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해마다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에 출연하면서도 음반을 발표할 수 있는 건 그의 남다른 열정 덕분이다. 흔들릴 때마다 끊임 없이 자신과 싸우며 이겨내고, 버틴다. 온 힘을 다해 결과물을 만들고, 완성된 작품으로 대중과 감정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유준상의 힘의 원천이다.10. 꾸준히 가수 활동을 해왔다는 건 물론 ‘J n Joy 20’라는 팀도 생소합니다.
유준상 : 자연스럽게 흐르는 걸 좋아해서 나서서 알리지 않았어요. 음악으로 서서히 스며들게 하고 싶었죠. 우리의 음악은 여행을 통해 만들어요. 그 순간만 담을 수 있는 음악이어서 여행지에서 만들고, 돌아온 다음에 공들여 후반작업을 하죠. (이)준화와 같이 활동한 지 4년 여 만에 지금은 나가고 싶었던 음악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어요. KBS2 ‘올댓 뮤직’이나 EBS ‘스페이스 공감’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었는데, 목표를 이뤘죠. J n Joy 20란 이름으로 알려지고 있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10. ‘여행지에서 만든 음악’이란 뚜렷한 콘셉트로 꾸준히 음반을 발표하고 있는데, 알아주지 않는 서운함은 없습니까?
유준상 : 앞으로 더 활발하게 활동해야죠. ‘이렇게 모를 수가 있나?’ 할 정도인데(웃음) 이제라도 조금씩 알아주셔서 다행입니다. 준화와는 음악과 음악영화 두 가지를 하고 있어요. 지난해 제12회 제천국제영화음악제에도 초청 받아 레드 카펫도 밟았어요. 음악영화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의 연출과 음악 감독을 맡았죠. 더디지만 알려지고는 있어요. 사실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반응은 예상했어요. 이 정도면 생각보다는 빠르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하하.
10. 두 사람의 첫 만남이 궁금합니다.
유준상 : 준화와는 2013년 처음으로 만났어요. 당시 제가 만든 걸그룹의 객원 기타리스트였는데, 무척 재능이 있는 친구여서 눈여겨봤죠. 2014년 봄 “나랑 여행 갈래?”라고 물었고 유럽으로 떠나게 됐습니다. 30일 넘게 여행을 하면서 성향이나 음악 작업 방식이 잘 맞으면 팀을 꾸려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려고 말이죠. 그때 이 친구는 정보통신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서울로 돌아와서 “그만둘래?”라고 물었습니다. 같이 음악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때부터 여행을 다니며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어요.10.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이준화 : 신기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원래 전공은 음악이지만 일반 회사에 취직을 했죠. 어떻게 보면 꿈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은 거죠.
10. 친한 친구와도 여행은 쉽지 않은데, 정말 잘 맞았나 봅니다.
유준상 : 그렇죠. 여행 방식이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한 달 넘게 유럽의 10여 개 나라를 다니면서도 문제가 생긴 적이 없었어요. 모든 게 잘 맞았죠. 재미있는 일도 많았고, 음악도 곳곳에서 많이 만들었고요.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2014년에 내놓은 첫 음반이고, 2015년 11월에 발표한 ‘인 유럽(in Europe)’도 있고요. 준화와는 이후에도 아프리카와 베트남, 국내는 제주도와 경주 등 많이 돌아다니며 음악을 만들었어요.
10. 여행지에서 음악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유준상 : 눈이 쌓였다고 하면 그걸 보면서, 또 재미있었던 일들을 스케치하고 준화에게 보여줘요. “그 햇빛 기억하지? 노래를 만들어보자!”라는 식이에요. 준화가 기타를 치기 시작하면 제가 휴대전화로 바로 녹음을 하고요. 멜로디를 읊고, 즉흥적으로 가사도 읊조리죠. 그렇게 완성되는 겁니다. 그러면서 곡이 하나둘 쌓이고 다른 여행지로 가는 동안 다시 들어보고 수정하면서 완성시키는 거죠. 또 다른 여행지에서도 그렇게 이어지고요.10. 4년 넘게 다툼이 없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네요.
