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배우 박정민이 영화인을 꿈꾸며 고려대를 자퇴한 사연부터 자격지심에 시달렸던 무명 시절까지 지금의 '충무로 캐스팅 0순위'가 되기까지의 일들을 회상했다.

지난 2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는 배우 박정민이 출연했다.

박정민은 학창시절 성적이 우수해 고려대학교에 입학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고려대를 자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박정민은 "어렸을 때 엄마가 공부를 못하면 많이 혼냈다. 고등학교 때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서 한예종 영화과에 지원했는데 떨어져서 수능 보고 고대를 갔다"고 밝혔다. 떨어질 이유에 대해 "예술학교니까 자기소개서를 예술적으로 써야하는 줄 알았다, 그랬다가 면접관 교수님에게 '너는 자기소개서가 뭔지 모르냐'고 엄청 혼났다. '너 떨어지면 어떡하냐'고 하길래 '서울대 가겠다'고 했다"고 면접 일화를 전했다. 이후 재지원해 다시 보러 간 면접에서 "'서울대 갔냐'고 물어보길래 '못 갔다'고 했다. 그러고 한예종에 붙었다"고 말했다.

집에서 허락했냐는 물음에 "한 번 붙잡으시더라. 학교 붙고 난 후에 '그냥 고대 다니는 거 어떻겠니' 하시더라. 그런데 이미 자퇴서를 낸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후회한 적은 없냐고 묻자 "후회는 많이 했다"며 "고대를 다시 들어갈까 싶어서 입학처에 전화한 적도 있다"고 밝혀 폭소케 했다. 이어 "저는 그냥 평범하게 공부해서 대학왔는데 약간 좀 튀는 사람들을 보면 이런 사람들을 제가 뛰어넘을 수 없겠다는 피해의식 같은 게 있었다"고 털어놨다.

박정민은 영화 '파수꾼'으로 주목 받은 후에도 계속됐던 무명시절을 회상했다. 당시 아버지와의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박정민은 "예민하니까 그랬다. 집에 있으면 '다음 촬영은 없냐'고 물어보신다. 갑자기 뚜껑이 확 열리면서 '있으면 내가 얘기 하지 않겠나!'며 집이 떠나가라 소리쳤다"고 전했다. 유재석은 "아버지 우셨겠다"고 너스레를 떨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박정민은 "요즘은 그렇게 투자사가 어디냐고 물어보신다. 투자사가 빵빵해야 영화가 잘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박정민은 "누군가에겐 5년이 짧을 수 있어서 그걸 내세울 때 약간 창피할 때도 있는데 어쨌든 5년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5년 동안 주변에 잘 되는 친구들도 있고 하니까 '될 놈은 된다'는 말이 있지 않나. 내가 '안 될 놈'인 것 같은 거다. 자격지심, 열등감, 그 부정적 감정에 5년 동안 휘둘료 살았다. 내가 뭘 노력해야 하는지, 열심히 해야 하는지 몰랐다. 내가 피아노연주자라면 피아노라도 연습하겠는데 배우는 뭘 연습해야 하나 싶었다. 남의 대사 따라하는 걸 연습해야 하나 하면서 계속 부정적인 자학들을 하고 냉소적인 사람이 돼갔다"며 서러웠던 무명 시절을 떠올렸다.

박정민은 배우를 관두려고 했다가 영화 '동주'에 캐스팅됐던 일화를 전했다. 그는 "그런 생각들을 오래 하다가 그만 하려고 했다. 유학을 가려고 했다. 오피스텔 전세금을 빼서 도망가야 겠다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이준익 감독님이 영화를 만드는 데 캐스팅하고 싶어 한다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처음에는 안 믿었다. 그런데 실제로 이준익 감독님이 저를 찾으셨던 거다. 이것만 해보고 그만둘까 했는데 그게 결과가 좋았다. 그게 '동주'라는 영화였다"고 말했다.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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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이 배우를 꿈꾸게 된 건 어릴 적 친구 별장에 놀러갔다가 배우 박원상을 만나면서다. 박정민은 "부자 친구가 있었다. 아버지 별장에 놀러가자고 해서 갔다. 우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술취한 아저씨들이 있더라. 술취한 아저씨들이 우리를 불러 사이사이에 앉으라더라. 좀 짜증이 났다. 옆에 아저씨가 '너 내가 누군지 아냐'고 했다. 영화배우라고 해서 '내가 본 적 없는데 무슨 영화배우냐' 했다. '무슨 영화냐' 물었더니 '와이키키 브라더스'였다. 거기에 박원상 선배님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땐 몰랐는데 극단 차이무의 단원분들이 계셨던 거다. 그렇게 하다가 그 아저씨들이랑 친하게 3박 4일을 놀랐다. 처음 그런 사람들을 보니까 너무 매력적이어서 나도 저런 사람들처럼 돼보고 싶다고 그때부터 어렴풋이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정민은 이후 한예종 합격 후 입학을 기다리던 중 운명처럼 다시 박원상과 재회한 일화도 전했다. 그는 "고려대 자퇴하고 한예종 들어가기 전에 6개월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여행을 하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갑자기 그 아저씨가 생각났다. '내가 왜 학교 자퇴하고 영화한다고 하고 있지' 하고 거슬러다가 보니 그 아저씨가 떠올랐다. 만나야지 싶었는데 어떻게 만나야지 고민됐다. 고민하다가 버스에서 내렸는데 거짓말처럼 그 분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가 전봇대에 붙어있었다. 극단 차이무의 10주년 공연 포스터였다"고 말했다. 이어 "거기 메일을 보냈더니 답장이 와서 '너 기억 난다. 내일 대학로 어묵집에 와라'로 했다. 갔더니 또 취해계시더라. 어디 갈 때가 있다며 나를 데려간 곳에 극단 차이무 선배님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이성민 선배님, 문소리 선배님 등이 계셨다. 그 때 박원상, 문소리의 '슬픈 연극'이라는 2인극을 준비하고 계셨는데 연습실 놀러가고 싶다고 했다. '내일도 가고 싶다'를 계속하다가 거기 스태프가 된 거다. 군대 갔다와서도 그러고 있다가 연기과로 전과했다"고 밝혔다.

박정민은 박원상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이야기했다. 그는 "선배님이 해준 말씀 중에 기억 나는 게 있다. 그 누구도 저한테 미래를 기약하는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때인데 그 때 유일하게 '내가 지켜볼 테니까 잘해라'고 했다. 그 말이 아니었다면 포기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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