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컴백에 방송국을 적절히 활용한 서태지

(대중음악 수난사 ① 음악방송이 아이돌 일색이 된 역사에서 이어짐)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80년대 민주화 이후 방송국들이 시청률 경쟁은 오히려 거세졌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면서 시청률에서 10대의 헤게모니가 강화됐다. 김 교수는 “서태지와 아이들은 방송과 대중음악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신호탄”이라며 “그들은 음반을 발표하고 텔레비전 무대를 종횡무진 하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곤 했다. 이는 텔레비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때까지 텔레비전이 가수를 연출했다면 서태지는 스스로를 연출했고, 텔레비전은 카메라를 열어두는 수동적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통해 10대 팬덤이 거세졌고,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하자 그 빈자리는 아이돌가수들의 각축장이 됐다.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아이돌이 방송 프로그램을 장악하는 구조는 더욱 커졌다. 김 교수는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기획사와 방송의 이해관계가 조응하면서 형성된 것”이라며 “방송국 입장에서 아이돌 가수는 경제적이며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일정한 시청률도 보장되는 매력적인 콘텐츠였고, 이것이 홍보를 위해 방송을 이용해야 하는 기획사의 입장과 맞아 떨어지면서 아이돌 중심의 방송 시스템이 번성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서 문제점은 방송에서 다양한 음악이 점차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음악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하락하면서 방송은 새로운 방식으로 아이돌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가수들이 음악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으로 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반시장이 몰락하고 음원시장에서 통신사가 ‘갑’의 역할을 하게 되자 기획사들은 해외 시장을 개척하게 된다. 이것이 성과를 거두며 케이팝 한류가 대두되고, SM, YG, JYP를 필두로 한 대형 기획사의 파워가 방송국을 압도하게 된다.

오디션프로그램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 버스커버스커
김 교수는 “이러한 관계의 변화 속에서 방송국이 음악 콘텐츠 생산자로써 권력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요 몇 년 사이 유행했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국이 음악 공급자로써 다시 힘을 쥐게 된 것이다. 김 교수는 “이들 오디션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방송의 음악에 대한 권력 욕망을 드러낸 것이다. 여기서 스타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TV의 권력은 더욱 막강해지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등을 통해 소외된 중견가수가 다시 주목받았지만, 한편으로 대중음악에 대한 방송 권력은 다시금 커져갔다.

김 교수는 “외모가 아니라 가창력을 가진 가수, 감각적이고 순간적인 자극이 아니라 심금을 울리고 감동을 선사하는 노래가 진짜라는 주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이것이 텔레비전을 통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전혀 새로운 현상”이라며 “여기에는 노래보다 외모가 앞서고, 감동보다 자극이 앞서는 아이돌 중심의 주류 음악은 가짜라는 비판이 담겨 있다. 바로 그런 주류를 형성해 온 가장 큰 동력이 방송임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다시 방송을 통해 표면화된 건 아이러니한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SBS ‘K팝스타’의 경우 방송국과 대형 기획사의 자신들의 콘텐츠를 함께 선보이는 창구인 셈이다. 김 교수는 “현재 텔레비전은 아이돌 기획사와의 파트너라는 지위도 서바이벌 오디션을 통한 권력 욕망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라고 전했다.이로써 방송국의 대중음악에 대한 권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권위는 사라졌다고 김 교수는 개탄했다. 김 교수는 “권위가 사라지는 과정은 방송에서 음악이 사라지는 과정과 함께 한다”라며 “지금은 방송권력과 거대한 연예권력의 파트너쉽 사이에서 외면 받아온 음악을 되살릴 때”라고 말했다.

올해 4월 10주년을 맞은 EBS ‘스페이스 공감’

현재 시청률에 좌우되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2004년 첫 전파를 타 10주년을 맞이한 EBS ‘스페이스 공감’ 정도다. 이외에 KBS ‘이한철의 올댓뮤직’, 광주 MBC ‘난장’ 등이 존재한다. 김 교수는 “‘스페이스 공감’이 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시장을 움직이는 권력을 가지지는 못해도, 음악에 대한 권위를 인정받기 때문”이라며 “공공영역으로서 방송이 가져야 할 문화적 공공성의 핵심 내용은 시장논리에 맡겨 둘 경우 사라질 수밖에 없는 다양한 가치들을 지키고 보호하는데 있다. 적어도 음악이라는 영역에 관한 한 ‘스페이스 공감’은 문화적 공공성의 가치에 값하는 음악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이어 김 교수는 “방송국은 스스로 대중이 원하는 것을 줄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오락을 제공한다고 해도 대중의 문화적 감성을 교육하는 역할을 부정할 수는 없다”라며 “대중을 계몽하자는 것이 아니고, 적어도 대중이 나름의 욕구를 가지고 다양한 음악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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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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