이준화 : 물론 생활 방식이 맞지 않을 때도 있어요. (유)준상 형은 정말 부지런해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자는 걸 보질 못해요.(웃음) 유럽 여행 때 저는 전역 직후여서 몸에 전투 시스템이 탑재돼 있었어요. 형은 뭔가를 결정할 때 항상 의논을 해요. 제 의견도 잘 들어주고요.
10. 유독 여행을 통한 음악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유준상 : 여행을 정말 좋아해요. 그 여행이 편안하지 않다면 기억에 더 오래 남죠. 휴양지를 가지 않는 이유도 기거에 있어요. 여행을 하면 일부러 힘든 길을 택해서 가는 편이에요. 그러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풍경과 마주하죠. 낯선 모습과 사람들을 보는 거예요. 그렇게 우연히 마주친 곳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이 좋을 때가 많아요. 가끔은 기차도 놓치고 곤란할 때도 있지만 금세 깔깔 웃으면서 노래를 만들죠. 여행은 한 번 다녀오면 끝이지만 음악으로 남겨놓으면 영원히 남잖아요. 그래서 좋습니다. 누군가 우리가 다녀온 여행지를 가서, 우리의 음악을 들으며 ‘이 사람들이 여기서 이런 생각을 했구나’라고 생각한다면 더 좋고요. 스위스를 여행할 때 소설가 헤르만 헤세의 생가 앞 벤치에 앉아 있는데, 문득 ‘헤르만 헤세도 이 바람을 느꼈겠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묘했죠. 그렇게 누군가도 우리의 음악을 듣고 이 사람들도 여기서 이 풍경을 바라봤구나…라고 알 수 있잖아요.
10. 가장 만족스러운 음악이 나온 여행지는 어딘가요?
유준상 : 유럽이에요. 완성도가 좋았죠. 후반 작업을 해외에서 했는데, 브라스 밴드에 오케스트라로 구성했습니다. 경주에서는 수묵화의 대가 박대성 화백의 그림을 보고 아름다워서 노래를 만들었어요. 녹음 때 국악 연주자들을 섭외해서 연주할 예정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만든 음반은 내년 5월쯤 나올 거고요.10. 여행 경비와 음반 제작 비용도 보통이 아닐 것 같은데요.
유준상 : 다 제가 내요.(웃음) 내 돈으로 하는 거니까 뭐라고 할 사람이 없죠. 소속사에서도 허락해주고요. 하하.
10. 음악을 계속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유준상 : 음악은 나의 감성을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이야기의 전달자로서 인간 유준상이 평소에 어떤 삶을 살고 생각하는지 보여줄 수 있는 게 음악인 거죠. 음악을 통해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면, 연기를 할 때도 좋은 영향을 받고요. ‘뭘 좀 다르게 찾아가고 있구나’란 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가수 활동만 하는 이들도 1년마다 음반을 내는게 쉽지 않다고 해요. 요즘은 특히 더 그렇죠. 음반을 듣는 시대가 아니니까요. 그래도 저는 음반을 내고 싶어요. 모르시겠지만 우리는 LP도 냈어요. 하하. 다행히 만든 만큼은 팔려요.(웃음)
유준상 : ‘비긴 어게인'(2013)도 준화가 이런 영화가 나왔다고 알려주길래 봤어요. 정말 우리가 원하는 그림 같았죠. 늦게 음악을 시작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방법이구나, 뭔가 더 발전시키고 싶었어요. 더 여러 곳을 여행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때론 우리의 작업과 결과물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드는데 방송은 자제하려고 해요. 사실 방송 섭외도 받지만, 준화의 인지도가 낮아서 저만 원하더라고요. 인지도를 높여서 같이 하겠습니다. 하하.
10. 서서히 여유롭게 간다면서도 너무 몰라주니 서운한, 내적 갈등이 전해집니다.
