그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초반에 바짝 조여진 이야기의 실타래가 과거 장면의 불필요한 반복과 인물들의 감정 과잉으로 느슨하게 풀려지면서다. 송 작가는 앞서 인터뷰에서 중간 과정이 왜 이렇게 긴 지에 대한 질문에 “내겐 인간 감정의 리얼리티가 중요하다. 공포의 순간을 금방 극복하는 것을 내가 지나치지 못해 늘어져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리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 복잡한 인간 감정의 실제를 보다 첨예한 사건이나 상상력으로 촘촘하게 풀어낼 수는 없었을까. 마지막 회에서조차 재탕된 과거 장면이나 극을 지루하게 만드는 감정 몰입 신의 과한 분량 대신, 시청자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나왔다면 ‘알함브라’는 좀 더 공감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2019년이다. 작가가 앞서 말했던 대로 ‘알함브라’ 속 AR게임 기술은 근미래일 수도 있다. 동시에 시청자들도 그만큼 똑똑해졌다. 시청자들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수십 개로 달라지는 인터랙티브 필름도 나오는 시대다. 배우들의 명연기나, 국내 드라마에서는 보지 못했던 소재의 도입, 스페인의 매혹적인 풍경 등만으로는 국내외 수많은 콘텐츠를 접하고 있는 시청자들을 사로잡거나 만족시킬 수 없다. 시청자들은 ‘알함브라’가 투영하는 21세기에 걸맞는 작품을 원한다.
‘알함브라’ 후속으로는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오는 26일 오후 9시부터 방영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지난 20일 방영된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방송화면 캡처.
‘AR(증강현실) 게임’이라는 파격적 소재도 생명연장기가 되어줄 수는 없었다. 국내 최초로 AR 게임을 소재로 사용해 큰 주목을 받은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연출 안길호, 극본 송재정, 이하 ‘알함브라’)이 지난 20일 못내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유진우(현빈)는 천국의 열쇠로 차형석(박훈), 서정훈(민진웅), 차병준(김의성)을 찔러 버그를 삭제했다. 이후 열쇠를 엠마(박신혜)에게 맡겼고, 게임은 리셋됐다. 뒤늦게 정세주(찬열)로부터 엠마가 그를 찔러 죽였을 것이라는 것을 듣게 된 정희주(박신혜). 바로 유진우가 있던 성당으로 달려갔으나 그를 찾지 못했다.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유진우가 대표로 있던 회사 제이원 홀딩스는 AR 게임 ‘넥스트’를 출시했다. 넥스트는 서울과 그라나다에서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제이원 홀딩스는 정세주에게 자회사를 만들어주겠다고도 제안했다.
기타를 만들며 언젠가는 유진우를 만날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던 정희주는 우연히 넥스트 유저들이 하는 말을 듣게 됐다. 그들이 말하는 또 다른 유저가 유진우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정희주는 유진우가 있을 만한 곳으로 달려갔다.
유진우는 게임 속 검객들을 해치우고 있었다. 정세주가 한 말만이 1년 간 묘연했던 유진우의 행방을 짐작하게 했다. 정세주는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차원에 있는 것과 같은 ‘인스턴트 던전'(특정 유저만 사용하는 독립적인 공간)에 자신도 숨어있었다고 했다. 그 던전은 적들의 눈을 속이는 용도로,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1년이 지나서야 나타난 유진우는 정희주와 행복한 재회를 했을까. 송재정 작가는 열린 결말로 ‘알함브라’를 마무리했다.송 작가는 전작 ‘W’ 이후 신선한 소재로 극을 시작하지만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알함브라’도 그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초반에 바짝 조여진 이야기의 실타래가 과거 장면의 불필요한 반복과 인물들의 감정 과잉으로 느슨하게 풀려지면서다. 송 작가는 앞서 인터뷰에서 중간 과정이 왜 이렇게 긴 지에 대한 질문에 “내겐 인간 감정의 리얼리티가 중요하다. 공포의 순간을 금방 극복하는 것을 내가 지나치지 못해 늘어져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리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 복잡한 인간 감정의 실제를 보다 첨예한 사건이나 상상력으로 촘촘하게 풀어낼 수는 없었을까. 마지막 회에서조차 재탕된 과거 장면이나 극을 지루하게 만드는 감정 몰입 신의 과한 분량 대신, 시청자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나왔다면 ‘알함브라’는 좀 더 공감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2019년이다. 작가가 앞서 말했던 대로 ‘알함브라’ 속 AR게임 기술은 근미래일 수도 있다. 동시에 시청자들도 그만큼 똑똑해졌다. 시청자들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수십 개로 달라지는 인터랙티브 필름도 나오는 시대다. 배우들의 명연기나, 국내 드라마에서는 보지 못했던 소재의 도입, 스페인의 매혹적인 풍경 등만으로는 국내외 수많은 콘텐츠를 접하고 있는 시청자들을 사로잡거나 만족시킬 수 없다. 시청자들은 ‘알함브라’가 투영하는 21세기에 걸맞는 작품을 원한다.
‘알함브라’ 후속으로는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오는 26일 오후 9시부터 방영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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