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 시장 1위' 넷플릭스
연달아 터진 소비자 기만 행위
그럼에도 대안 없는 소비자들
국내 OTT 업체의 성장이 필요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겸 CEO/ 사진= 넷플릭스 제공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겸 CEO/ 사진= 넷플릭스 제공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국내 사용자들에게 거듭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는 수차례 자막 실수에 이어 국내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돼 충격을 안겼다.

국세청은 지난 27일 넷플릭스를 포함해 조세 회피 혐의가 있는 다국적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전날에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넷플릭스 한국 자회사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사무실을 찾아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국세청은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외국 관계사로부터 콘텐츠를 수입해 판매하면서 모기업과 경영자문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터무니 없이 많은 수백억원 규모의 자문료를 매년 지급하는 방식으로 국내 소득을 축소해 해외 이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비대면 특수'를 누려 폭발적 성장을 이뤄냈음에도 이같은 꼼수를 부려 도마에 올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보건교사 안은영' 티저/ 사진=넷플릭스 캡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보건교사 안은영' 티저/ 사진=넷플릭스 캡처
넷플릭스가 국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태는 이들이 제공하는 콘텐츠에서도 나타난다.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티저 영상에는 주인공인 안은영(정유미 분)이 "아, XX. 이게 뭐지"라고 욕설을 내뱉는 장면이 음성과 자막으로 등장했다. 해당 영상은 전체 관람가였기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사 당시에는 묵음 처리 됐던 장면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후 넷플릭스는 해당 예고편에서 욕설을 삭제하고 "이게 뭐지"로 수정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티저 영상이 심의 제출됐던 것과 다른 버전으로 공개됐다"고 인정하며 "앞으로 유사한 일이 없도록 만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넷플릭스의 자막 오류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달에는 일본 넷플릭스에 영화 '택시운전사'를 '폭동을 취재하겠다는 독일 기자를 태우고 광주를 목표로 향하는 택시운전사'라고 소개해 논란을 빚었다. 5.18 민주화운동을 두고 '폭동'이라고 표기해 국내는 물론 일본 네티즌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일본 넷플릭스는 해당 문구를 수정했으며, 한국 넷플릭스도 "문제가 된 문구를 '민주화운동'으로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된 영화 '사냥의 시간' /사진=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된 영화 '사냥의 시간' /사진=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는 또 영화 '사냥의 시간'의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헝가리어, 덴마크어, 폴란드어 등 6개국 버전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잘못 표기했다. 한국 영화에서 이같은 해프닝이 벌어지자 누리꾼들은 폭발했다.

국내 사용자들이 불매를 선언하는 등 강도 높은 불만이 폭주하자, 넷플릭스는 "'사냥의 시간' 캐릭터가 언급한 동해가 독일어 자막에서 'Japanischen Meer(일본해)'로 표기된 것을 확인하고 'Ostmeer(동해)'로 수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하며 즉각 수정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은 대만판 제목을 한자로 '이시조선'이라고 표기했다. '이씨조선'을 차용해 '씨' 대신에 '시체 시(屍)'를 넣은 것인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씨조선'을 두고 '이씨가 세운 조선이라는 뜻으로 조선을 낮춰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돼 있어 논란이 일었다. 이후 넷플릭스는 시체가 싸우는 조선이라는 뜻의 '시전조선'으로 제목을 교체했다.

수차례 실수, 사과, 교체를 반복했지만 시정은 없었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넷플릭스의 기만 행위에도 국내 소비자들은 넷플릭스를 향한 충성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대체할 만한 마땅한 OTT 업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구매와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OTT 시장의 발전을 위해선 국내 시장 1위인 넷플릭스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필요하다. K-OTT 서비스의 발전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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