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인구 1,000명당 13.5명. 2011년 이코노미스트지가 국제미용성형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대한민국은 당당히 영예의 1위를 차지했다. 중·고등학교 졸업 선물 리스트에 ‘성형’이 당연스레 꼽히고,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얼굴은 붕어빵 기계로 찍어낸 듯 모두가 닮아있는 요즘, ‘그게 뭐 대수야’하고 콧방귀 뀌면서 그냥 넘기기에는 그 정도가 좀 심하다. 혹자는 ‘자기 돈으로 성형해서 예뻐지겠다는데 웬 참견이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상황을 보며 뒷맛이 씁쓸한 건 폭력적인 외모지상주의가 확산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세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케이블채널 스토리온 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11년 12월 처음 전파를 탄 은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고통 받는 여성들의 치유를 돕겠다는 기획의도를 들고 나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물론 긍정적인 관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성형수술이 프로그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기에 필연적으로 프로그램이 ‘성형수술의 장점만을 부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된 듯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로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이 자리에는 의 연출을 맡은 박현우 PD, 진행자 황신혜, 패널 김준희를 비롯해 시즌1·2에서 최후의 한 명으로 선정돼 변신에 성공한 박소현과 허예은이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과연 그들은 프로그램을 향한 대중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까. 를 향한 두 가지 시선을 통해 프로그램의 성공여부를 점쳐봤다.



첫 번째 시선 // 성형수술의 긍정적인 측면만 강조하고 있다?
대한성형외과학회에 따르면 성형은 20세기 들어 세계대전을 2차례 치르는 동안 발전했다. 전쟁으로 인한 외상 치료를 위한 재건성형수술이 요즘은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위한 수단으로 탈바꿈했다. 인터넷 검색창에 을 입력하면 성형수술·병원 등과 관련된 페이지만 수십여 개를 확인할 수 있다. 제작진들도 이러한 상황을 모르진 않을 터. 그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Q. 양악수술의 위험성이 뉴스에 수차례 보도된 바 있다. 그런데도 에서는 양악수술이 치료의 성격보다는 미용의 측면으로 부각돼 다뤄진다.
박현우 PD: 사실 프로그램 기획 초기부터 걱정을 많이 했다. 참가자에 성형수술이 정말 필요한 일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류부터 시작해서 총 5단계의 검증절차를 거친다. 그러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성형수술이 꼭 필요한 사람을 선택하기 위해서 제작진도 고심을 거듭했다.

Q. 지원자 선별과정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면.
박현우 PD: 외모만 봐서는 성형가능 여부나 필요성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다보니 나중에는 웬만큼 심각하지 않고서는 ‘저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서류에 통과한 지원자들 중에 1차로 100명을 뽑아서 성형외과 원장들과 상담을 받도록 한다. 지원자 선별은 전적으로 닥터스의 판단에 맡겼다.

박현우 PD
Q. 지원자들의 성형수술 후 모습을 보면서 ‘굳이 저렇게 많은 수술들을 해야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박현우 PD: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수술의 여부는 거의 당사자와 전문의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수술 전 상담을 할 때 본인에게 의사를 묻는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잘 모르시는 부분이 있는데 보통 어딘가 얼굴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균형이 틀어진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과도하게 턱이 나온 경우에는 코도 삐뚤어져있고 그런 거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한 부분만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얼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술이 필요할 때가 많다.

Q. 박소현·허예은의 변신은 정말 놀라웠다. 성형수술의 기술 수준도 크게 향상된 것 같다.
박현우 PD: 우리도 촬영을 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정말 한국의 성형기술이 뛰어나다. 그 향상의 정도가 시즌을 거듭할 때마다 체감될 정도였다. 그런데 메이크오버 때 유달리 예뻐 보이는 건 있다. 성형수술만큼이나 메이크업·헤어·스타일링의 힘이 엄청나다. 사실 메이크오버 전 날만 하더라도 ‘반응이 괜찮을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막상 메이크오버 때 보고서 우리도 깜짝 놀란다(웃음).

Q. 기존에 ‘메이크오버쇼‘라고 하면 성형수술로 외모만 바꿔주는 형식이었다. 이 그런 프로그램들과 차별화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있을까.
박현우 PD: 수술 후에 렛미인 하우스에서 두 달간 합숙하면서 몸매·피부·심리상담 등 관리의 일체를 지원받는다. 그뿐 만아니라 메이크오버 이후에도 직업을 연계해주는 등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주려 노력한다.

