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컷 / 사진=쇼박스 제공

베스트셀러 소설들이 영화로 관객들을 찾는다. 활자로 만났던 책 속의 인물과 사건이 스크린을 통해 보고 느낄 수 있는 입체적인 이야기로 되살아난다.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 등 높은 완성도로 독자들을 만족시켰던 소설들이다. 탄탄한 원작이 설경구·김남길·이병헌·김윤석·류승룡·장동건 등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을 만나 어떻게 표현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9월 초·중순으로 개봉일을 조율 중인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은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출연해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은 2013년 출간과 동시에 문단에 큰 화제를 몰고 오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알츠하이머에 걸리고,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또 다른 연쇄살인범을 직감적으로 알아본 뒤 마지막으로 살인을 계획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신선하고 파격적인 설정과 시니컬한 유머 등에 힘입어로 10만 부 이상 팔렸다.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세븐 데이즈’(2007) ‘용의자’(2013)를 선보이며 ‘장르 영화의 귀재’로 불리는 원신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책을 40분 만에 완독한 뒤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는 원 감독은 소설이 주는 묵직한 울림은 물론 영화적 재미까지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원 감독은 “소설을 읽은 분도, 읽지 않은 분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게 캐릭터 설정의 변화나 감정 등 영화적 창작을 많이 얹었다”고 밝혔다. 설경구가 은퇴한 연쇄살인범 병수 역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뽐낼 것으로 기대된다.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은 김훈 작가가 2007년 내놓은 동명의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70만 부가 팔린 스테디베스트셀러다. 1636년 인조 14년, 청나라가 조선에 침입하면서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신한다. 이후 대응을 놓고 전쟁을 피하고 평화롭게 지내자고 주장하는 주화파와 죽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청과 싸우자는 척화파가 대립하는 내용을 담았다.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진 충신들의 대립과 치욕적인 ‘삼전도의 굴욕’으로 역사상 가장 나약한 왕으로 평가됐던 인조의 고뇌에 집중하며 인조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를 이루기도 했다.

‘남한산성’ 포스터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남한산성’은 ‘도가니’(2011) ‘수상한 그녀’(2014)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이 맡았다. 이병헌이 주화파의 선봉에 선 최명길 역을, 김윤석이 척화파의 수장인 김상헌 역을 맡아 팽팽한 연기 대결을 예고했다. 두 사람을 통해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에서 조선의 운명이 걸린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가 첨예하게 그려질 전망이다. 이병헌은 “’남한산성’은 우리나라의 치욕스러운 역사이지만, 이 얘기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고민하고 내다볼 수 있는 좋은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지난해 5월 모든 촬영을 끝내고 올 하반기 개봉을 앞둔 ‘7년의 밤’(감독 추창민)은 정유정 작가가 2011년 선보인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신비로운 호수를 낀 마을인 세령호에서 우발적인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또 다른 남자의 끝나지 않은 사이를 담은 소설이다. 작품은 치밀한 구성과 강렬한 문체, 압도적인 서사로 50만의 독자를 사로잡았다. 국내 문학에서 흔하지 않은 스릴러 장르를 내세운 정 작가는 ‘7년의 밤’ 출간 이후 ‘한국의 스티븐 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7년의 밤’은 1232만 관객을 동원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의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추 감독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속도감 있는 스토리와 서스펜스를 과연 어떻게 구현해낼지 궁금증을 모은다. 류승룡과 장동건이라는 의외의 조합 역시 돋보인다. 극 속에서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드러낼 류승룡과 딸을 죽인 범인을 향한 복수로 타오르는 장동건이 뜨거운 대립을 펼칠 전망이다.

‘7년의 밤’ 스틸컷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