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10. 시즌2의 막을 연 기분이 어떤가요?
정경미 : 9일 동안 참 재미있었어요. ‘피곤하다’ ‘나가기 싫은데’ 이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즐거웠죠. 마지막 공연 날도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든든한 느낌이었고요.10. 시즌1이 큰 사랑을 받아서 부담이 컸을 것 같습니다.
정경미 : 시즌1과 다르게 내용을 바꿔야 하니까 공연을 준비비하면서 부담이 컸어요. 올리기 전에 스트레스를 좀 받았죠. 시즌1 공연 때 많이 보신 관객들은 다섯 번씩 보고 그랬거든요. 똑같이 시즌2를 한다면 실망을 안겨드릴 것 같아서 많이 바꿨죠.
김경아 : 내용에 대한 부담이 가장 컸어요. 시즌2를 3월 말에 하자고 결정할 때, 학기 초여서 엄마들도 적응이 끝난 상황이니까 시기가 딱 좋다고 생각했는데…제 입장에서는 다르더라고요. 큰 아이가 이번에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아이 입학과 공연 준비를 2월에 같이 하니까 버겁더라고요. 양쪽을 다 놓칠까 봐 혼란스러웠죠. 공연 전 프레스콜을 먼저 했는데, 그때 안심이 좀 됐어요.
조승희 : 심적, 육체적으로 모두 힘들었어요.(웃음) 더 멋지게 하고 싶은 부담도 있었고, 기술적으로 보완할 부분도 많았죠. 9일간의 공연을 마치고는 시원섭섭했어요.
10. ‘투맘쇼’가 상품이 많은 걸로 유명한데, 직접 준비하나요?
정경미 : (조) 승희가 고생이 아주 많아요. 배우부터 제작진 역할까지 도맡아서 했죠. 상품 업체에 일일이 연락을 하고 만나고. 다 직접 해요.
조승희 : 시즌1 때는 전화하는 연습을 할 정도로 무척 떨었는데, 이번엔 공연을 아는 분들이 많아서 조금 수월했어요. 그래도 여전이 어렵죠. 전공 분야가 아니니까요.(웃음)
10. 공연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정경미 : 바꾸기 전에 선배님들에게 많이 물어봤어요,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요. 선배들이 다 바꿀 필요는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계속 걱정하면서 코너의 분위기를 바꿨는데, 관객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죠.
김경아 : 웃음이 안 터진 적 없는 코너들은 그대로 뒀어요. 마지막 코너인 ‘몸으로 말해요’는 구성은 그대로 가고, 내용만 바꿨어요. 세 사람 모두 ‘개그콘서트’를 하면서 매주 다른 걸 해왔으니, 같은 걸 내내 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거예요. 근데 공연을 많이 한 선배들이 그러더군요, ‘굳이 또 바꾸냐? 어떤 공연은 같은 방식으로 5년도 한다’고. 고민했지만 관객들에게 새로운 걸 선물해드리고 싶었어요.
조승희 : 노래를 하는 코너에서는 안무가 더 많아졌고, 화면 시스템도 풍성하게 활용했어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훨씬 화려해졌죠.10. ‘투맘쇼’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김경아 : 정경미에게 아이디어가 샘솟아요. 5분에 하나씩 ‘이거 해볼래?’ ‘저거 해볼래?’ 하는 식이에요.(웃음) 2013년 공연 ‘드립걸즈’를 할 때 엄마들의 공연을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둘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일 잘하는 조승희에게 손을 내밀었죠.
조승희 : 이 공연의 기획은 꽤 오래 전부터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경미 선배가 임신을 하고 애를 낳고 또 김경아 선배가 둘째를 낳은 뒤에야 본격적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10. 아이디어를 공연으로 구체화시키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죠?
정경미 : 지금이 아니면 공감대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너무 커버리기 전에 해보자고 뭉쳤죠. 무엇보다 남편인 윤형빈이 공연사업을 하고 있어서 공연장부터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어요. 어깨너머로 살며시 보면서 ‘이렇게 하는구나’라고요.(웃음)
조승희 :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는 윤형빈 선배에게 여쭤봐요. 친절하게 알려주시죠.