두 번째 시선 // 결국 예뻐지면 장땡이라는 얘기?
예뻐지려는 여자들의 욕구는 끝이 없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마음은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미녀의 대명사 클레오파트라는 피부미용을 위해 우유와 맥주로 목욕을 즐겼으며 동양의 대표미인 양귀비는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약초를 구하는데 열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자들도 이와 다르지 않은 걸까. 몰라보도록 아름답게 변화한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면, 또 다른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올 법도하다. 외모의 변화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일까. 출연진과 시즌1·2의 주인공 박소현·허예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황신혜(왼쪽), 김준희
Q. 여자에게 외모란 무엇일까.
황신혜: ‘외모가 경쟁력이다’라는 말은 요즘 여자뿐 만아니라 남자들에게도 적용될 만큼 일상적인 표현이 됐다. 간혹 남자들이 여자들보다도 피부나 성형수술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어 놀랄 때도 있다. 을 출연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엇인가 실패했을 때 외모를 들먹이는 것은 핑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외모 때문에 고통 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그런 사람들이 외모의 변화로 시작해서 내면의 변화까지 이뤄내도록 돕는 것이 이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Q. 참가자들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에 방송을 진행할 때 부담도 있겠다.
김준희: 시즌2에 합류하면서 많은 부담을 느꼈다. 하지만 막상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을 지켜보면서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많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삶을 살아가는데 조금 더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됐고, 참가자들이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스스로 자랑스러움도 느꼈다. 외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외모를 통해서 마음이 예뻐질 수도 있고, 그리고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면 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출연진들은 그런 참가자들을 응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소현(왼쪽), 허예은

Q. 메이크오버 후에 주변의 반응이나 태도도 달라졌을 듯한데.
허예은: 흔히 ‘외모는 별로 중요한게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변신 후에 완벽히 느꼈다. 주변 사람들의 말투도 상냥해졌고, 수술 전의 모습을 알면서도 나에게 대시한 남자들도 있다. 그리고 원래 공부하던 것을 계속하려고 하는데 어머니는 ‘외모가 아깝지 않냐’며 많은 것을 해보라고 하셨다. 전에는 생각할 수 없던 일들이다(웃음).
박소현: 내가 수술 전에는 많이 소극적이었다. 그러다보니 주변사람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야기를 나눌 때도 치아 콤플렉스가 신경 쓰여서 일부러 거리를 두고 그랬다. 그런데 수술 후에 심적으로 당당해지니까 사람들에게 다가가는데 자신감이 생겼다. 사람들도 관심을 많이 가져준다.

Q. 외모 콤플렉스를 방송에 공개한 이유도 궁금하다.
박소현: 수술 전에는 심적으로 위축돼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조차 없었다. 친구도 없고 가족들과의 대화도 없었다. 그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전한 것이 이다. 물론 방송에 출연하기 전에는 고민을 많이 했다. 비포&애프터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 다닐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모가 변화하면서 내면의 상처도 어느 정도 치유가 됐다. 그래서 나와 같은 상황의 사람들이 콤플렉스를 치유하고 세상 밖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방송출연에 용기를 냈다.
허예은: 사실 나는 박소현이 출연한 시즌1을 보고 도전을 결심했다. 나와 같은 고민, 내면의 상처, 별명이 있는 사람을 보니 공감이 됐다. 이런 방송이 아니면 내겐 다른 기회가 없다는 것도 도전의 이유였다. 뇌성마비 동생도 돌봐야 했고 집안형편도 안 좋기에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기 싫었다.

Q. 외모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하고 싶은 일도 많아졌을 듯하다.
허예은: 메이크오버 후에 피팅모델도 해보고 광고도 찍을 수 있었다.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그러다보니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보컬 트레이닝도 받아보고 싶고, 다른 것들도 하고 싶다. 그러나 아직은 원래 하고 있던 사회복지사 공부를 마치고 싶은 욕심이 더 크다. 여전히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 나의 꿈이다.
박소현: 원래 디자인을 전공했었다. 그런데 성형수술을 하고 나서는 미술심리치료로 전과했다. 외모가 바뀌고 나니까 내가 얻은 삶에 대한 용기나 긍정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지금은 미술심리치료 교육을 마치고 나와 같이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 목표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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