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꽃’ 온주완

KBS2 특별기획드라마 ‘칼과 꽃’에서 보장왕 역을 맡은 배우 온주완이 흥미로운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극중 보장왕은 연개소문(최민수)과 쿠데타로 왕이 됐지만, 연개소문에게 철저히 이용당하고 허수아비 신세가 된 비운의 왕으로 그려진다. 즉위 직후, 연개소문에 밀리지 않으려 기를 썼던 보장왕은 연개소문이 대막리지로 자신의 지위를 승격시킨 뒤 국정, 안보, 인사 모든 실권을 장악하게 되면서 권한이 사실상 사라지고 만다.자신의 처지를 명확히 인식한 보장왕은 연개소문을 칠 결정적인 기회를 엿보며 미친왕 행세를 하기로 마음 먹는다.

이런 보장왕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연기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캐릭터다. 온주완은 작정하게 이 캐릭터에 달려들었다.

그는 보장왕을 연기하는 비결에 대해 “철저한 계산과 상상력”을 꼽으며 “보장왕은 연산군과 같은 폭군과는 다르다. 그는 미친 게 아니라 완벽한 연극을 하고 있는 인물인 만큼 철저한 계산으로 수위조절을 해야 했다. 보장왕 역시 ‘내가 만약 미친다면’이라고 상상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고 설명했다.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역시 최민수와의 기싸움이었다. 보장왕은 실제 영류왕(김영철) 사후 유일하게 연개소문에 대적해야 하는 인물이다. 극중 연개소문과 독대하는 장면이나 클로즈 샷으로 두 배우를 잡는 장면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대비되는 두 인물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 미친왕 연기를 촉이 남다른 연개소문에 들키지 않는 것도 다른 차원의 기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치밀한 계획 아래 연개소문의 덜미를 잡을 것으로 예측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처음엔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최민수가 아니다’라고 자기암시를 걸기도 했다”는 온주완은 “완벽한 연습만이 살길이었다. 난 현장에선 대본을 거의 안 봐도 될 정도로, 완벽하게 외우고 계산한 뒤에야 촬영장에 간다”고 말했다.

실제 촬영장에서는 연기 조언을 아낌없이 주고 그 조언을 100% 수용하는 더없이 좋은 선후배 관계다. 온주완은 가능한 최민수와 상의 후 연기에 임할 정도라며 “최민수 선배와 연기하는 것이 제일 재미있다. 연기 디렉션을 많이 주시고, 이렇게 하면 더 임팩트 있겠다고 소스를 많이 주신다”고 전했다.

온주완은 향후 미친왕 보장왕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에 관해서도 귀띔했다. “아마 보장왕이 연개소문의 목을 서서히 조르지 않을까요?”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칼과꽃’ 문화산업전문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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