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발라드. 사랑을 주제로 한 조용하고 느린 노래. 때문에 발라드를 감상할 때는 청각을 더욱 곤두세워야 하고 보다 긴 호흡을 따라야 한다. 한마디로 듣는 사람에게도 많은 정성이 요구되는 셈. 가볍게 들을 수 없는 만큼, 감동도 깊고 여운도 길다. 슈퍼주니어K.R.Y의 음악도 그러했다.
지난 22일과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는 슈퍼주니어의 보컬 유닛, 슈퍼주니어K.R.Y(규현, 려욱, 예성)의 단독콘서트 ‘슈퍼주니어K.R.Y 아시아 투어 – 포노그래프 인 서울’이 개최됐다. 이번 공연은 포노그래프(Phonograph, 축음기)를 부제로 한 만큼 축음기에 대한 사연을 중심으로 공연의 전체적인 스토리가 구상됐다. 무려 4년 6개월 만에 펼쳐진 세 사람의 공연에는 약 6,000 명의 글로벌 팬들이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우울하고 졸린 분위기의 공연이에요.”
이날 공연은 세 사람의 개인 무대와 영상으로 포문을 열었다. 규현은 ‘하나미즈키’를 한국어 버전으로 번안해 들려줬으며 려욱과 예성은 각각 ‘응결’ ‘마주치지 말자’로 시작을 알렸다. 이어 완전체의 모습으로 등장한 세 사람은 ‘마이 러브, 마이 키스, 마이 하트(My Love, My Kiss, My Heart)’ ‘중(…ing)’을 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공연 초반, 규현은 “오늘 공연이 전반적으로 우울하고 졸린 분위기다. 불면증 있는 분들은 푹 주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셀프 디스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의 말처럼 조용하고 슬픈 노래가 주를 이뤘지만, 그의 말과는 다르게 공연은 우울하지도, 졸리지도 않았다. 곡의 흐름은 자연스러웠고 레퍼토리는 풍성했다. ‘빌리브(Believe)’ ‘잠들고 싶어’ ‘월식’ 등 슈퍼주니어 앨범의 수록곡부터 ‘스카이(Sky)’ ‘러빙 유(Loving You)’와 같은 드라마 OST, 어쿠스틱 메들리로 재해석한 ‘언젠가는’ ‘우리들의 사랑’ ‘좋은 사람’까지 다양한 무대가 펼쳐졌다. 관객들은 차분히 경청하며 멤버들과 마음을 나눴다.
멤버들의 섹시한 매력도 만나볼 수 있었다. ‘사랑이 죽는 병’의 무대에서 컬러풀한 슈트 차림으로 나타난 것. 쉴 새 없이 깜빡이는 조명은 리드미컬한 곡의 흐름과 멋지게 어우러졌다. 신곡 ‘도로시’와 세 사람이 함께 부른 규현의 솔로곡 ‘광화문에서’ 역시 새로운 볼거리였다.
“제 목소리와 가사로 전해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려욱은 자신의 솔로 무대를 앞두고 “좋은 노래, 힐링할 수 있는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었다. 내 목소리와 가사로 전해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언젠가 날아오를 날을 꿈꾸면서 부르는 노래”라며 ‘메이비 투머로우(Maybe Tomorrow)’를 새로이 편곡해 불렀다. 또 얼마 남지 않은 군 입대를 암시하듯 엠씨더맥스의 ‘잠시만 안녕’을 열창, 남다른 의미를 더했다.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가사를 곱씹으며 들어 달라”던 그의 당부에 팬들은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규현의 솔로 무대는 ‘우리가 사랑한 시간’으로 시작됐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OST 중 세 손가락 안에 든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많은 팬들의 추천을 받았다는 박효신의 ‘야생화’ 무대도 이어졌다. 규현은 하이라이트에서 안정적인 고음을 선보이며, 보컬리스트로서의 영역 확장을 알렸다.예성은 “그동안 부르고 싶었던 노래가 너무 많았다”면서 양일 공연 동안 개인 무대의 선곡을 다르게 했다. 첫날 공연의 선곡은 ‘먹지’와 ‘어떤 말로도’. 특히 그는 자작곡 ‘어떤 말로도’에 대해 “여러분들을 생각하며 한 글자, 한 음씩 써 내려갔다”고 설명해 감동을 안겼다. “어떤 말로도 어떤 표현도 내 마음 다 전할 수 없지만” “스쳐 지나간 흔한 인연이라 해도 난 평생 너를 잊지 못할 것 같은데”와 같은 가사가 팬들을 향한 그의 사랑을 짐작하게 했다.
