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밤을 걷는 선비’ 4회 2015년 7월 22일 수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세손 이윤(심창민)은 책쾌 조양선(이유비)의 빚을 대신 갚아준 일을 계기로 양선과 친해지고 자꾸 마음이 간다. 양선은 세손과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이면서도 온통 김성열(이준기) 생각뿐이다. 최혜령(김소은)은 음란서생의 벽서를 귀에게 보여주고, 귀는 음란서생을 잡아들이라며 현조(이순재)를 겁박한다. 나라 안의 책쾌들은 음란서생을 잡으려는 귀 때문에 죽음의 위협에 처한다.
리뷰
음란서생은 이제 정치적인 이름이 되고 말았다. 아니 일급 정치범 그 자체다. 그를 잡아들이는 것이 국정의 중요 사안이 돼버리고 나니, 벽서를 뿌려 세상에 귀의 존재와 왕궁의 관련성을 그처럼 간단히 드러내버린 ‘음란서생’의 정치력이 과연 유효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귀를 얕잡아 보거나 사태를 단순하게 파악한 게 아닌지 우려도 된다. 현실의 음란서생이 누구든 간에, 귀에 대적할 만큼 만반의 준비를 갖추진 못한 듯한데 섣부른 선전포고는 아니었을까. 괜한 벽서 속에 자신은 숨어버린 채, 애꿎은 백성들만 엄청나게 죽어나가는 건 아닐까.혜령은 귀의 시중을 드는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마치 여느 때도 늘 그렇게 한다는 인상이다. 귀가 혜령을 보자마자 반기고 “너를 지키는 게 내겐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느냐?”라며 다정한 미소로 혜령을 보니 섬뜩할 뿐이다. 아, 귀애하는 것인가. 혜령의 복잡하고도 긴장된 표정은 잘은 모르지만 혜령이 굉장한 비밀과 긴장감을 안고 귀의 옆에서 살아간다는 느낌을 준다. 어떤 식으로든 충성해야 하는 처지이고, 그래서 음란서생의 벽서를 ‘어른께 보고 드린다’며 보여주는 듯하다.
이런 판국에 성열은 온통 양선 걱정이다. 귀가 양선의 향취를 안다는 사실이 너무나 염려되고 그래서 양선을 멀리하려고 모질게 굴고, 그럼에도 기생 수향을 통해 양선을 돌보려한다. 성열의 상황이 너무 복잡하다. 게다가 세손 역시 양선에게 호감을 있는 대로 표시하면서 이런저런 핑계로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 친해진다. “형님”이라 부르라며 둘이 술잔까지 기울인다. 술이 세다는 양선은 취해서 귀엽고 취해서 마음에 있는 소리를 모두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사랑스러움을 보인다. 세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나타난 성열은 꿈이라 여기는 양선에게 가죽신을 신겨주며 “이건 꿈이다. 깨고 나면 모두 잊을.”이라며 키스한다. 그 얼굴을 한참 쳐다보다가 결국은.
귀는 임금이 보는 앞에서 후궁의 목을 물어 피맛을 보고, 피를 입가에 흘려가며 왕에게 호령한다. 현조는 “차라리 나를 죽여라”고 하며 “자식까지 바쳐 지킨 용상을 내 그리 호락호락하게 내어줄 것 같은가?”라고 호통 치나, 귀는 현조에게 음란서생을 잡아들여 충성심을 보이라며 겁박한다. 옆의 대신들은 모두 귀의 편이고, 귀의 신하들 같다. 현조의 의연함은 얼핏 그가 진짜 음란서생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지만, 궁에 아무도 그의 편은 없다.성열은 가슴의 통증을 느끼며 “귀가 임금이 음란서생을 잡아올 때까지 살생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걱정한다. 그런데 귀와의 대결에 집중하지 못하고, 흡혈귀에 불과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깊은 자괴감에 사로잡힌다. 무엇이 그를 그리 만들었을까? 양선에 대한 애정일까? 햇볕 가득한 방에 일부러 발을 억지로 내딛어보다 결국 해를 외면하고 주저앉는 성열의 독백. “똑바로 보아라. 너는 사람의 거죽을 쓴 흡혈귀일 뿐이다. 절대 사람일 수 없는, 절대 해와 마주할 수 없는 그게 바로 너다.” 연기 속에 몸이 불에 녹듯이 사라질 것 같은 성열의 위태로운 걸음걸이가 안타까웠다. 왜 이리 급격한 감정의 변화에 시달리는 것인지 한편 이해가 가면서도 전체 상황과는 다소 어긋나는 느낌도 든다.
수다 포인트
-꿈인 듯 취기인 듯 몽롱한 양선에게 키스를 한 성열. 대체 무슨 꿈을 어떻게 꾸면 그리 달콤해지는 걸까요. 그런데 선비님, 이 로맨스 감당은 되시겠어요?
-귀가 책쾌들을 직접 잡아들이는 걸 보니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네요. 책을 전하고 알리는 일에 목숨을 걸어온 책쾌들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김원 객원기자
사진. ‘밤을 걷는 선비’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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