정경미 : 이해하게 됐죠. ‘참 힘들겠구나’하고요. 우린 셋이 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혼자 다 해내고 있으니까요. 요즘엔 공연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래요. 처음엔 남편도 우리를 병아리 바라보듯 봤는데, 이젠 인정해주는 것 같아요. 여자 셋이 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업체에 연락하고 행사 연결도 곧잘 하니까요. 오히려 우리에게 물어보는 것도 있어요. 대화가 많이 늘었죠. 친해졌어요.(웃음)
10. 엄마들을 위한 공연이지만 수위는 어디까지로 정했나요?
정경미 : 출산 이야기를 하는 코너였는데, 승희가 “아무리 생각해도 수위가 너무 센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무섭다면서요. 실제 이야기의 반도 안한 건데 말이죠. 그래서 조절을 했어요. 이후에 관객들이 “진짜냐?”고 물어보면, 조절을 했는데도 이렇게 충격을 받으면…이전 버전으로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싶었죠. 하하.
10. 유일한 미혼자로서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조승희 : 이 공연을 보면 관객들의 생각이 ‘결혼하고 싶다’와 ‘더 늦게 해야지’로 나뉘는데요, 저는 후자입니다.(웃음) 아픔과 고통을 고스란히 전달 받으니까요. 공연을 하고 나서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언니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전과는 다르게 이해하고, 공감하죠. 언니가 참 대단하구나 싶고요.10. 관객들이 모두 울기도 한다고요?
정경미 : 모든 엄마들이 똑같은 마음이어서, 누가 울면 다 같이 울어요.
조승희 : 시즌1 때는 엄마들이 모두 우니까 가슴이 막 뛰더라고요. 사고 난 줄 알았거든요. 돌아보니 저만 안 울고 있던데요.(웃음)
10. 공연 시간도 좀 길어지겠군요.
김경아 : 공연이 90분인데, 시즌1 때 100분까지 간 적도 있어요. 다 같이 울면서요.
정경미 : 공연이 오전 11시 시작인데, 딱 맞춰 시작하질 못해요. 아이들 등원시키고 오는 엄마들 기다리고, 유모차를 끌고 오면 시간이 또 오래 걸리잖아요. 11시가 다 돼 우리는 초조한데, 엄마들은 같은 마음으로 기다려요.
김경아 : 무엇보다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 떠느라 11시가 됐는지도 몰라요, 엄마들이.(웃음)
10. 당황한 적은 없었나요?
정경미 : 이번 공연 때, 마지막에 영상을 트는데 빔 리모컨을 누르면 딱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오는 거예요. 리모컨이 고장이 난 거예요.
조승희 : 제가 빨리 나가서 상품도 나눠드리고 시간을 좀 끌었는데, 그래도 안되더라고요. 결국 빔 근처에 앉은 관객이 긴 막대기로 버튼을 눌러서 켰어요.
김경아 : 나중에 후기를 보니까 일부러 그런 건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10. 기억에 남는 관객은요?
정경미 : 이번에 처음으로 맨 앞자리에 남성 관객이 앉아 계시더라고요. “왼쪽, 오른쪽 중 누가 아내냐”고 물었더니 “혼자 왔다”고 하셨어요. 육아 휴직을 내고 아이를 돌보는 관객이었죠. 뿌듯하면서 묘한 기분이었어요.
10. 공연하는 보람이 클 것 같습니다.
김경아 : 보람이 굉장히 커요. 엄마들을 위로하고 응원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찾게 돼요. 공연을 하면서 여기가 커피숍인지, 어딘지 모를 정도로 같이 수다를 떠는 기분이에요.
정경미 : 애를 낳고 키우면서 정말 힘들다고 느꼈는데, 공연을 하면서 싹 사라졌어요.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이 살고 있구나’ 싶었죠. 서로에게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10. ‘투맘쇼’ 외에 다른 공연이나 프로젝트도 준비 중인가요?
조승희 : 엄마들과 할 수 있는 걸 많이 하고 싶어요. 여러 가지를 생각 중이죠. 엄마들과 하는 체육대회, 캠핑 같은 것도 있고요.