이에 팬들은 플랜카드 이벤트로 화답했다. 노래를 부를 때는 물론, 멤버들이 멘트를 할 때조차 객석엔 플랜카드가 넘실거렸다.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권 국가는 물론이고 유니언 기를 들고 온 영국 팬도 자리에 함께 했다. 히잡을 쓴 아랍권 팬들도 곳곳에 보였다.
“무대의 소중함을 깨달았어요.”
약 4년 만에 펼쳐진 슈퍼주니어K.R.Y의 국내 콘서트. 멤버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기색이 가득했다. 예성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군 복무, 성대결절 시술 등으로 말 못할 마음고생을 겪었던 것. 예성은 “2주 전에 시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지금도 완벽한 상태는 아니지만 여러분들에게 좋은 노래 불러주고 싶었다. 오늘 이 순간을 위해서 행복한 마음으로 지냈다”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다른 멤버들도 객석을 가득 채운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번보다 공연장이 더 커졌어요. 그래서 적잖이 떨리기도 하는데, 저는 노래할 때가 가장 행복하거든요. 여러분들도 노래하는 려욱이 많이 사랑해주세요.” (려욱)
“앞으로도 오랜 시간, 다양한 무대를 통해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여러분들과 눈을 마주치며 노래하는 게, 저는 무척 행복합니다.” (규현)
“2년간의 공백기동안 사실 힘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덕분에 지금 이 무대가 더 소중해요. 새로운 것들을 많이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노래를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계속 노래할 거예요.”(예성)
최근 어느 가요 관계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요즘에는 제작 시스템이 워낙 체계적이지 않나. 그러다보니 오히려, 가수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는 게 더 힘들 수도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데뷔 후 10년의 시간은 슈퍼주니어K.R.Y로 하여금 제 목소리와 어법을 찾게 했다. 아이돌을 넘어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있는 것. 이날 예성은 “K.R.Y 콘서트를 한국에서 영원히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들이 노래를 멈추지 않는 한, 청중들은 기꺼이 귀를 기울일 것이다. 슈퍼주니어K.R.Y의 아시아 투어 콘서트는 이후 상하이, 대만, 홍콩 등에서 이어진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SM엔터테인먼트
발라드. 사랑을 주제로 한 조용하고 느린 노래. 때문에 발라드를 감상할 때는 청각을 더욱 곤두세워야 하고 보다 긴 호흡을 따라야 한다. 한마디로 듣는 사람에게도 많은 정성이 요구되는 셈. 가볍게 들을 수 없는 만큼, 감동도 깊고 여운도 길다. 슈퍼주니어K.R.Y의 음악도 그러했다.
지난 22일과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는 슈퍼주니어의 보컬 유닛, 슈퍼주니어K.R.Y(규현, 려욱, 예성)의 단독콘서트 ‘슈퍼주니어K.R.Y 아시아 투어 – 포노그래프 인 서울’이 개최됐다. 이번 공연은 포노그래프(Phonograph, 축음기)를 부제로 한 만큼 축음기에 대한 사연을 중심으로 공연의 전체적인 스토리가 구상됐다. 무려 4년 6개월 만에 펼쳐진 세 사람의 공연에는 약 6,000 명의 글로벌 팬들이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우울하고 졸린 분위기의 공연이에요.”
이날 공연은 세 사람의 개인 무대와 영상으로 포문을 열었다. 규현은 ‘하나미즈키’를 한국어 버전으로 번안해 들려줬으며 려욱과 예성은 각각 ‘응결’ ‘마주치지 말자’로 시작을 알렸다. 이어 완전체의 모습으로 등장한 세 사람은 ‘마이 러브, 마이 키스, 마이 하트(My Love, My Kiss, My Heart)’ ‘중(…ing)’을 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공연 초반, 규현은 “오늘 공연이 전반적으로 우울하고 졸린 분위기다. 불면증 있는 분들은 푹 주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셀프 디스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의 말처럼 조용하고 슬픈 노래가 주를 이뤘지만, 그의 말과는 다르게 공연은 우울하지도, 졸리지도 않았다. 곡의 흐름은 자연스러웠고 레퍼토리는 풍성했다. ‘빌리브(Believe)’ ‘잠들고 싶어’ ‘월식’ 등 슈퍼주니어 앨범의 수록곡부터 ‘스카이(Sky)’ ‘러빙 유(Loving You)’와 같은 드라마 OST, 어쿠스틱 메들리로 재해석한 ‘언젠가는’ ‘우리들의 사랑’ ‘좋은 사람’까지 다양한 무대가 펼쳐졌다. 관객들은 차분히 경청하며 멤버들과 마음을 나눴다.
