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당나귀귀' 김병현 합류
프로야구 이미지 세탁될까
김병현(왼쪽)과 현주엽/ 사진=텐아시아DB, KBS
김병현(왼쪽)과 현주엽/ 사진=텐아시아DB, KBS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김병현, 제2의 현주엽 될 수 있을까

전 야구선수 김병현이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당나귀 귀')에 합류했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각종 악재가 겹치며 위기를 맞은 가운데, 그의 등판이 떠나간 야구팬들의 마음을 돌려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29일 방송된 '당나귀 귀'에서는 전 메이저리그 김병현이 새로운 보스로 등장했다. 연봉 237억 원을 받던 스포츠 스타가 광주에서 햄버거 집 3개를 운영하는 사장이 된 이야기가 흥미롭게 그려졌다.

이날 그는 총 3개 매장을 5명의 직원과 운영하는 근황을 낱낱이 공개했다. 김병현은 서울이 아닌 고향 광주에서 햄버거 집을 차린 이유에 대해 "광주에 약간의 빚이 있다"며 "미국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전성기가 아니었다. 선수로서의 모습을 잘 보여드리지 못해 마음의 빚이 있다. 햄버거로 갚겠다"고 밝혔다.

김병현은 또 햄버거 매장을 3곳이나 운영하면서 "요리를 못 한다"고 털어놔 특유의 엉뚱한 매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미국 진출을 했기에 친구 같은 리더십이 있다고 했지만 막내 직원과의 '상극 케미'를 선보이며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김병현은 직원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라떼 토크'를 이어가는가 하면, 틈만 나면 자신의 현역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이러한 모습은 과거 '당나귀 귀'에서 활약한 농구 감독 현주엽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당나귀귀' 김병현/ 사진=KBS2 캡처
'당나귀귀' 김병현/ 사진=KBS2 캡처
현주엽은 초기 '당나귀 귀'가 자리잡는데 일등공신을 한 인물이다. 그의 특출난 '먹방' 실력과 다른 보스들마저 기겁할 '꼰대 리더십'이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 당시 프로농구팀 창원 LG세이커스 감독이었던 그는 선수들의 혹독한 시즌 준비 과정을 보여주면서도 남다른 예능감을 뽐냈다.

이때 훈훈한 외모의 농구 선수들이 나오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고, 열띤 훈련 과정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농구에 대한 관심과 팀을 향한 응원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창원 LG 세이커스를 응원하는 시청자들, 농구장을 찾는 팬들이 증가했다. 현주엽의 권위적인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프로농구 전체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 때문에 최근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선 한국 프로야구(KBO)가 김병현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호텔 술자리' 파문에 음주 운전까지 잇달아 사고를 친 KBO가 '김병현 카드'로 반전을 노리는 모양새다.

현주엽과 달리 김병현은 햄버거 집 사장의 자격으로 출연했지만 그의 에피소드에 야구가 빠질 수 없었다. 그는 "야구팀의 성적이 잘 나와야 관중이 많이 들어오고, 관중이 많이 들어와야 햄버거 집 매출이 오른다"며 기아 타이거즈를 응원하기 위해 햄버거 70개를 무료로 제공했다. 또한 맷 윌리엄스 감독, 최희섭 코치 등 야구인들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노출됐다.

물론 김병현이 과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우승을 두 차례나 경험한 '레전드' 선수였기에 야구 이야기가 빠질리 만무했다. 하지만 정규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데 현장에 몸 담고 있는 야구인들이 적극적으로 출연하는 모습은 생소하다. 이는 KBO와 소속팀의 사전 승인 없이는 절대 성사될 수 없는 결과다. 그만큼 야구계 전체에서 심각한 위기의식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야구대표팀은 유일하게 국민의 뜨거운 응원받지 못할 정도로 야구 종목을 향한 민심이 냉랭한 상황이다. 팬들은 "최근에 터진 이슈가 선수 개개인의 일탈이 아닌 야구판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할 정도로 KBO를 불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등판한 김병현이 농구판의 현주엽처럼 프로야구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김병현은 과거 부진한 야구 성적에 대한 빚을 갚기 위해 햄버거 집을 차리고 이 과정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노출하려 하고 있다. 당시 느꼈던 미안함을 '당나귀 귀' 출연을 통해 속죄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하지만 그의 출연이 단순히 프로야구 '이미지 세탁'에 그치면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김병현 스스로 보스로서 충분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을 뿐더러, 자칫하면 프로야구를 향한 혐오가 그와 '당나귀 귀'로 번질 수도 있다. 김병현이 멘 총대의 끝이 자신을 향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그가 팬들을 다시 야구장으로 부르고 햄버거 집 매출 상승과 예능인으로서의 도약을 모두 끌어내기 위해 어떤 구종을 던질지 지켜 볼 일이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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