김경아 : 벼룩시장도 연 적 있었는데 무척 재미있었어요. 또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김경아 : 결혼 전에는 롤모델로 배우 김원희를 꼽으며 여성 단독 MC를 꿈꿨는데, 결혼 후에는 안정을 찾는 것 같아요.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면서 제 일거리를 놓치지 않는 게 꿈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투맘쇼’는 저에게 행복이죠. 엄마들과 만나서 소통하는 게 정말 즐거워요.
정경미 : 사람 만나는 게 점점 좋아져요. 예전엔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어려웠는데, 어느새 잘하게 됐죠. 이것도 하나의 재산이 되겠다고 느끼면서 더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습니다.
조승희 : 제가 사업을 하게 될 줄 몰랐어요. 하하. 좋은 아이템을 기획해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는 게 참 좋아요. ‘투맘쇼’는 온전히 진실인 공연이에요. 그래서 따뜻하고요.
10. 공연만 하는 게 아니라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죠?
김경아 : 상호를 ‘맘통령’이라고 했어요. 엄마들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았죠.(웃음)
조승희 : 공연 외에 더 다양한 것들을 하고 싶어서 ‘맘통령’이라고 정했고요. 저는 명함을 드리면서 먼저 이야기해요, “저는 미혼입니다”라고요.(웃음)
10. ‘일하는 엄마’로서 삶의 균형은 어떻게 잡고 있나요?
정경미 : 아이가 ‘엄마 일하러 간다’하면 알아요. 그래야 자기 장난감이 생긴다는걸.(웃음)
김경아 : 항상 부딪히는 지점인데,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일을 하러 가면서 미안한 마음이 항상 있어요. 어릴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엄마가 집에 없는 마음을 잘 알거든요. 그래서 더 우리 아이들이 집에 들어왔을 때, 문 열어주고 싶죠. 아이는 이제 어느 정도 커서 엄마가 없어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데, 제 마음이 그래요. ‘투맘쇼’를 하면서 관객들이 ‘멋져요’ ‘대단해요’ 해주시는데, 게으른 엄마가 되지 말자고 마음먹고, 아이들과 있을 때는 집중해서 놀아주고 더 좋은 엄마가 되려고 합니다. 엄마로서의 욕심이 커요. 이러면서 또 아이들이 밤에 안 자고 그러면 “도깨비 나온다”고 소리치고 그래요. 하하.
정경미 : 현실은 그거죠.(웃음) ‘내일은 좋은 엄마가 되자’ 다짐하고요.
10. 엄마가 되고 삶이 확 달라졌겠죠?
정경미 : 삶이 다 달라졌어요. 노는 것도 좋아하고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는 저였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그 삶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친구들이 만나자고 해도 못 나가고, 그러면 친구들은 섭섭해하죠. 미안하지만, 이것 역시 저에게 중요한 삶이니까요. 다 얻을 수는 없죠. 아이를 위해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이 삶이 좋아요.(웃음)
10. 앞으로의 포부가 궁금합니다.
김경아 : ‘투맘쇼’는 공연계에서 어느 정도 입소문이 났어요. 방송 쪽으로 봤을 때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투맘쇼’라는 이름으로 TV 진출을 하고 싶습니다.
조승희 : 공연에서는 계속 ‘투맘쇼’로 승승장구했으면 좋겠어요. ‘난타’하면 모두가 알듯이 그런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정경미 : ‘난타’, ‘점프’, ‘옹알스’ 등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우리 공연이잖아요. ‘투맘쇼’도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공연으로 성장하면 좋겠어요.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공연 ‘투맘쇼’로 뭉친 코미디언 김경아(왼쪽부터), 정경미, 조승희.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내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와 다를 것 없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90분이 훌쩍 지나간다. 엄마들을 웃고 울리는 공연 ‘투맘쇼’다. 그 중심에 각각 KBS 20기, 21기, 23기 공채 개그맨인 정경미, 김경아, 조승희가 있다. KBS2 ‘개그콘서트’에서 여러 해 동안 웃음을 준 세 사람이 공연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2016년 제1회 홍대코미디위크에서 처음 시작한 ‘투맘쇼’는 제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도 초청 받았고, 이후 정기 공연으로 이어졌다. 재미와 감동을 다 잡으며 전국 10개 도시에서 100회 공연을 했다. 지난달 26일부터 4월 4일까지 서울 서교동 윤형빈소극장에서 시즌2의 화려한 막을 올렸다. 새롭게 단장한 ‘투맘쇼’로 전국을 돌며 엄마들을 웃게 할 채비를 마친 정경미, 김경아, 조승희를 만났다.10. 시즌2의 막을 연 기분이 어떤가요?
