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용 "중간역할 한 적 없다"
이하늘·김창열 불화에 발 빼
무능에 무책임까지 자인한 꼴
'대리 작사' 의혹 여전히
'라디오스타' 정재용/ 사진=MBC 캡처
'라디오스타' 정재용/ 사진=MBC 캡처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그룹 DJ DOC의 정재용이 멤버들의 갈등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이하늘, 김창열의 다툼에 최측근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지만 정작 본인의 대리작사 의혹에 대해선 침묵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는 '떼창 유발자들' 특집으로 꾸며져 가수 정재용, 김동완, 신지, 김용준이 출연했다.

이날 정재용은 DJ DOC 멤버 중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불화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다'는 이야기에 "그렇다"며 "나보다 더 힘든 사람 '둘'이 있다"고 했다. 이어 "나보다는 그 사람들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DJ DOC가 언제는 사고가 없었나. 좋아도 DOC, 싫어도 DOC"라며 "나는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저희들끼리 잘 마무리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재용은 또 "항간에는 내가 중간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 워낙 둘이 튀다보니까 화해시키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나서는 줄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내가 돋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중간에서 (중재하는) 역할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럴 땐 대부분 가만히 있다. 그렇게 봐주는 건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들어와서 DOC가 잘 된 것 같다"며 자신은 중재자가 아닌 복덩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DJ DOC 멤버가 방송에서 불화에 대해 언급한 건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가수 고(故) 이현배의 사망 직후 친형 이하늘이 동생의 사망 원인을 김창열로 꼽아 충격을 안겼다.

이하늘은 동생의 죽음이 김창열과 함께 추진했던 게스트하우스 사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창열이 약속했던 투자를 하지 않아 사업에 차질이 생겼고, 이를 만회하려던 이현배는 생활고에 시달렸다"며 "오토바이 배달 일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고 이후 제대로 된 검사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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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늘의 주장에 따르면 DJ DOC 멤버들은 함께 게스트하우스 사업을 하기 위해 1억 4000만 원씩 돈을 모아 제주도 땅을 매입했다. 이때 김창열이 리모델링을 제안했고, 비용이 부담됐던 정재용은 빠졌다. 이에 이현배가 거주 중인 아파트를 처분하고 정재용의 지분의 승계 받으면서 리모델링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하지만 김창열은 "인테리어 비용이 생각보다 많다"며 공사 도중에 돈을 못 준다고 거부했고, 결국 공사대금 납입을 못해 부도가 났다. 이로 인해 이현배가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 놓였고, 배달 아르바이트 도중 사고가 난 것. 당시 이현배는 돈이 없어 MRI 검사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현배는 지난 4월 17일 제주 서귀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대해 김창열은 "고인을 떠나보내는 슬픔이 가시지도 않은 채 오래전 일을 꺼내기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혼란스럽고 애통한 시기인 만큼 억측과 추측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김창열과 정재용이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면서 이하늘과 대면했다. 당시 세 사람은 긴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하늘은 상을 치루자마자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김창열에 대한 추가 폭로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이하늘은 김창열, 정재용의 대리 작사·작곡도 폭로해 파장이 일었다.

그는 "김창열 노래 가사도 이현배가 썼다. 김창열은 노래, 멜로디 만들 줄도 모른다"며 "20년 동안 이현배가 그 XX들 가사 써 줬다. 정재용한텐 미안한데 여덟 마디 중에 한 마디도 못 쓴다. 4집부터 이현배가 가사 써 주고 멜로디라인 다 짜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년 동안 나는 어떻게든지 (DJ DOC 신곡) 작업을 하려고 했다. 2년 동안 내가 600일 동안 있었으면 김창열은 2~3일밖에 안 왔다. 20년 동안 녹음실에 20일도 안 온 XX다"며 "유령 작사가로 20년 동안 가사 써줬는데 자기들 이름으로 나가고 결국엔 돈도 한푼 안 들어왔다"고 한탄했다.

이에 정재용은 그동안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라디오스타'에서도 해명이나 사과가 없었다. 오히려 멤버 간 갈등을 오롯이 이하늘과 김창열의 몫으로 돌렸다. 단순히 둘의 불화로 취급하며 "나는 중재자가 아니"라는 발언은 다소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게스트 사업건이야 일찌감치 발을 뺏다손치더라도 고 이현배의 대리 작사 논란에 대해선 입을 열었어야 했다.
'라디오스타' 정재용/ 사진=MBC 캡처
'라디오스타' 정재용/ 사진=MBC 캡처
그런데도 정재용은 무책임을 넘어 무능함을 스스로 인정했다. DJ DOC의 히트곡 'DOC와 춤을' 가사를 모두 외우지 못한다는 것. 그는 이날 자신의 랩 파트 외에는 가사를 모른다고 털어놨다. 실수로 이하늘의 2절 가사를 1절에 부른 적이 있는데, 이후 자신의 파트를 외우고 있던 이하늘이 대처를 잘했다며 깜짝 놀라기도 했다.

DJ DOC는 세 사람의 찰떡 호흡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장수 그룹이다. 하지만 실상은 맏형 이하늘의 엄청난 희생과 양보, 책임 의식이 있었기에 지속돼 왔다는 게 모두 드러났다. 앞서 이하늘 폭로에 따르면 김창열은 탈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정재용마저 멤버 간 다툼에 대해 책임을 회피했다.두 사람이 팀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나 한 건지 의문이 든다.

더군다나 정재용은 아빠가 되고 나서야 김창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도 했다. 그는 "아이가 생기니 김창열이 앨범 활동보다는 다른 쪽에 조금 더 치우칠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었다"며 "존경스럽기까지 한 친구"라고 말했다. 이하늘의 희생은 아이가 없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걸까. 존경을 표해야 대상이 어딘가 잘못된 것 같다. 애석하게도 맏형 이하늘의 헌신은 단 한 명의 멤버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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