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출연한 배우 신수항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은 역사 속 숨겨진 영웅들에 주목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수면 아래 놓여있던 배우들까지 재발견하게 만들었다.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이정재)를 마지막까지 보좌하며 조명탄을 건넸던 대원 강봉포처럼. 소년인지 어른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 말간 얼굴로 온갖 파편이 쏟아지는 탱크를 몰며 먹먹한 잔상을 남겼던 신수항은 “사랑스러운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가 보여 줄 다채로운 빛깔의 사랑스러움이 기대가 되는 순간이다.

10. ‘인천상륙작전’에서 자신의 연기를 본 감회가 어땠는가.
신수항: 대형 스크린에서 내 모습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울컥했다. 계속 심장이 뛰는 것도 느껴지고, 잠깐이지만 희열 비슷한 감정도 느꼈다. 주변 지인들과 가족이 보내준 격려와 응원도 의미가 컸다. 사촌 동생도 연기를 준비하는데, ‘인천상륙작전’을 보고 버킷리스트에 하나가 추가됐다고 하더라. 나랑 꼭 같이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웃음) 형으로서 뭔가를 한 것 같았다. 내가 조명탄을 이정재 선배에게 건네줬을 때 자극을 받았다는 분들도 계셨다. 내가 그렇게 누군가에게 각인이 됐다는 것이 만족스러웠고, 다시 한 번 배우로서 더 성장해나가야 하는 계기가 됐다.10. 강봉포 역을 위해 준비했던 것이 있다면.
신수항: 그 당시에는 남한군이 많이 못 먹었지 않나. 그래서 엄청 걸어서 살을 5kg 정도 뺐다. 회사가 압구정이고 집이 사당이어서 세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걸어다녔다. 그렇게 체중 감량을 첫 번째로 했고, 시놉시스에서 강봉포 역이 너무 탐이 났었다. 강봉포가 극중 막내인데다, 내가 생각했을 때 강봉포의 나이 설정을 18살로 잡아놨기 때문에 어린 외모가 돋보여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상을 빌릴 때도 최대한 큰 것으로 빌리고 모자도 삐딱하게 써서 어린 막내만의 디테일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오디션 대본 볼 때도 까불거리는 설정이었다. 대원들을 세워놓고 어렸을 때 첫사랑 얘기를 하면서 피부 속살이 어떻고, 다리가 어떻고 이렇게 설명하는 장면으로 오디션을 봤었는데 그것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북한어 공부를 탈북자들 나오는 방송을 참고하면서 했다. 평소에도 사투리 연기에 욕심이 있는 편이어서 전라도 사투리, 경상도 사투리 등 평소에도 연습하는 편이었다. 북한어 사투리도 평소에도 관심있게 봐왔던 터라 수월했던 것 같다.

10. 후반부에 장학수의 지시에 따라 탱크를 끄는 솜씨가 굉장했다.
신수항: 잘 모는 척 했다.(웃음) 세트장에서 마지막 장면들을 찍었는데, 격렬한 전투신이라 긴장된 호흡을 계속 유지하다 보니 촬영 들어갈 때 헛구역질이랑 과호흡 증상이 왔다. 탱크랑 부딪히다 보니까 눈썹 쪽도 살짝 찢어졌다. 진짜 아프다 보니까 표정도 나오고(웃음) 감정이 조명탄 신까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감독님도 좋아해주셨고 다른 배우들한테서 문자까지 올 정도로 격려를 많이 받았다.10. 캐릭터를 위해 참고했던 영화나 배우가 있나.
신수항: 내가 맡은 강봉포는 군인이지만 막내다. 아무리 훈련이 되어있어도 10대 소년인지라 감정선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퓨리’에 출연한 배우 로건 레먼이 대사도 많이 없고 행동을 많이 보여주는데 묵직하고 멋있더라. 그를 보고 공부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이 했다. 어린 소년병이 가졌을 감정에 몰입하면서 연기를 끌어나가다 보니까,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을 때는 눈물이 정말 많이 났다.