정경미 : 9일 동안 참 재미있었어요. ‘피곤하다’ ‘나가기 싫은데’ 이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즐거웠죠. 마지막 공연 날도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든든한 느낌이었고요.10. 시즌1이 큰 사랑을 받아서 부담이 컸을 것 같습니다.
정경미 : 시즌1과 다르게 내용을 바꿔야 하니까 공연을 준비비하면서 부담이 컸어요. 올리기 전에 스트레스를 좀 받았죠. 시즌1 공연 때 많이 보신 관객들은 다섯 번씩 보고 그랬거든요. 똑같이 시즌2를 한다면 실망을 안겨드릴 것 같아서 많이 바꿨죠.
김경아 : 내용에 대한 부담이 가장 컸어요. 시즌2를 3월 말에 하자고 결정할 때, 학기 초여서 엄마들도 적응이 끝난 상황이니까 시기가 딱 좋다고 생각했는데…제 입장에서는 다르더라고요. 큰 아이가 이번에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아이 입학과 공연 준비를 2월에 같이 하니까 버겁더라고요. 양쪽을 다 놓칠까 봐 혼란스러웠죠. 공연 전 프레스콜을 먼저 했는데, 그때 안심이 좀 됐어요.
조승희 : 심적, 육체적으로 모두 힘들었어요.(웃음) 더 멋지게 하고 싶은 부담도 있었고, 기술적으로 보완할 부분도 많았죠. 9일간의 공연을 마치고는 시원섭섭했어요.
10. ‘투맘쇼’가 상품이 많은 걸로 유명한데, 직접 준비하나요?
정경미 : (조) 승희가 고생이 아주 많아요. 배우부터 제작진 역할까지 도맡아서 했죠. 상품 업체에 일일이 연락을 하고 만나고. 다 직접 해요.
조승희 : 시즌1 때는 전화하는 연습을 할 정도로 무척 떨었는데, 이번엔 공연을 아는 분들이 많아서 조금 수월했어요. 그래도 여전이 어렵죠. 전공 분야가 아니니까요.(웃음)
10. 공연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정경미 : 바꾸기 전에 선배님들에게 많이 물어봤어요,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요. 선배들이 다 바꿀 필요는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계속 걱정하면서 코너의 분위기를 바꿨는데, 관객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죠.
김경아 : 웃음이 안 터진 적 없는 코너들은 그대로 뒀어요. 마지막 코너인 ‘몸으로 말해요’는 구성은 그대로 가고, 내용만 바꿨어요. 세 사람 모두 ‘개그콘서트’를 하면서 매주 다른 걸 해왔으니, 같은 걸 내내 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거예요. 근데 공연을 많이 한 선배들이 그러더군요, ‘굳이 또 바꾸냐? 어떤 공연은 같은 방식으로 5년도 한다’고. 고민했지만 관객들에게 새로운 걸 선물해드리고 싶었어요.
조승희 : 노래를 하는 코너에서는 안무가 더 많아졌고, 화면 시스템도 풍성하게 활용했어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훨씬 화려해졌죠.10. ‘투맘쇼’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김경아 : 정경미에게 아이디어가 샘솟아요. 5분에 하나씩 ‘이거 해볼래?’ ‘저거 해볼래?’ 하는 식이에요.(웃음) 2013년 공연 ‘드립걸즈’를 할 때 엄마들의 공연을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둘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일 잘하는 조승희에게 손을 내밀었죠.
조승희 : 이 공연의 기획은 꽤 오래 전부터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경미 선배가 임신을 하고 애를 낳고 또 김경아 선배가 둘째를 낳은 뒤에야 본격적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10. 아이디어를 공연으로 구체화시키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죠?