유준상 : 맞아요, 정확해요. 갈등이 엄청나요.(웃음)
10. 10. 올해의 마지막을 콘서트로 장식하네요. 제목인 ‘2017 막공’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유준상 : 매년 혼자 콘서트를 했고 많이들 좋아해 주세요. 준화와 같이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저는 뮤지컬 작품으로 공연을 많이 하잖아요. 올해는 뮤지컬을 두 편이나 했고, 일본에서도 공연을 했습니다. 올해의 마지막이라는 의미와 한국 나이로 49세이기 때문에 40대 후반을 장식하는 공연이란 뜻도 있고요.
10. 준화 씨는 내년이면 서른입니다. 20대의 끝자락에 배운 점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이준화 : 준상 형은 버티는 게 힘든 거라고 항상 말해주세요. 저는 음악을 전공했지만 안정적인 길을 선택하며 살고 있었는데, 그런 저에게 손을 내밀어줘서 5년째 같이 음악을 하고 있죠. 뭔가를 꾸준히 해내는 노력과 열정을 옆에서 지켜보면 더 크게 와 닿죠. 본받고 싶습니다.
10. 드라마, 영화에 뮤지컬까지 몹시 바쁜데도 항상 힘이 넘치는 비결이 뭔가요?
유준상 : 뮤지컬을 할 때 정신적으로 무너질 때가 있어요. 가사가 기억 안 난다든지, 그렇게 공연이 흔들리면 수많은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주기 때문에 배우로서 압박감이 큽니다. 이겨내야 하는 것도 저의 몫이란 걸 알죠. 작품을 통해 좋은 평가를 얻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 자리까지 왔는데, 조절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안 되는구나란 것도 알았죠. 결국은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그러면 열정이 저절로 생기는 것 같아요. 스스로와 싸움을 하면서 말이죠. 이왕이면 즐겁게 해보고 싶어서 여행을 택한 것이고, 일부러 어려운 여행을 떠나요. 순탄하지 않은 여행을 다녀오면 절대 실망하지 않거든요. 아무리 힘들어도 돌아보면 아름다운 추억이 돼요. 단지 여행하고 걷고 생각하는 거죠. 우리 음반의 표어인 ‘Just Travel, Walking And Thinking’처럼 말이죠.
10. 음악만큼은 일로는 생각하지 않는군요.
유준상 : 일로 생각한다면 잘 돼야 하지 않습니까? 음원차트에도 올라야 하고, 5년째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그만해야 하는 게 맞는 건데…계속하고 있잖아요.(웃음) 다만 서서히 조금씩 우리 음악을 들어주고, 원하는 걸 이뤄나가고 있으니 그것만으로 좋습니다.
10. 음원차트 욕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니죠?
유준상 : 그럼요, 우리 음악이 잘 되면 좋죠. 근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웃음) 워낙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이어서…얼마 전에 1970년대 시를 읽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렇게 아름다웠나?’란 생각이 들면서요. 우리가 만든 음악도 누군가에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 거라고 믿습니다.
10. 활기 넘치지만, 나이가 들면서 힘든 점은 없습니까?
유준상 : 있죠, 있어요. 기침만 해도 허리가 아프고요. 땅에 떨어진 걸 주울 때는 허리 디스크를 조심해야 해요. 하하.
10. 2013년 인터뷰 당시 50세가 되면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만들어 화보집을 내는 게 목표라고 했는데요.
유준상 : 우선 책은 만들지 않기로 했고요.(웃음) 대신 뮤지컬 ‘벤허’를 하면서 역할에 필요했기 때문에 근육을 만들었습니다.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죠. 고통이 많이 따르긴 했지만요. 목표로 삼은 것들은 하나씩 이루고 있어요.