멤버들의 섹시한 매력도 만나볼 수 있었다. ‘사랑이 죽는 병’의 무대에서 컬러풀한 슈트 차림으로 나타난 것. 쉴 새 없이 깜빡이는 조명은 리드미컬한 곡의 흐름과 멋지게 어우러졌다. 신곡 ‘도로시’와 세 사람이 함께 부른 규현의 솔로곡 ‘광화문에서’ 역시 새로운 볼거리였다.
“제 목소리와 가사로 전해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려욱은 자신의 솔로 무대를 앞두고 “좋은 노래, 힐링할 수 있는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었다. 내 목소리와 가사로 전해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언젠가 날아오를 날을 꿈꾸면서 부르는 노래”라며 ‘메이비 투머로우(Maybe Tomorrow)’를 새로이 편곡해 불렀다. 또 얼마 남지 않은 군 입대를 암시하듯 엠씨더맥스의 ‘잠시만 안녕’을 열창, 남다른 의미를 더했다.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가사를 곱씹으며 들어 달라”던 그의 당부에 팬들은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규현의 솔로 무대는 ‘우리가 사랑한 시간’으로 시작됐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OST 중 세 손가락 안에 든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많은 팬들의 추천을 받았다는 박효신의 ‘야생화’ 무대도 이어졌다. 규현은 하이라이트에서 안정적인 고음을 선보이며, 보컬리스트로서의 영역 확장을 알렸다.예성은 “그동안 부르고 싶었던 노래가 너무 많았다”면서 양일 공연 동안 개인 무대의 선곡을 다르게 했다. 첫날 공연의 선곡은 ‘먹지’와 ‘어떤 말로도’. 특히 그는 자작곡 ‘어떤 말로도’에 대해 “여러분들을 생각하며 한 글자, 한 음씩 써 내려갔다”고 설명해 감동을 안겼다. “어떤 말로도 어떤 표현도 내 마음 다 전할 수 없지만” “스쳐 지나간 흔한 인연이라 해도 난 평생 너를 잊지 못할 것 같은데”와 같은 가사가 팬들을 향한 그의 사랑을 짐작하게 했다.
이에 팬들은 플랜카드 이벤트로 화답했다. 노래를 부를 때는 물론, 멤버들이 멘트를 할 때조차 객석엔 플랜카드가 넘실거렸다.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권 국가는 물론이고 유니언 기를 들고 온 영국 팬도 자리에 함께 했다. 히잡을 쓴 아랍권 팬들도 곳곳에 보였다.
“무대의 소중함을 깨달았어요.”
약 4년 만에 펼쳐진 슈퍼주니어K.R.Y의 국내 콘서트. 멤버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기색이 가득했다. 예성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군 복무, 성대결절 시술 등으로 말 못할 마음고생을 겪었던 것. 예성은 “2주 전에 시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지금도 완벽한 상태는 아니지만 여러분들에게 좋은 노래 불러주고 싶었다. 오늘 이 순간을 위해서 행복한 마음으로 지냈다”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다른 멤버들도 객석을 가득 채운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번보다 공연장이 더 커졌어요. 그래서 적잖이 떨리기도 하는데, 저는 노래할 때가 가장 행복하거든요. 여러분들도 노래하는 려욱이 많이 사랑해주세요.” (려욱)
“앞으로도 오랜 시간, 다양한 무대를 통해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여러분들과 눈을 마주치며 노래하는 게, 저는 무척 행복합니다.” (규현)
“2년간의 공백기동안 사실 힘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덕분에 지금 이 무대가 더 소중해요. 새로운 것들을 많이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노래를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계속 노래할 거예요.”(예성)
최근 어느 가요 관계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요즘에는 제작 시스템이 워낙 체계적이지 않나. 그러다보니 오히려, 가수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는 게 더 힘들 수도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데뷔 후 10년의 시간은 슈퍼주니어K.R.Y로 하여금 제 목소리와 어법을 찾게 했다. 아이돌을 넘어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있는 것. 이날 예성은 “K.R.Y 콘서트를 한국에서 영원히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들이 노래를 멈추지 않는 한, 청중들은 기꺼이 귀를 기울일 것이다. 슈퍼주니어K.R.Y의 아시아 투어 콘서트는 이후 상하이, 대만, 홍콩 등에서 이어진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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