정경미 : 지금이 아니면 공감대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너무 커버리기 전에 해보자고 뭉쳤죠. 무엇보다 남편인 윤형빈이 공연사업을 하고 있어서 공연장부터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어요. 어깨너머로 살며시 보면서 ‘이렇게 하는구나’라고요.(웃음)
조승희 :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는 윤형빈 선배에게 여쭤봐요. 친절하게 알려주시죠.
코미디언 정경미.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남편이 달라 보이겠는데요?정경미 : 이해하게 됐죠. ‘참 힘들겠구나’하고요. 우린 셋이 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혼자 다 해내고 있으니까요. 요즘엔 공연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래요. 처음엔 남편도 우리를 병아리 바라보듯 봤는데, 이젠 인정해주는 것 같아요. 여자 셋이 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업체에 연락하고 행사 연결도 곧잘 하니까요. 오히려 우리에게 물어보는 것도 있어요. 대화가 많이 늘었죠. 친해졌어요.(웃음)
10. 엄마들을 위한 공연이지만 수위는 어디까지로 정했나요?
정경미 : 출산 이야기를 하는 코너였는데, 승희가 “아무리 생각해도 수위가 너무 센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무섭다면서요. 실제 이야기의 반도 안한 건데 말이죠. 그래서 조절을 했어요. 이후에 관객들이 “진짜냐?”고 물어보면, 조절을 했는데도 이렇게 충격을 받으면…이전 버전으로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싶었죠. 하하.
10. 유일한 미혼자로서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조승희 : 이 공연을 보면 관객들의 생각이 ‘결혼하고 싶다’와 ‘더 늦게 해야지’로 나뉘는데요, 저는 후자입니다.(웃음) 아픔과 고통을 고스란히 전달 받으니까요. 공연을 하고 나서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언니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전과는 다르게 이해하고, 공감하죠. 언니가 참 대단하구나 싶고요.10. 관객들이 모두 울기도 한다고요?
정경미 : 모든 엄마들이 똑같은 마음이어서, 누가 울면 다 같이 울어요.
조승희 : 시즌1 때는 엄마들이 모두 우니까 가슴이 막 뛰더라고요. 사고 난 줄 알았거든요. 돌아보니 저만 안 울고 있던데요.(웃음)
10. 공연 시간도 좀 길어지겠군요.
김경아 : 공연이 90분인데, 시즌1 때 100분까지 간 적도 있어요. 다 같이 울면서요.
정경미 : 공연이 오전 11시 시작인데, 딱 맞춰 시작하질 못해요. 아이들 등원시키고 오는 엄마들 기다리고, 유모차를 끌고 오면 시간이 또 오래 걸리잖아요. 11시가 다 돼 우리는 초조한데, 엄마들은 같은 마음으로 기다려요.
김경아 : 무엇보다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 떠느라 11시가 됐는지도 몰라요, 엄마들이.(웃음)
10. 당황한 적은 없었나요?
정경미 : 이번 공연 때, 마지막에 영상을 트는데 빔 리모컨을 누르면 딱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오는 거예요. 리모컨이 고장이 난 거예요.
조승희 : 제가 빨리 나가서 상품도 나눠드리고 시간을 좀 끌었는데, 그래도 안되더라고요. 결국 빔 근처에 앉은 관객이 긴 막대기로 버튼을 눌러서 켰어요.
김경아 : 나중에 후기를 보니까 일부러 그런 건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10. 기억에 남는 관객은요?
정경미 : 이번에 처음으로 맨 앞자리에 남성 관객이 앉아 계시더라고요. “왼쪽, 오른쪽 중 누가 아내냐”고 물었더니 “혼자 왔다”고 하셨어요. 육아 휴직을 내고 아이를 돌보는 관객이었죠. 뿌듯하면서 묘한 기분이었어요.
10. 공연하는 보람이 클 것 같습니다.
김경아 : 보람이 굉장히 커요. 엄마들을 위로하고 응원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찾게 돼요. 공연을 하면서 여기가 커피숍인지, 어딘지 모를 정도로 같이 수다를 떠는 기분이에요.