10. J N Joy 20의 음악은 무엇이 다른가요?
유준상 : 우리가 곡을 쓰고 부릅니다. 담는 주제가 자연, 여행에 관한 것이지만 결국 우리의 이야기죠. 제 감정을 노래에 녹이는데 연기자이기 때문에 더 몰입해서, 깊이 있게 표현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가사가 ‘머물다간 순간’이라면 실제 머물다간 순간처럼 느끼도록 하고 싶어요. 배우가 들려주는 노래여서 그 부분이 다를 겁니다. 준화와 저는 여행지에서 잠시 쉬어가며 흠뻑 빠질 수 있는 노래를 계속 만들 겁니다. 아주 일상적이죠. 아마 다른 이들은 만들지 못하는 이야기일 거예요. 충분히 많은 이들이 공감할 거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이런 곡들이 유행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 노래가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른다면 무료 콘서트를 열면 좋겠네요.(웃음)
10. 내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유준상 : 뮤지컬 ‘삼총사’의 초연 10주년 공연을 할 예정이고요, 다른 뮤지컬도 이야기 중입니다. 드라마, 영화로도 활동하고요. J N Joy 20로는 아프리카에서 완성한 음반을 내년 5월에 발표합니다. 다음 음반을 위해 일본 후지산으로 여행을 떠날 거예요. 거기서 또 멋진 음악을 만들어야죠. 음악영화 작업도 계속할 거고요. 이렇게 차곡차곡 쌓이면 우리는 여행으로 음악을 만드는 팀으로 선두에 서겠죠?(웃음)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가수 겸 배우 유준상 / 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배우 유준상(48)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음악을 내놓은 건 2013년부터다. 솔로 음반 ‘주네스(JUNES)’를 시작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1995년 SBS 공채 5기 탤런트로 연예계에 들어선 그는 1997년 ‘그리스’로 뮤지컬에 도전하며 노래 실력도 인정 받았다. 그러나 음반에 수록된 모든 곡을 직접 작사, 작곡했다는 점은 놀랄 만했다. 그렇게 가수 유준상은 단지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노래했다. 팬들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매해 꾸준히 손수 만든 음악을 발표했다. 2014년엔 팀까지 결성했다. 기타리스트 이준화와 호흡을 맞추는 ‘제이 앤 조이 트웬티(J N Joy 20)’다. 유준상은 “준상과 준화의 이니셜 ‘J’에 기쁨이란 뜻의 ‘JOY’, 20은 우리의 나이 차이”라고 소개했다. 2014년 두 사람의 첫 음반은 45일 동안 유럽을 여행하며 완성했고, 2015년엔 제주도를 누비며 만들었다. 2016년에는 남해를 돌며 얻은 것들을 녹였다.해마다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에 출연하면서도 음반을 발표할 수 있는 건 그의 남다른 열정 덕분이다. 흔들릴 때마다 끊임 없이 자신과 싸우며 이겨내고, 버틴다. 온 힘을 다해 결과물을 만들고, 완성된 작품으로 대중과 감정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유준상의 힘의 원천이다.10. 꾸준히 가수 활동을 해왔다는 건 물론 ‘J n Joy 20’라는 팀도 생소합니다.
유준상 : 자연스럽게 흐르는 걸 좋아해서 나서서 알리지 않았어요. 음악으로 서서히 스며들게 하고 싶었죠. 우리의 음악은 여행을 통해 만들어요. 그 순간만 담을 수 있는 음악이어서 여행지에서 만들고, 돌아온 다음에 공들여 후반작업을 하죠. (이)준화와 같이 활동한 지 4년 여 만에 지금은 나가고 싶었던 음악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어요. KBS2 ‘올댓 뮤직’이나 EBS ‘스페이스 공감’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었는데, 목표를 이뤘죠. J n Joy 20란 이름으로 알려지고 있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10. ‘여행지에서 만든 음악’이란 뚜렷한 콘셉트로 꾸준히 음반을 발표하고 있는데, 알아주지 않는 서운함은 없습니까?
