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

“문병곤 감독 개인의 영광일 뿐 아니라 우리 영화계 전체의 기쁨”

국민배우 안성기의 말처럼 한국 영화계에 기쁜 소식이 5월 26일 날아들었다. 문병곤 감독(31)의 영화 가 2013 칸 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것. 그로부터 5일이 지난 31일, 수상 기념 기자회견이 서울 이수 아트나인에서 열렸다.문 감독의 해맑은 미소는 칸에서나 한국에서나 변함없었다. 문 감독은 자리를 가득 채운 영화계 주요 인사들과 취재진에 약간 놀란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큰 상을 받은 문 감독은 칸에서 입었던 턱시도 대신 간편한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이민지, 강태영, 김현규 등 에 출연한 배우와 각본을 쓴 권오광 작가도 참석했다. 한국 영화의 역사를 다시 쓴 젊은 영화인들은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냈다.
각본 권오광, 배우 강태영, 이민지, 감독 문병곤(왼쪽부터)

황금종려상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문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지금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외 영화제 경력이 있는 배우들도 황금종려상 수상은 실감나지 않는 눈치였다. 여자 아르바이트생 역할을 맡은 배우 이민지는 자신이 출연한 단편 이 2011년 베를린영화제에서 단편 부문 은곰상을 수상한 경험도 있다. 그럼에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단편영화제 뒤풀이 자리에서 문병곤 감독을 처음 만났다”는 이민지는 “해본 적 없던 장르였기 때문에 재밌겠다 싶어서 참여했는데, 칸 영화제에서 큰 상까지 받게 되다니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는 소감을 밝혔다. 도박 중독자를 연기한 강태영은 2011년 칸 영화제 단편 경쟁부문 초청작 에 출연했다. 다소 왜소한 체구의 강태영은 “감독님은 덩치 큰 남자의 이미지를 생각하셨었는데, 내가 이 영화에 욕심이 나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 외에 불법 게임장 사장 역할을 맡은 배우 김현규는 미장센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적이 있는 연출자. 각본을 쓴 권오광 작가는 문 감독과 스무 살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다. 권 작가는 “영화 제작 전부터 시나리오가 형의 연출과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각색도 잘됐고 영화가 잘 나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스틸.
“메시지에 자신이 있었다”

영화 는 한 평이 될까 말까 한 불법 게임장 환전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등장인물은 셋에 불과하고 15분 분량의 짧은 영화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제인 캠피온 감독이 시상하면서 문 감독에게 “메시지가 너무 좋다”고 말했을 정도. 문 감독 또한 의 강점으로 ‘메시지’를 꼽았다. “요즘 경제위기로 말이 많은데, 또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문제의 원인도 명확하지 않다. 환전소라는 공간이 금고로 바뀌는데, 그 과정이 괜찮은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 감독은 “개인적으로 장르와 이야기, 캐릭터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한다”며 ‘메시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차기작이 기대되는 말도 했다. “는 주인공이 금고에 갇히면서 끝나는 비극이다. 다음번에는 이 주인공이 그 속에서 무엇을 깨닫고 어떻게 빠져나올 건지를 이야기하고 싶다”며 의 메시지를 확장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젊은 감독은 또 어떤 역사를 만들어 갈까. 행사에 참석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은 “칸 영화제가 예전부터 한번 수상한 사람은 식구처럼 챙기는 경향이 있다”며 장편 황금종려상에 대한 기대를 내심 드러냈다. 1986년 영화 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7년 뒤 영화 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제인 캠피온 감독과 문 감독을 비교하기도 했다. 문병곤 감독은 “쏟아지는 격려와 기대가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결과를 섣불리 예상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의 이름을 말하면서도 “입봉 감독님들은 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는 문병곤 감독.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그는 흥행 성적이나 해외 영화제 진출 대신 구체적인 영화의 특징을 말했다.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의 영화 처럼 스펙터클이 넘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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