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제야 연기에서 제 모습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한 큰 눈망울에선 연기에 대한 열정이 뚝뚝 묻어났다. 짧게 자른 머리와 통통 튀는 외모는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 속 고성빈의 모습 그대로인데,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장난기 어린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김가은은 2009년 S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래 필모그래피에 기록도 되지 않은 단역부터 주연까지 차례대로 맡으며 연기력을 다져왔다. 소속사 없이 혼자 배우생활을 이어오며 웬만한 고난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듯한 다부진 성격도 얻었다. 어느덧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12개의 작품으로 가득 채운 4년 차 배우지만, 연기에 대한 마음만은 신인 때와 다름이 없어 보인다.

“공채 탤런트 시절에는 모든 걸 스스로의 힘으로 해야 했어요. 촬영 하면서도 의상을 구하러 동대문에 가야했고, 대기할 곳이 없어서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외롭게 보낸 시간이 길어서인지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지금이 행복하게 느껴져요”

김가은은 SBS 공채 전속 계약이 끝나고 처음으로 타 방송사에서 KBS2 ‘브레인’을 찍은 게 첫 번째 터닝 포인트라 했다. 대사를 외우기에 급급했던 과거와 달리 ‘브레인’에서는 감정연기와 더불어 이강훈(신하균)과 호흡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녀는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지금 내가 연기를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하지만 ‘브레인’으로 얻은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후 케이블채널 MBN ‘왓츠 업’, 종합편성채널 JTBC ‘발효가족’, SBS ‘내 사랑 나비부인’에 연이어 출연했지만, 크게 인상에 남는 연기를 펼치지는 못했다. 배우 생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때쯤 그녀는 ‘너목들’을 만나게 됐다.



“처음에는 ‘너목들’에서 고교생 역할을 맡게 돼 이미지가 굳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었어요” 김가은의 말처럼 그녀는 출연작에서 줄곧 고등학생 역할을 맡아 왔기에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 하지만 시놉시스를 읽은 후 이미지에 대한 걱정은 ‘꼭 고성빈 역을 맡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욕쟁이 날라리’ 고성빈 역을 따내기 위해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에 출연한 김슬기의 방송을 꼼꼼히 모니터했고, 별도로 레슨도 받았다.애초에 ‘너목들’에서 고성빈의 역할 비중은 크지 않았다. 김충기(박두식)와의 러브라인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김가은은 통통 튀는 날라리 역할을 자신의 방식만으로 풀어내며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녀는 “이제는 학생 역을 맡아도 즐기면서 하려고 한다.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어떤 배역이든 그 안에서 나만의 매력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최근에 나에게 붙은 ‘스타’라는 수식에 감사할 따름이다”며 “인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건 없다는 생각으로 계속 연기해나가겠다”고 덤덤한 소감을 전하는 그녀. 데뷔 3년 만에 두 번째 터닝 포인트를 맞은 그녀의 차기작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이제야 연기 속에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활짝 웃는 그녀에게서 ‘스타’가 아닌 ‘배우’의 모습이 보인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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