유준상 : 앞으로 더 활발하게 활동해야죠. ‘이렇게 모를 수가 있나?’ 할 정도인데(웃음) 이제라도 조금씩 알아주셔서 다행입니다. 준화와는 음악과 음악영화 두 가지를 하고 있어요. 지난해 제12회 제천국제영화음악제에도 초청 받아 레드 카펫도 밟았어요. 음악영화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의 연출과 음악 감독을 맡았죠. 더디지만 알려지고는 있어요. 사실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반응은 예상했어요. 이 정도면 생각보다는 빠르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하하.
10. 두 사람의 첫 만남이 궁금합니다.
유준상 : 준화와는 2013년 처음으로 만났어요. 당시 제가 만든 걸그룹의 객원 기타리스트였는데, 무척 재능이 있는 친구여서 눈여겨봤죠. 2014년 봄 “나랑 여행 갈래?”라고 물었고 유럽으로 떠나게 됐습니다. 30일 넘게 여행을 하면서 성향이나 음악 작업 방식이 잘 맞으면 팀을 꾸려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려고 말이죠. 그때 이 친구는 정보통신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서울로 돌아와서 “그만둘래?”라고 물었습니다. 같이 음악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때부터 여행을 다니며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어요.10.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이준화 : 신기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원래 전공은 음악이지만 일반 회사에 취직을 했죠. 어떻게 보면 꿈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은 거죠.
10. 친한 친구와도 여행은 쉽지 않은데, 정말 잘 맞았나 봅니다.
유준상 : 그렇죠. 여행 방식이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한 달 넘게 유럽의 10여 개 나라를 다니면서도 문제가 생긴 적이 없었어요. 모든 게 잘 맞았죠. 재미있는 일도 많았고, 음악도 곳곳에서 많이 만들었고요.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2014년에 내놓은 첫 음반이고, 2015년 11월에 발표한 ‘인 유럽(in Europe)’도 있고요. 준화와는 이후에도 아프리카와 베트남, 국내는 제주도와 경주 등 많이 돌아다니며 음악을 만들었어요.
10. 여행지에서 음악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유준상 : 눈이 쌓였다고 하면 그걸 보면서, 또 재미있었던 일들을 스케치하고 준화에게 보여줘요. “그 햇빛 기억하지? 노래를 만들어보자!”라는 식이에요. 준화가 기타를 치기 시작하면 제가 휴대전화로 바로 녹음을 하고요. 멜로디를 읊고, 즉흥적으로 가사도 읊조리죠. 그렇게 완성되는 겁니다. 그러면서 곡이 하나둘 쌓이고 다른 여행지로 가는 동안 다시 들어보고 수정하면서 완성시키는 거죠. 또 다른 여행지에서도 그렇게 이어지고요.10. 4년 넘게 다툼이 없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네요.
이준화 : 물론 생활 방식이 맞지 않을 때도 있어요. (유)준상 형은 정말 부지런해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자는 걸 보질 못해요.(웃음) 유럽 여행 때 저는 전역 직후여서 몸에 전투 시스템이 탑재돼 있었어요. 형은 뭔가를 결정할 때 항상 의논을 해요. 제 의견도 잘 들어주고요.
10. 유독 여행을 통한 음악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유준상 : 여행을 정말 좋아해요. 그 여행이 편안하지 않다면 기억에 더 오래 남죠. 휴양지를 가지 않는 이유도 기거에 있어요. 여행을 하면 일부러 힘든 길을 택해서 가는 편이에요. 그러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풍경과 마주하죠. 낯선 모습과 사람들을 보는 거예요. 그렇게 우연히 마주친 곳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이 좋을 때가 많아요. 가끔은 기차도 놓치고 곤란할 때도 있지만 금세 깔깔 웃으면서 노래를 만들죠. 여행은 한 번 다녀오면 끝이지만 음악으로 남겨놓으면 영원히 남잖아요. 그래서 좋습니다. 누군가 우리가 다녀온 여행지를 가서, 우리의 음악을 들으며 ‘이 사람들이 여기서 이런 생각을 했구나’라고 생각한다면 더 좋고요. 스위스를 여행할 때 소설가 헤르만 헤세의 생가 앞 벤치에 앉아 있는데, 문득 ‘헤르만 헤세도 이 바람을 느꼈겠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묘했죠. 그렇게 누군가도 우리의 음악을 듣고 이 사람들도 여기서 이 풍경을 바라봤구나…라고 알 수 있잖아요.
