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샛별이'·'사이코지만 괜찮아'·'출사표'
시청자 눈초리 받으며 불안한 스타트

네티즌 반응 발빠르게 수용한
'편의점 샛별이' 시청률 소폭 상승
'편의점 샛별이'(왼쪽)와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진=SBS, tvN 방송 화면
'편의점 샛별이'(왼쪽)와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진=SBS, tvN 방송 화면
최근 연이어 쏟아진 드라마 신작들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성적 불쾌감을 주는 대사부터 특정 정치색으로 편향된 인물 설정까지 논란이 된 작품들은 하나 같이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지만 너무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 19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편의점 샛별이'는 가족 드라마라는 사전 홍보가 무색하게 첫 방송부터 선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방송에는 여고생이 성인 남성에게 입을 맞추는 장면으로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외에도 오피스텔 성매매 장면과 성인 웹툰 작가의 신음 소리, 여성의 신체가 강조된 그림 등으로 도마에 올랐다.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가족 드라마라고 해서 아이들과 봤는데 민망했다", "보기 불편하다", "당장 폐지해라" 등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앞서 동명의 원작 웹툰이 성인 남성향 만화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제작진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면서 "원작의 긍정적인 요소만 가져와 가족 드라마로 만들겠다"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사전에 이같은 논란의 여지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셈이다.

다음날 첫 방송을 시작한 tvN 주말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여자 주인공의 성희롱적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사이코지만 괜찮아' 3회에서 반사회적 인격을 가진 고문영(서예지 분)은 남자 탈의실에 들어가 상의를 벗고 있던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 분)의 상체를 더듬으며 감탄했다. 당황한 문강태는 "나가라"고 소리쳤지만 고문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

또한 고문영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문강태에게 "난 욕구 불만 맞아. 나랑 한 번 잘래?"라고 말하고, 그의 외모를 칭찬할 때도 "잘 컸다", "예뻐서 자꾸 탐이 나", "먹고 떨어질게. 문강태 나 주라" 등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발언도 이어갔다.

이같은 대사를 두고 일부 시청자들은 성희롱적 발언이라고 지적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한 누리꾼도 나왔다. 일각에선 "여자가 하면 걸크러쉬, 남자가 하면 성희롱이냐", "성별을 반대로 바꿨다면 바로 매장 당했을 것"이라며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출사표' 포스터 및 등장인물 소개/사진=KBS 공식 홈페이지
'출사표' 포스터 및 등장인물 소개/사진=KBS 공식 홈페이지
첫 방송을 내보내지도 못한 KBS 새 수목드라마 '출사표'는 정치 편향성 논란에 휩싸이며 시작 전부터 삐거덕대고 있다.

주인공 구세라(나나 분)가 구의원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은 '출사표'는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글에서 '애국보수당' 의원은 음주운전, 뺑소니, 도박, 성희롱 전적이 있다고 한 반면, '다같이진보당' 의원은 명예퇴직한 뒤 지역 봉상활동에 전념한 경찰 출신이라고 묘사해 특정 정당으로 편향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보수 정당인 미래통합당이 지난 25일 "뒤가 구린 캐릭터는 보수정당 쪽에 배치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는 진보정당 쪽에 배치해 '진보는 선, 보수는 악'이라는 허황된 구도를 설정했다"는 논평을 낸 뒤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이에 제작진은 다음날 "드라마 내에서 당적을 가지고 나오는 인물들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대부분 선한 인물로 설정돼 있지 않다"면서 "오히려 정치적 성향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무소속 여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워 진보·보수 양측의 비리들을 파헤치고 풍자하는 코미디를 추구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편의점 샛별이'(위부터), '사이코지만 괜찮아', '출사표' 포스터/ 사진=SBS, tvN, KBS 제공
'편의점 샛별이'(위부터), '사이코지만 괜찮아', '출사표' 포스터/ 사진=SBS, tvN, KBS 제공
이와 같이 연이어 터진 드라마의 부정적 이슈와 그로 인해 쌓이는 불쾌함, 피로감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들 사이에선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대다수는 성희롱성 발언에 정치 편향성 논란까지 터진 사태에 "시청을 포기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시청자들의 원성을 의식한 듯 재빠르게 대처한 '편의점 샛별이'는 돌파구를 찾은 모양새다. 지난 27일 방송된 '편의점 샛별이' 4회에선 웹툰 작가가 그림을 그릴 때, 이전과 달리 민망한 신음 소리나 특정 신체 부위가 부각된 장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앞서 비판의 중심에 섰던 캐릭터를 향한 지적을 적극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남녀 주인공의 본격적인 서사가 펼쳐지며 이날 시청률도 크게 올랐다. 3회까지 6%대 시청률에 머물러 있던 '편의점 샛별이'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뒤, 공교롭게도 8.3%의 시청률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다른 두 드라마 또한 방송 초반인 만큼 시청자들의 지적을 새겨듣고 적극 수용하면 여론을 뒤집을 수 있을거라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딘 만큼 논란을 떨쳐내고 시청자들의 발길을 되돌린 기회도 남아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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