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JTBC ‘냉장고를 부탁해’ 2015년 9월 21일 오후 9시 30분
다섯 줄 요약
하석진의 냉장고는 정말 ‘싱글남’의 대표주자 같은 허술한 냉장고였다. 술 좋아하는 거나 배달음식이 주재료인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것들이 어떤 요리로 만들어질지는 사실 의아하고 호기심도 들었다. ‘술을 부르는 요리’에서는 오랜만에 박준우와 김풍이 대결을 펼쳤고, 이연복만은 피하고 싶다던 이원일은 ‘남은 배달 음식을 이용한 요리’에서 별을 내주고야 말았다.리뷰
하석진의 냉장고는 딱 혼자 사는 남자의 냉장고다웠다. 더도 덜도 말고 맞춘 듯이 적당했다. 말하자면, 보기에는 웬만큼 재료도 들어 있고 적당히 관리도 된 것 같은데 막상 요리를 하려면 마땅한 게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냉장고였다. 어쩌면 많은 시청자들이 자기네 냉장고랑 비슷하다고 느낄 만한, 특징 없는데 친근한 냉장고였다. 오늘 방송의 포인트는, 우리집 냉장로고도 맛있는 걸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였는지도 모른다.
야채나 신선 재료가 거의 없는데다 먹다 남은 야식이 ‘메인’인 냉장고를 두고 진행자들은 “그나마 냉동실에는 뭐가 좀 있다”는 식으로 계속 놀려댔다. 셰프들에게는 아이디어를 짜내기 쉽지 않을 냉장고였다. 하지만 하석진의 예능감은 좋아서 넉살로 계속 받아쳤다. ‘멸치 맛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멸치볶음’과 뭘 더 첨가해야 한다는 ‘어머니표 불고기’는 계속 개그 소재가 됐다. “사회생활 오래하신” 어머니보다는 요리를 잘한다는 자평도 센스 있었다. 음식 앞에선 천진난만해지는 김영광과 나름의 독특한 견해가 있는 하석진의 분위기가 어울려 화기애애했다.
‘술을 부르는 국물요리’에는 박준우의 ‘고새 한 그릇’과 김풍의 ‘후룩국’이 맞붙었다. 둘 다 별을 딸 절호의 기회라면서 전 출연진이 놀려댔고, 이 ‘8개월만의 대결’에서 못 이기면 내년 4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너스레가 웃음을 주었다. 박준우와 김풍은 대단히 진지했는데, 남들이 그 진지함마저 코믹하게 느끼게 하는 요리 과정이었다.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는 박준우의 섬세함과 뭔가 어설픈 듯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맛’을 찾는다는 김풍의 조리법은 확연히 달라 눈길을 끌었다. 하석진은 박준우의 시원한 국물은 해장 느낌이고, 김풍의 국물은 딱 소주라며 김풍의 ‘후룩국’을 선택했다.‘남은 배달음식을 이용한 요리’는 사실 하석진의 ‘잔반처리’를 위한 특별한 주문이었는데, 시청자 입장에선 매우 솔깃했다. 먹다 남은 배달음식은 피자와 후라이드 치킨. 피자를 고른 이원일은 달걀지단을 부쳐 브리또를 연상시키는 ‘피자 말아또’를 정성껏 요리했다. 하석진 어머니의 ‘뭔가 모자란 맛’의 불고기를 다시 양념해 피자 위에 얹는 과정은, 하석진을 감동시켰다. 남은 피자를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듯한 조리법이었다.
이연복 셰프는 ‘새로 깐풍치킨’으로 하석진을 사로잡았고, “입에 들어가는 순간 게임 끝났다”는 하석진의 표현대로 과연 맛있어 보였다. 오늘따라 아이디어가 안 떠오른다던 이연복 셰프는 어쩌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간단한 요리를 선보인 셈인데, 집에 있는 흔한 재료로 누구나 따라해 볼 수 있는 요리여서 더 기분 좋게 시청할 수 있었다. 특별한 재료는 없었지만 오늘 방송은 맛의 기본을 살린 조리법들이라 레시피를 더 유심히 보게 됐고, ‘냉장고를 부탁해’다운 화기애애함이 잘 살아났다.
수다 포인트
-군대식 ‘후루꾸’에서 진화했다는 김풍의 ‘후룩국’, 어떻게 시간에 따라 3단으로 맛이 변하는지 신기했어요.
-‘새로 깐풍치킨’과 ‘피자 말아또’를 보니 배달음식은 꼭 남겨 버릇 해야겠군요. 재탄생을 위해!
김원 객원기자
사진.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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