10. 가장 만족스러운 음악이 나온 여행지는 어딘가요?
유준상 : 유럽이에요. 완성도가 좋았죠. 후반 작업을 해외에서 했는데, 브라스 밴드에 오케스트라로 구성했습니다. 경주에서는 수묵화의 대가 박대성 화백의 그림을 보고 아름다워서 노래를 만들었어요. 녹음 때 국악 연주자들을 섭외해서 연주할 예정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만든 음반은 내년 5월쯤 나올 거고요.10. 여행 경비와 음반 제작 비용도 보통이 아닐 것 같은데요.
유준상 : 다 제가 내요.(웃음) 내 돈으로 하는 거니까 뭐라고 할 사람이 없죠. 소속사에서도 허락해주고요. 하하.
10. 음악을 계속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유준상 : 음악은 나의 감성을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이야기의 전달자로서 인간 유준상이 평소에 어떤 삶을 살고 생각하는지 보여줄 수 있는 게 음악인 거죠. 음악을 통해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면, 연기를 할 때도 좋은 영향을 받고요. ‘뭘 좀 다르게 찾아가고 있구나’란 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가수 활동만 하는 이들도 1년마다 음반을 내는게 쉽지 않다고 해요. 요즘은 특히 더 그렇죠. 음반을 듣는 시대가 아니니까요. 그래도 저는 음반을 내고 싶어요. 모르시겠지만 우리는 LP도 냈어요. 하하. 다행히 만든 만큼은 팔려요.(웃음)
밴드 J N Joy 20의 이준화(왼쪽)와 유준상 / 사진제공=나무엑터스
10. 여행을 하면서 음악을 만드는 이야기가 마치 영화 ‘비긴 어게인’을 떠오르게 하네요.유준상 : ‘비긴 어게인'(2013)도 준화가 이런 영화가 나왔다고 알려주길래 봤어요. 정말 우리가 원하는 그림 같았죠. 늦게 음악을 시작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방법이구나, 뭔가 더 발전시키고 싶었어요. 더 여러 곳을 여행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때론 우리의 작업과 결과물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드는데 방송은 자제하려고 해요. 사실 방송 섭외도 받지만, 준화의 인지도가 낮아서 저만 원하더라고요. 인지도를 높여서 같이 하겠습니다. 하하.
10. 서서히 여유롭게 간다면서도 너무 몰라주니 서운한, 내적 갈등이 전해집니다.
유준상 : 맞아요, 정확해요. 갈등이 엄청나요.(웃음)
10. 10. 올해의 마지막을 콘서트로 장식하네요. 제목인 ‘2017 막공’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유준상 : 매년 혼자 콘서트를 했고 많이들 좋아해 주세요. 준화와 같이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저는 뮤지컬 작품으로 공연을 많이 하잖아요. 올해는 뮤지컬을 두 편이나 했고, 일본에서도 공연을 했습니다. 올해의 마지막이라는 의미와 한국 나이로 49세이기 때문에 40대 후반을 장식하는 공연이란 뜻도 있고요.
10. 준화 씨는 내년이면 서른입니다. 20대의 끝자락에 배운 점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이준화 : 준상 형은 버티는 게 힘든 거라고 항상 말해주세요. 저는 음악을 전공했지만 안정적인 길을 선택하며 살고 있었는데, 그런 저에게 손을 내밀어줘서 5년째 같이 음악을 하고 있죠. 뭔가를 꾸준히 해내는 노력과 열정을 옆에서 지켜보면 더 크게 와 닿죠. 본받고 싶습니다.
10. 드라마, 영화에 뮤지컬까지 몹시 바쁜데도 항상 힘이 넘치는 비결이 뭔가요?
