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무리수 반복→침묵 일관
입 닫고 귀 막는 '나혼산'
'나혼자산다' 논란/ 사진=MBC 캡처
'나혼자산다' 논란/ 사진=MBC 캡처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MBC '나 혼자 산다'가 또다시 무리수를 두면서 도마 위에 올랐지만 이번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거짓 홍보와 낚시성 편집으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산 지 두 달도 안 돼서 기안84 몰래카메라 논란으로 또 한 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 408회에서는 기안84의 웹툰 '복학왕' 마감을 축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전현무, 기안84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기안84는 자신의 연재 종료를 축하하는 자리 겸 '나 혼자 산다'의 정기 콘텐츠인 여름 정모로 알고 여행을 손수 준비했다. 그는 자신의 고향 경기도 여주로 여행지를 정하고 숙소와 단체 티셔츠, 게임 등을 직접 마련했다.

일정상 다른 멤버들은 뒤늦게 합류하는 것으로 알고 전현무와 단둘이 출발한 기안84는 여행지로 향하는 차 안에서부터 줄곧 "다른 멤버들은 언제 오냐"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초저녁이 되자 전현무는 "다른 멤버들은 안 온다"고 털어놨다. 허탈한 기안84는 급격하게 표정이 굳었고 "오늘 나 축하해준다고 오는 것 아니었냐"고 되물었다.

출연진은 모이진 못한 이유로 코로나19 시국을 꼽았다. 하지만 스튜디오에서는 6명의 출연진이 마스크나 비말 차단벽 없이 옹기종기 모여 떠들었다. 기안84는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해당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들은 기안84의 몰래카메라를 기획한 제작진, 이에 동조한 출연진을 향해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10년 넘게 연재한 만화의 성공적인 마감을 축하해주겠다고 기안84를 불러놓고 그가 여행을 위해 준비한 노력과 설레는 마음을 모두 짓밟아버렸데에 분노한 것이다.

출연자 한 명을 단체로 속이는 몰래카메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대부분 시청자들도 웃어넘긴다. 그러나 '나 혼자 산다'를 향해선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다. 일부 누리꾼은 "어릴 적 왕따당했던 시절이 생각났다"며 기안84가 처한 상황과 비슷한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나혼자산다' 논란/ 사진=MBC 캡처
'나혼자산다' 논란/ 사진=MBC 캡처
논란이 커지자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아무런 해명도 없이 해당 방송분의 일부 클립을 삭제했다. 이후에도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사과나 변명은커녕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제작진의 대응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6월 가수 아이유를 이용한 거짓 홍보 논란이 일었을 때도 제작진은 별도의 해명이나 사과 없이 VOD, 재방송 등에 해당 장면을 삭제할 뿐이었다. 당시 아이유를 사칭한 누리꾼을 여과 없이 방송에 내보내 팬들의 반발을 샀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

시청자들은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이 그간 논란이 터질 때마다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잘 알고 있다. 이미 대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다음주 나혼자산다 대본'이라는 제목의 글이 떠돌고 있다. 스튜디오에 모인 출연진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등장해 기안84에게 사과하고, 이를 웃어넘기며 논란을 일단락시키는 내용이 담겼다. 매번 논란에 대해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무마하며 시청자들과 불통해온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번 '나 혼자 산다'의 몰래카메라 논란에 대해서 "방송은 방송으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방송'이라는 대(大)를 위해 '개인의 감정'과 같은 소(小)가 무시당할 수는 없다. 몰래카메라에 당한 기안84의 모습을 보고 왕따 피해를 떠올리는 시청자들이 있다면 제작진의 의도가 어찌 됐던 간에 잘못된 연출과 기획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나 혼자 산다'는 침묵을 지키며 시청자들이 알아서 논란에 대해 이해하고 눈감아주길 바라는 '배 째라'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앞선 경험의 학습으로 시청자들은 이마저도 예측한 모양새다. 이미 기대치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시청자들이 등을 돌리는 건 한순간이다. 제작진은 언제까지 침묵을 지킬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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