배우 신수항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나.
신수항: 대학교 때 미술 전공이었는데 오타쿠 기질이 있었다. 밤새 그림만 그리고 그랬다. 책에 그림 그리고.(웃음)10. 오타쿠라니, 반전 매력이다.
신수항: 원래 만화가가 꿈이었다. 대세를 따라 디자인을 전공했지만.(웃음) 어느 날 대학교 선배가 모델 좀 돼달라고 했는데 그게 또 이어져서 타학교의 졸업작품에도 배우로 참여를 하게 됐다. 연인 콘셉트로 무언가를 하는 식의. 그런데 거의 애드리브였다. 애드리브다 보니 자유로웠고, 스스로 빠지게 됐다.

그러던 차에 좀 더 연기를 배우고 싶어서 부모님 몰래 여기저기 오디션 보고 다니면서 학원도 사비를 털어서 다녔다. 소속사에도 들어가게 됐다. 부모님이 노하셨지만 난 내 길을 갔다. 그렇게 정말 여러 번 오디션을 보다가 단역도 하게 됐고, tvN 드라마 ‘마녀의 연애’의 시놉시스에 있는 역할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 그런데 회사가 망했다. 또 내 길을 찾다가, 아나운서 준비도 했었다. 부모님이 연기 학원은 안 보내주시는데 아나운서 학원은 보내주시더라.(웃음) 그런데 전체 테스트에서 몇 백명 중에 2등을 했었다. 그래서 아나운서가 되야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에, 이범수 선배를 만났다.

10. 굉장히 극적이네.
신수항: 선배를 만난 후의 과정도 극적이다. 영화 ‘짝패’를 통해서 ‘이범수’라는 배우를 좋아하게 됐는데, ‘기적의 오디션’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었다. 선배는 항상 “중요한 순간입니다”하고 아쉬운 점들을 짚어내시면서 열정적으로 심사를 해주셨다. 심사평도 제일 길게 해주시고. 그러다 어느 날 식사를 하러 간 화장실에서 선배를 우연히 만나게 된 거다. 너무 좋았다. 악수도 청하고 계속 말을 붙이니까 나중에 연락을 한 번 달라고 하면서 연락처를 알려주셨다. 그래서 연락을 드려 만나게 됐고 테스피스 엔터테인먼트로 들어오게 됐다. 나중에 선배한테 왜 저를 받아주셨냐고 물어보니까 멀끔한 청년이 당당하고 유쾌하게 다가왔는데 거절하기도 뭐하고 해서 기억에 남았다고 하셨다.(웃음)10. 대선배들과 촬영을 함께 했는데, 소감은.
신수항: 이범수, 이정재, 박철민 선배랑 붙어있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그 분들의 조언을 많이 얻었다. 같이 밥도 많이 먹었었는데 그 때 선배들이 내 연기를 보셨을 때 아쉬웠던 점을 편안하고 친절하게 애정을 가지고 말씀을 해주시더라. 박철민 선배는 항상 무엇을 하든 “봉포야 가자, 봉포야 밥먹었냐. 여기로 와서 먹어” 이러면서 정말 막내 챙기는 듯이 대해주셨다. 그래서 그런 것에 대한 온정을 많이 느꼈다. 이범수 선배도 “마지막 장면에서 너는 나를 죽일 듯 쳐다봐야겠지만 에너지가 1%, 2% 밖에 남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호흡을 가져가라”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연기의 완성도도 높아질 수 있었다.

10.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
신수항: 느와르. 그 중에서도 섬세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예를 들어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배우 자레드 레토처럼. 자레드 레토는 그 영화에서 단순한 게이를 떠나 굉장히 섬세했다. 손동작 하나하나까지. 또 내가 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나름 섬세한 면이 있다.(웃음) 그런 면을 잘 살려서 디테일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10.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신수항: 사랑스러운 배우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악역을 하든, 로맨스를 찍든 색깔은 달라도 ‘사랑스럽다’고 느끼셨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조정석 선배는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자기만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느껴지지 않나. 또 같은 로맨스를 연기해도 지성 선배가 하면 뭔가 다르다. 나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풍기는 배우가 되고 싶다.

10. 로맨스를 한다면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는.
신수항: 정유미 선배. 선배는 여러 작품이 있지만 특히 ‘로맨스가 필요해’에서 인상깊었다. 정말 사랑스러운 느낌을 가지고 계시다. 남자 배우들은 쉽게 자아내지 못하는.(웃음)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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