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캡쳐
[텐아시아=정시우 기자]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5회 2015년 3월 9일 오후 10시다섯줄 요약
한인상(이준)과 서봄(고아성)이 마침내 혼인신고서에 도장을 찍었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한정호(유준상)와 최연희(유호정)는 ‘눈물의 아이콘’이 된다. 참았던 눈물이 자꾸만 앞을 가린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정호와 연희는 대외적인 시선을 의식, 인상과 봄을 첫사랑을 이룬 순수한 커플로 포장해 공식 발표했다. 이어 이들은 봄에게 상류층에 걸 맞는 애티튜드를 터득할 것을 종용한다.리뷰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 얼마 전 압구정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흥미로운 풍경을 목격했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 중년의 부부가 예비 며느리가 될 여자를 앞에 두고 온갖 훈계를 해대고 있었다. 중년 부분의 아들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인상처럼 부모 등살에 못 이겨 어딘가에 갇혀 있을 수도 있고, 이들의 만남을 전혀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여하튼 중년의 부부는 아들이 없는 곳에서 ‘아들의 여자’에게 별의별 꼬투리를 잡으며 파혼을 종용하고 있었다. 풍문으로만 듣던 막장 드라마가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니 관심이 안 갈 수 있나. 귀를 쫑긋 세워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따로 없다. 압권은 중년 여자의 바로 이 대사에서 터졌다. “우리 집 문턱이 그렇게 낮을 줄 아느냐!” 위풍당당한 호통 치는 중년 여성의 모습에 하마터면 마시던 커피를 입 밖으로 뿜을 뻔 했다. ‘아, 드라마가 따로 있는 게 아니구나. 현실이 드라마구나.’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가 새삼 대단한 사실주의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돈 가지고 사람 시험에 들게 하냔 말이다” 참다못한 서봄의 어머니 김진애(윤복인)가 최연희을 향해 소리쳤다. 맞다. 결국 그 놈의 돈이 문제다. 돈은 인간의 계급을 나누고, 인격을 바꾸고, 급기야 초라하게 만든다. 돈이라는 막강 권력 앞에서 없는 자는 영원한 ‘을(乙)’이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돈으로 안 되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 평탄대로를 달리던 한정호-최연희 부부에게 그것은 바로 자식이다. 이 부부는 철떡 같이 믿었던 엘리트 아들의 변심이 놀랍다. 그래서 서럽다. 눈물이 쏟아지는 이유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아들을 돈으로 키웠지, 진정한 의미의 양육은 모른다. 아들의 사랑타령이 믿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해가 안 될 뿐인 게다. 그런 그들이기에 처음 조우한 손자 앞에서 기껏 한다는 소리가 “부속 유치원에 넣어야 하는 거 아니냐. 요즘 대기자가 많다던데. 가만. 우리가 거기 출신인데 3대째면 우선순위 안 주냐”다. 그들에겐 그것이 사랑의 방식인 것이다.근묵자흑이라 했다. 겉으로는 세련되고 엄숙하지만 알맹이는 한 없이 가벼운 존재들은 인상과 연희 주변에 수두룩하다. 친구의 며느리를 불러내 영어 테스트를 하는 지영라(백지연)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안판석 감독은 2012년 ‘아내의 자격’을 통해 강남 아줌마들의 욕망을 이야기 했다. 정확히 1년 전 ‘밀회’를 통해서도 상류층의 가식을 여과 없이 까발린바 있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그러한 안판석 감독의 상류층을 향한 풍자가 조금 더 진화한 버전이다. ‘땅콩회항’ ‘백화점 모녀’ 등 ‘갑질’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풍문으로 들었소’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극사실주의 드라마인지 모른다. 이것이 지금의 한국이라는 사회이고, 안판석 감독은 그러한 사회를 아주 날카롭고도 명확하게 꿰뚫어보고 있다.
수다포인트
– 유준상과 유호정을 ‘눈물의 아이콘’으로 선정하는 바입니다
– 웃긴데, 뭔가 슬프다
– 백지연의 고아성 영어 테스트, 속물의 끝
텐아시아=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S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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