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꽃보다 할배’ 방송 장면 캡쳐.

tvN ‘꽃보다 할배’ 6회 2013년 8월 9일 오후 8시 50분

다섯줄 요약베른에 도착한 H4에게 시련이 닥쳐온다. 베른에서의 관광은 거기서 마침 광고를 찍고 있는 한지민에게 일임하려고 했던 이서진의 계획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 설상가상으로 당황한 이서진이 이제까지 발휘했던 가이드 지능을 한꺼번에 상실하는 사태가 일어난다. 천신만고 끝에 베른의 구시가지의 아름다운 풍광을 구경한 꽃할배 일행은 다음 목적지인 체르마트로 이동한다. 이전까지의 숙소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 꽃할배들과 이서진은 만족하고, 당일에 생일을 맞은 박근형을 위해 깜짝 파티를 준비한다. 다음날, 이서진은 마테호른의 정상을 만끽한 꽃할배들에게 관광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헬기까지 대동하지만 현지 기상악화로 제대로 산 정상에서의 만찬을 즐기지 못한다. 하지만 함께했다는 추억을 안고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박근형의 가는 길을 배웅한다.

리뷰

90년대를 풍미했던 프로그램 ‘체험 삶의 현장’은 유명인들이 특정한 직업군을 업무를 체험해보는 과정을 다뤄 큰 인기를 끌었다. (공식적으로는 지난 해 2월까지 총 902회가 방영된 장수프로그램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몸이 고된 육체노동에 포커스가 맞추어졌던 이 프로그램은 평소 그런 일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이들이 나와 온갖 고생을 겪는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대중들이 이 프로그램에 큰 호응을 보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고생하는 누군가에 대한 동정’이 아닐까 한다. 평소 자신이 선망하던 대상이었지만, 집 안에서 편히 방송을 보고 있는 나(시청자)와 달리 그 선망의 대상은 땀을 흘리며 온갖 시행착오를 다 겪고 있으니 어찌 동정심이 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문득 이서진을 보고 있자니 ‘체험 삶의 현장’이 떠올랐다. 당황하고 절망했던 1회의 모습을 거쳐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만능가이드의 역할을 도맡아하던 그가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혀 ‘멘붕사태’를 겪는 모습을 보고, 이내 아래된 자로서 ‘노예 포텐의 폭발’을 여실이 보여주고 있는 광경에서 왠지 처음보다 더 짠한 마음이 생겼다. 낯선 땅에서 그리고 낯선 잠자리에서 적응을 해 나가려는 꽃할배들의 고생도 분명있었을 테다. 하지만 이들보다 한 발 앞서 모든 상황을 준비하고 이끌어야 하는 젊은이의 고생은 어쩜 더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꽃할배를 보고 즐거워할 시청자들 중에는 동년배의 이들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젊은 시청자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그렇다고 가정해본다면, 이 모든 꽃할배의 모습들이 이서진이란 프리즘을 통해서-그리고 나영석이란 프리즘을 통해서-한 번 걸러졌기 때문에 때론 친근하게 때론 익살스럽게 느끼는 것이 아닐까. 우리에게 꽃할배들이 처한 풍광은 ‘아, 여행 가고 싶다’라는 한 마디 감상으로 귀결되지만, 이서진에겐 그 순간이 어쩌면 ‘체험 삶의 현장’보다 한층 ‘빡센’ 체험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서진과 달리 그 ‘체험 현장’의 중심에 서 있지 않음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건지도.

수다포인트

-한지민씨 나오려나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루체른으로 떠났다고 문자가 왔다’는 외마디가 좀 아쉽네요. (쩝)
-숲속의 친구 순재 할배, 역시 친구따라 입맛도 다르다는 사실까지 간파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진정한 노예근성을 보여주고 있는 이서진씨, 이제 그 캐릭터로 CF 하나 들어왔음 싶네요. (흐흐)

글. 톨리(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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