유준상 : 뮤지컬을 할 때 정신적으로 무너질 때가 있어요. 가사가 기억 안 난다든지, 그렇게 공연이 흔들리면 수많은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주기 때문에 배우로서 압박감이 큽니다. 이겨내야 하는 것도 저의 몫이란 걸 알죠. 작품을 통해 좋은 평가를 얻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 자리까지 왔는데, 조절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안 되는구나란 것도 알았죠. 결국은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그러면 열정이 저절로 생기는 것 같아요. 스스로와 싸움을 하면서 말이죠. 이왕이면 즐겁게 해보고 싶어서 여행을 택한 것이고, 일부러 어려운 여행을 떠나요. 순탄하지 않은 여행을 다녀오면 절대 실망하지 않거든요. 아무리 힘들어도 돌아보면 아름다운 추억이 돼요. 단지 여행하고 걷고 생각하는 거죠. 우리 음반의 표어인 ‘Just Travel, Walking And Thinking’처럼 말이죠.
10. 음악만큼은 일로는 생각하지 않는군요.
유준상 : 일로 생각한다면 잘 돼야 하지 않습니까? 음원차트에도 올라야 하고, 5년째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그만해야 하는 게 맞는 건데…계속하고 있잖아요.(웃음) 다만 서서히 조금씩 우리 음악을 들어주고, 원하는 걸 이뤄나가고 있으니 그것만으로 좋습니다.
10. 음원차트 욕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니죠?
유준상 : 그럼요, 우리 음악이 잘 되면 좋죠. 근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웃음) 워낙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이어서…얼마 전에 1970년대 시를 읽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렇게 아름다웠나?’란 생각이 들면서요. 우리가 만든 음악도 누군가에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 거라고 믿습니다.
10. 활기 넘치지만, 나이가 들면서 힘든 점은 없습니까?
유준상 : 있죠, 있어요. 기침만 해도 허리가 아프고요. 땅에 떨어진 걸 주울 때는 허리 디스크를 조심해야 해요. 하하.
10. 2013년 인터뷰 당시 50세가 되면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만들어 화보집을 내는 게 목표라고 했는데요.
유준상 : 우선 책은 만들지 않기로 했고요.(웃음) 대신 뮤지컬 ‘벤허’를 하면서 역할에 필요했기 때문에 근육을 만들었습니다.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죠. 고통이 많이 따르긴 했지만요. 목표로 삼은 것들은 하나씩 이루고 있어요.
10. J N Joy 20의 음악은 무엇이 다른가요?
유준상 : 우리가 곡을 쓰고 부릅니다. 담는 주제가 자연, 여행에 관한 것이지만 결국 우리의 이야기죠. 제 감정을 노래에 녹이는데 연기자이기 때문에 더 몰입해서, 깊이 있게 표현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가사가 ‘머물다간 순간’이라면 실제 머물다간 순간처럼 느끼도록 하고 싶어요. 배우가 들려주는 노래여서 그 부분이 다를 겁니다. 준화와 저는 여행지에서 잠시 쉬어가며 흠뻑 빠질 수 있는 노래를 계속 만들 겁니다. 아주 일상적이죠. 아마 다른 이들은 만들지 못하는 이야기일 거예요. 충분히 많은 이들이 공감할 거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이런 곡들이 유행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 노래가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른다면 무료 콘서트를 열면 좋겠네요.(웃음)
10. 내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유준상 : 뮤지컬 ‘삼총사’의 초연 10주년 공연을 할 예정이고요, 다른 뮤지컬도 이야기 중입니다. 드라마, 영화로도 활동하고요. J N Joy 20로는 아프리카에서 완성한 음반을 내년 5월에 발표합니다. 다음 음반을 위해 일본 후지산으로 여행을 떠날 거예요. 거기서 또 멋진 음악을 만들어야죠. 음악영화 작업도 계속할 거고요. 이렇게 차곡차곡 쌓이면 우리는 여행으로 음악을 만드는 팀으로 선두에 서겠죠?(웃음)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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