정경미 : 애를 낳고 키우면서 정말 힘들다고 느꼈는데, 공연을 하면서 싹 사라졌어요.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이 살고 있구나’ 싶었죠. 서로에게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10. ‘투맘쇼’ 외에 다른 공연이나 프로젝트도 준비 중인가요?
조승희 : 엄마들과 할 수 있는 걸 많이 하고 싶어요. 여러 가지를 생각 중이죠. 엄마들과 하는 체육대회, 캠핑 같은 것도 있고요.
김경아 : 벼룩시장도 연 적 있었는데 무척 재미있었어요. 또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투맘쇼’ 시즌2를 시작한 코미디언 정경미(왼쪽부터), 김경아, 조승희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엄마가 되고, 또 ‘투맘쇼’를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습니까?김경아 : 결혼 전에는 롤모델로 배우 김원희를 꼽으며 여성 단독 MC를 꿈꿨는데, 결혼 후에는 안정을 찾는 것 같아요.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면서 제 일거리를 놓치지 않는 게 꿈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투맘쇼’는 저에게 행복이죠. 엄마들과 만나서 소통하는 게 정말 즐거워요.
정경미 : 사람 만나는 게 점점 좋아져요. 예전엔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어려웠는데, 어느새 잘하게 됐죠. 이것도 하나의 재산이 되겠다고 느끼면서 더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습니다.
조승희 : 제가 사업을 하게 될 줄 몰랐어요. 하하. 좋은 아이템을 기획해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는 게 참 좋아요. ‘투맘쇼’는 온전히 진실인 공연이에요. 그래서 따뜻하고요.
10. 공연만 하는 게 아니라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죠?
김경아 : 상호를 ‘맘통령’이라고 했어요. 엄마들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았죠.(웃음)
조승희 : 공연 외에 더 다양한 것들을 하고 싶어서 ‘맘통령’이라고 정했고요. 저는 명함을 드리면서 먼저 이야기해요, “저는 미혼입니다”라고요.(웃음)
10. ‘일하는 엄마’로서 삶의 균형은 어떻게 잡고 있나요?
정경미 : 아이가 ‘엄마 일하러 간다’하면 알아요. 그래야 자기 장난감이 생긴다는걸.(웃음)
김경아 : 항상 부딪히는 지점인데,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일을 하러 가면서 미안한 마음이 항상 있어요. 어릴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엄마가 집에 없는 마음을 잘 알거든요. 그래서 더 우리 아이들이 집에 들어왔을 때, 문 열어주고 싶죠. 아이는 이제 어느 정도 커서 엄마가 없어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데, 제 마음이 그래요. ‘투맘쇼’를 하면서 관객들이 ‘멋져요’ ‘대단해요’ 해주시는데, 게으른 엄마가 되지 말자고 마음먹고, 아이들과 있을 때는 집중해서 놀아주고 더 좋은 엄마가 되려고 합니다. 엄마로서의 욕심이 커요. 이러면서 또 아이들이 밤에 안 자고 그러면 “도깨비 나온다”고 소리치고 그래요. 하하.
정경미 : 현실은 그거죠.(웃음) ‘내일은 좋은 엄마가 되자’ 다짐하고요.
10. 엄마가 되고 삶이 확 달라졌겠죠?
정경미 : 삶이 다 달라졌어요. 노는 것도 좋아하고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는 저였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그 삶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친구들이 만나자고 해도 못 나가고, 그러면 친구들은 섭섭해하죠. 미안하지만, 이것 역시 저에게 중요한 삶이니까요. 다 얻을 수는 없죠. 아이를 위해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이 삶이 좋아요.(웃음)
10. 앞으로의 포부가 궁금합니다.
김경아 : ‘투맘쇼’는 공연계에서 어느 정도 입소문이 났어요. 방송 쪽으로 봤을 때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투맘쇼’라는 이름으로 TV 진출을 하고 싶습니다.
조승희 : 공연에서는 계속 ‘투맘쇼’로 승승장구했으면 좋겠어요. ‘난타’하면 모두가 알듯이 그런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정경미 : ‘난타’, ‘점프’, ‘옹알스’ 등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우리 공연이잖아요. ‘투맘쇼’도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공연으로 성장하면 좋겠어요.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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