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가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났다. 그런데 왕자님이 신데렐라를 ‘왕따’ 시킨다면? 1월 5일 첫 방송 되는 KBS 월화 미니시리즈 <꽃보다 남자>(극본 윤지련, 연출 전기상, 제작 그룹에이트)의 제작발표회가 22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제작발표회에는 전기상 감독과 그룹에이트 송병준 대표를 비롯해 구혜선, 이민호, 김현중, 김범, 김준 등 주연배우들이 참석했다.

익숙한 이야기, 새로운 F4

<꽃보다 남자>는 일본의 만화가 요코 카미오의 장편 순정만화로 이미 대만판과 일본판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어 아시아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바 있는 작품이다. 가난한 서민 가정의 소녀가 명문가 자제들만 모여 있는 귀족 학교에 다니던 중 우연히 ‘F4’라 불리는 네 명의 남자 주인공들과 엮이면서 일어나는 문화적 충돌과 풋풋한 로맨스는 21세기형 신데렐라 스토리의 새로운 원형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KBS <꽃보다 남자>에서는 변두리 세탁소집 딸 금잔디(구혜선)가 우연히 대한민국 상위 1% 자녀들만이 다니는 명문 사립재단 신화 고등학교에 수영 특기생으로 스카웃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신화 고등학교에는 재벌 후계자 구준표(이민호), 전직 대통령의 손자 윤지후(김현중), 예술명문가의 후계자 소이정(김범), 부동산 재벌의 후계자 송우빈(김준) 등 ‘F4’ 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고, 정의감을 이기지 못하고 그들과 맞섰던 잔디는 학교 전체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KBS <쾌걸 춘향>, SBS <마이걸> 등 감각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해온 전기상 감독은 “해외판이 워낙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한국판 <꽃보다 남자>에서는 영상미, 배우, 캐릭터, 의상, 음악 등 다방면에서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우는 금잔디, 구혜선

“처음 나오는 드라마판이 아니라 일본이나 대만과는 좀 다르게, 한국적이고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서 푼수 짓도 많이 하고 몸 개그도 많이 한다. 하루 세 번은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개그 프로그램 보면서 연구한다. 오버스럽지 않고 드라마 흐름에 맞는 연기를 보여주려고 하는데 스태프들이 워낙 재미있어하니까 수위조절을 잘 못한다. 향후 2년간 멜로는 못할 거라는 말까지 들었다. (웃음) 바다에 빠지고 얼굴에 계란 맞고 밀가루 범벅되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과격한 걸 좋아하는 편이라 재미있었다. 작품에 재벌가의 럭셔리한 환경같은 비현실적인 느낌 때문에 반감을 가지실 수도 있겠지만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왕자님 구준표, 이민호

“구준표는 글로벌 규모의 재벌인 신화 그룹 후계자다. 어릴 때부터 남들에게 항상 떠받들려 자라 굉장히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생각하지 않는 면이 있는데 금잔디를 만나면서 변화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그런 면에서 <꽃보다 남자>는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사실 이 역할에 캐스팅된 건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었는데, 두 번째로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파마하고 갔던 게 큰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웃음) 24부 안에 한 번쯤 다른 스타일도 보여 줄 생각이다. 연기할 때는 원작의 느낌에 가장 충실하려고 노력하면서 남자다운 느낌을 좀 더 강조하고, 한국어를 잘 못하거나 뜻을 바꿔서 말한다거나 하는 면을 귀엽게 표현해 보려고 한다.”

백마와 후광이 따르는 왕자님 윤지후, 김현중

“윤지후는 전직 대통령의 손자고, 가문에서 경영하는 문화재단의 후계자다. 어릴 때 자동차 사고로 부모를 잃었고, 그 상처를 극복하게 해 준 첫사랑 서현(한채영)을 잊지 못하는 캐릭터다. 원작의 ‘루이’ 역할의 트레이드마크인 바이올린을 비롯해 승마, 골프 등 귀족 생활을 배우고 있다. 대통령 손자로 나오다 보니 잘못된 젓가락질도 고쳐야 한다. (웃음) 낯간지러운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인데 보통 대본을 한 백 번씩 읽다가도 ‘하얀 천이랑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같은 대사가 있으면 수백 번씩 읽으면서 최대한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게 표현하려고 애쓴다. 그런데 쉽지는 않다. (웃음) ”

바람둥이는 아닌 플레이보이 왕자님 소이정, 김범

“소이정은 대대로 내려오는 한국 대표 예술명문가, 도예가 집안의 차남이다. 천재적인 재능도 가지고 있지만 가문을 등진 형의 인생을 훔쳐 살고 있다는 혼란을 겪는다. 불특정 다수의 여자들과 가볍게 만나는 플레이보이지만 바람둥이라기 보단 하루를 만나더라도 상대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젠틀한 남자다. (웃음) 원작도 재미있게 봤다. 만화라서 갖는 허구성을 제외하면 또래 친구들끼리 친해지고 싸우고 좋아하는 감정들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 공감한다. 캐스팅되기 전에 일본에 갔을 때 대만 F4가 투어를 하는 중이었다. 워낙 인기가 많은 작품이라 걱정도 되지만 그런 부담감 때문에 더 열심히 하고 있다.”

한국 최고의 현금 동원력을 지닌 왕자님 송우빈, 김준

“송우빈은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폭력 조직 일심파에서 아버지 대에 일심건설로 업종을 변경한 신흥 부동산 재벌의 후계자다. 만년 소녀 같은 엄마와 늦둥이인 쌍둥이 여동생에게 시달리며 살다 보니 오로지 연상녀만을 좋아한다. 유일하게 아쉬운 게 있다면 여자 파트너가 없는 캐릭터라 다른 배우들 같은 키스신이 없다는 거다. (웃음) 그리고 나는 평소에 그냥 밖에서 뛰어 놀았는데 송우빈 같은 경우는 골프와 테니스, 승마처럼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을 한다. 이 역을 위해 난생 처음 콘트라베이스도 배웠고 며칠 뒤에는 춤도 배운다. 가수 활동을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스윙 댄스다.”

관전 포인트
신데렐라의 왕자님은 한 명이었지만 <꽃보다 남자>의 F4는 네 명이다. 오랜만에 등장한 청춘 드라마, 그리고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답게 가장 중요한 것은 네 명의 왕자님 캐릭터가 각각의 매력을 어떻게 발산하느냐일 것이다. 특히 가수 출신인 김현중과 김준은 연기 신인에 가깝지만 “연기자의 가장 큰 미덕은 성실이라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열의가 있으면 된다. 오디션을 통해 만나보고 거기에 부합했던 배우들을 데려왔다”는 전기상 감독의 말대로라면 네 명의 꽃미남이 보여주는 시너지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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